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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이 오는 하늘은 푸르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가슴 한 구석엔. |
| 글쓴이 hellfire 조회 238 |
작성일 2004-02-16 오전 12:1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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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공부를 할때였습니다.
도카이 티비 (東海TV)라는 지역 방송국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쿄토의 한 구석에서 무척이나 울었습니다.
그전에는 단지 정신대에 대해서 막연한 의식 외에는 없던 제가 그 다큐멘터리를 보고 얼마나 많은 죄의식을 느꼈는지...
당시는 일본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양국의 관계가
봄날 눈녹듯이 화해 무드로 가득하던 시기입니다.
그러한 시기에 일본의 지방 방송국에서 제작한 그 다큐멘터리는 잊혀져가는 종군위안부를 위해 다니던 신문사도 때려치우고 본격적으로 아시아 각국의 종군위안부 취재와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일본의 어느 기자의 이야기 였으며 그의 취재대상중 반이상이 바로 우리나라의 정신대 할머니들 이야기였습니다. 양국의 호혜와 선린의 기치아래 차츰 세인의 관심에서 잊혀져 가던 정신대 할머니의 투쟁과 그 투쟁을 책으로, 사진으로 알리고자 심혈을 기울이던 다케시란 그 기자의 이야기를 보며 저는 제가 한국인이란 사실이 조금은 부끄러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제가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그러나 오늘 저는 정말 부끄러워 봄이 오는 푸른 하늘을 대하기 어려웠습니다. 큰 아들놈이 이승연에 대해 물어왔을때
왜 이승연이 그래야 했는가를 설명하기가 어려웠고 일본의 만행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아들놈은 표리부동한 기성세대를 정말 이해하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저는 그 아이의 의문에 충분한 답을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그 아이에게 왜 우리나라는 일제의 잔재청산이 어렵고, 돈을 위해서라면 머든지 해대는 기성세대를 뭐라고 설명을 해 주어야만 할까요?
가슴 한구석에 쌓여있는 답답함이 이제는 자괴감으로 바뀌어 가는 걸 느끼며 이밤도 소주 한잔 생각이 간절합니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며 바로 나의 잘못에서 비롯되었음을 ..나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무심하게 바라본 그 모든 일들이 이제는 부메랑이 되어 제게 돌아옵니다. 내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수 없고 그저 침묵속에서 니힐리스트가 갖는 어떤 정신적 우월감에 숨어지내던 제게 비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자식들에게 부끄러운 역사를 남겨줘야 하는 아주 작고 힘 없는 이 애비가 낮을 들수가 없었습니다. 소주 한잔으로 이 떫떠름한 기분을 씻어내야 할 제가 부끄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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