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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한가지.... 그리고 |
| 글쓴이 삼식이 조회 156 |
작성일 2004-02-23 오후 6:4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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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재미있게 읽었읍니다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지적이 보이더군요
한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지요...
쓰러져 있던 왕리청 9단의 기습적인 급소 찌르기 행위를
좀더 구체적으로 상세히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이글은 자유게시판 보다는 메니아 광장에 있는것이
나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인으로부터 평가받기를 원치 않으셨다면 할수 없는 일이지만요....
(아래 글은 재작년 우리 동창 사이트에 올렸던 글입니다.
> 시간차이는 그냥 넘어가 주세요 ^^)
> ----------------------------------------------
>
> 하고 많은 잡기 중에서 내가 전도사로 자처하는 두가지가 있으
> 니 하나는 바둑이고 하나는 낚시다. 이유는 간단하다.
> 그 재미가 무한하면서도
> 나이 제한이 없다는 것이다.
>
> 움직일 수만 있으면 낚시를 즐길 수 있다(민물낚시)
> 움직일 수 없어도(방구석에 누워만 있어도) 바둑은 즐길 수 있다.
> (직접 대국을 못하더라도 바둑책이나 바둑 TV만으로 반재미는
> 볼 수 있다)
>
> 바둑을 즐길 수 없을 정도면 가는 일만 남았다.
>
> 금년엔 낚시는 잠깐 두번,
> 바둑(맞바둑 이상)은 한번도 못뒀다.
> (그 생각을 하면 정말 괜히 짜증난다)
>
> 서론이 길었다.
> 다음 글은 바둑을 좋아하건, 모르건 재미로 읽어주었으면한다.
>
> ----------------------------------------------------------
> 년초인가 일년 전인가?(늙으면 시간 흐름이 가늠이 안된다)
> 바둑꾼이라면 다 아다시피 일본 기성전에서 해프닝이 벌어졌다.
> 기성전은 일본 랭킹 1위 기전. 상금도 우리 돈으로 4억이 넘는다.
> 이 기전의 타이틀 홀더는 대만인 왕리청. 여기에 우리 류시훈이 도전했다. 결과는 류시훈이 4-2로 패했다. 그런데 2-2, 승부의 분수령인 제 5국에서 별 일이 벌어졌다. 바둑이 다 끝나 공배를메우면서 왕리청이 류시훈의 돌을 잡는 일이 벌어졌다.
> 바둑을 모르는 분들은 잘 이해가 않될 지 모르겠다.
>
> 비유하자면 김두한과 시라소니가 중인환시리에 한판 붙었다.
> 시간이 흘러 하나는 만신창이가 되어 쓰러졌고 다른 한쪽은 여유있게 서 있었다. 당연히 쓰러진 쪽이 항복을 선언해야겠지만 꼭 그런 말을 해야한다는 규정은 없다. 누구나가 인정하는 것으로
> 승부가 갈리는 것이니까.
> 싸움판에는 이제 살기도 열기도 사라지고 구경꾼들도 모두 승부
> 가 났음을 암묵적으로 인정했다.
> 서 있던 자는 주섬주섬 벗어 놓은 옷가지를 챙기고
> 넘어진 자도 고개를 숙인 채 무릎을 세우는....데...
>
> 그 순간 넘어졌던 자가 방심한 서 있던 자의 급소를 일격,
> 기절시켜버렸다!!!
>
> 김두한과 시라소니의 싸움에서 누군가가 그랬다면(절대 그럴 일이 없겠지만) 아마 그 자는 몰매 맞아 죽었거나 후손들의 손에 의해 족보에서 사라져 버렸을 것이다.
>
> 그런데 넘어졌던 자, 왕리청이 서 있던 자, 류시훈을 이겼다.
> 바둑의 승부는 다음의 두가지로 끝이 난다.
> -한 쪽이 졌음을 시인한다(말 또는 행동으로)
> -끝까지 집을 세어 비교한다.
>
> 문제는 집을 세기 직전, 더 이상 유효한 착수 지점이 없는 곳을
> 메우는 도중(공배 메우기) 위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
> 류시훈은 이미 바둑이 끝난 상태로 집을 비교하는 요식행위 도중
> 일어난 사건이라며 상대의 행위를 무효라고 주장했고, 왕리청
> 은 자신이 패배를 시인하지도 않았고, 집의 비교도 끝난 시점이
>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행위는 정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 룰에 의해 류시훈은 패배로 선언됬고, 김이 팍 샌 그는 다음판도 깨져 4억 이상의 상금과 일본 랭킹 1위 타이틀 홀더의 영예를 날려보냈다.(그 판을 이겼으면 타이틀 획득의 가능성이 70%는 되지않았을가?)
>
> 이 사건으로 전세계 바둑팬들이 시끌벅적했다. 김동성의 금메달을 뺐아간 오노 사건에 비견하며 말들이 참 많았다.
>
> 이 사건에 대한 세인의 결론은 나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았다고
> 생각된다.
>
> -왕리청, 천하의 비열한 놈이다.
> -류시훈, 룰은 룰인데 조심성이 모자랐다.
>
> -----------------------------------------------------------
>
> 다음의 이야기와 비교해 보기 바란다.
>
> -----------------------------------------------------------]
> 한국의 프로기사 중에 문용직4단이라고 있다.
> 59년생으로 명문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정치학을 전공한, 기사로서는 드물게 학구파로 알려진 기사다. 입단 초기에는 신인왕전에서 우승한 전력도 있는데 그 후 학교 강의 등으로 승부에서 멀어진 느낌이다.
> 그러나 프로 기사인데 어찌 승부에 욕심이 없겠는가.
>
> 문용직이 입단하고 5년 후
> 드디어 그도 타이틀 무대에 올랐다.
>
> -참고로 타이틀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보자.
> 지금까지 우리나라에는 사라진 기전의 타이틀까지 한 20여개 이상의 타이틀이 있었지않나 싶다. 그런데 90년 초까지 한국 바둑
> 50년 동안 타이틀을 가져 본 사람은(신인왕전 제외) 조남철, 김인, 조훈현, 윤기현, 서봉수, 하찬석 6명 뿐이었다. 지금은 몇몇 새로운 얼굴들이 추가 되었지만 아무튼 타이틀을 가져 본 적이 있는 기사는 열 손가락을 겨우 넘을 정도다.(한국의 프로는
> 현재 190명이 넘는다. 그 중 절반 이상이 타이틀은 고사하고 타이틀전 본선무대에조차 못 올라보고 기사생활을 마감한다)
>
> 그러니 타이틀을 겨루는 도전 무대가 얼마나 대단하겠는가!
>
> 문용직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현재까지)으로 등장한 타이틀 무대는 제 5기 박카스배, 상대는 바둑황제 조훈현이었다.
> 문용직이 사력을 다했으나 역부족- 5번 승부에서 2연패, 막판에
> 몰렸다. 이제 지면 언제 다시 밟아 볼 지 모를 도전 무대의 제3국. 판이 이리저리 얽혀 어지럽지만 역시 조훈현의 승리는 부동. 문용직은 던질 기회를 찾고 있었다.
>
> 그런데!
> 판 위에는 패가 두 군데 있었다. 하나는 승부를 좌우할 큰 패,
> 하나는 끝내기에 불과한 작은 패. 패를 따낼 차례는 조훈현. 그
> 다음에 문용직에게는 팻감이 없었다. 조9단이 큰 패를 따면 던져야지 하고 있는데...
> 조훈현의 손길이 작은 패 쪽을 향하더니, 작은 패를 따는 것이 아닌가!
>
> 문용직은 깜짝 놀라 상대를 쳐다 보았다.
> 조훈현은 문용직이 쳐다보자 의아한 듯 잠시 머뭇거리더니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 치열한 패싸움 과정에서 착각을 한 것을 깨달은 것이다. 큰 패를 딴 다는 것을 작은 패를 딴 것이다.(프로들은 이런 착각이 정신적 공황상태라고 표현하는데...아마들이야 항상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바둑을 두니까 뭐라 할 말이 없다)
>
> 아무튼 조9단의 표정에서 문용직은 상대가 착각을 했음을 알았다. 이제 큰패를 이으면 자신의 승리. 타이틀을 향한 발판이자,
> 거대한 조훈현으로부터 한 판을 이겼다는...그 말로 할 수 없는 ...
>
> 여기서 문용직은
> ...
> ...
>
> 돌을 던졌다. 더 이상 두지 않고 패국을 선언한 것이다.
>
> 문용직이 타이틀전에서 영봉을 당한 채 대국실을 나오자 친한 기사들이 아우성을 쳤다.
> 프로라면 그 판을 이겨야 한다고.
> 프로가 프로인 연유는 승부사이기 때문이라고
>
> 문용직은 이렇게 답했다.
> "그런 식으로는 이길 수 없다"라고
>
>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 왕리청은 어떻게 생각할까?
>
> -----------------------------------------------------------
> 여태껏 인터넷으로 바둑을 즐기면서 딱 한번 바둑에 관한 의견을 보낸 적이 있다. 이창호 홈페이지에...
>
> 발단은 다음과 같다.
> 무대는 2000년 31기 명인전
> 명인은 이창호, 조훈현이 도전자로 나섰다.
> 지금도 그렇지만 그 해 조훈현의 대국일정은 그야말로 살인 적. 특히 도전기를 앞두고는 이틀 걸러 하루씩 피 말리는 대국을 계속하고 있었다.
>
> 드디어 제1국이 벌어지던 날. 집에서 나오던 조훈현은 그만 쓰러지고 말았다. 과로가 원인. 그의 기사 생활 첫 기권패였다.2국은그 이틀 후 . 여전히 조훈현은 그로기 상태였다. 그 때 난 이창호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다.
>
> 요약하면 "2국은 이창호가 기권해라."였다. 그래봤자 1:1. 그 동안 스승 조훈현은 기력을 회복할 것이고 그러면 만인이 고대하는 멋진 승부가 될 것 아닌가!
>
> -스승에 대한 배려
> -쇠약한 상대 대신 강한 상대를 이기고 싶다는 자신
>
> 아~ 너무나 멋지다. 이창호!
> 과연 이창호!
>
> 그러나 대국은 일정대로 진행되고 조훈현은 힘 한번 못쓰고 패퇴했다. 남은 기보를 보면 쓰라림이 보인다. 쓰라림이 보인다.
>
> -----------------------------------------------------------
> 난 아무래도 로맨티스트인가보다.
>
> 세상은 내가 바라는 것처럼 낭만적이지 않다는 것, 왜 모르겠냐는....
>
> 누군가 조그만 일에도 감격할 줄 아는 내 눈으로 하여금 눈물 좀흘리게 해주렴...
>
> ---------------------------------------------------------
>
> 패배를 선언한 문용직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저려온다.
> 그런 기사가 있어
> 여직 바둑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치않고 있는 모양이다.
>
>
>
> 2002.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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