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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97) = 알게뭐야 |
| 글쓴이 핸디산맥 조회 132 |
작성일 2004-02-12 오전 11:07: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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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게 뭐야 *
이현주의 동화 중에 ‘알게 뭐야’라는 동화가 있습니다. 곧게 뻗은 길 위를 달리던 두 대의 자동차에서 일어난 이야기입니다. 색깔도 똑같고 종이 부대로 싼 짐을 실은 것도 똑같은 차였습니다. 앞의 차는 밀가루를 실었고 뒤의 차는 시멘트를 실은 차였습니다.
밀가루를 실은 차 운전사가 운전을 하는 도중에 갑자기 오줌이 마려워 차를 한 쪽에 세웠습니다. 뒤에 달리던 시멘트를 실은 차 운전사는 앞서 달리던 차가 서자 자기도 차를 세웠고, 앞의 운전사를 따라 오줌을 누었습니다. 그리고는 두 운전사가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시멘트 차 운전사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줄곧 자기 앞을 어떤 차가 달렸는데 그 차가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밀가루 차 운전사도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보이지 않던 웬놈의 자동차가 자기의 앞을 딱 가로막고는 달려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무엇이 왜 달라졌는지를 이내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옳아, 우리가 이거 오줌 누는 바람에 차를 바꿔 탔구나! 쯧쯧…”
그렇지만 그 두 운전사들은 똑같은 말을 중얼거리며 운전만 할 뿐이었습니다.
“에라! 알게 뭐야! 내 껀가?”
시멘트 차 운전사는 싣고 온 시멘트를 집 짓는 공사장에 내려놓았습니다. 시멘트를 반죽하던 일꾼들이 시멘트가 이상한 것을 보고 밀가루가 아니냐고 운전사에게 물었습니다. 운전사는 시멘트가 맞다고 대답했고 일꾼들은 “에라 알게 뭐야! 내 집인가?” 하며 밀가루로 집을 지었습니다.
한편 밀가루 차 운전사는 단골 과자 공장으로 가 짐을 내렸습니다. 과자를 만들던 한 일꾼이 시퍼런 시멘트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운전사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운전사는 벌써 가고 없었습니다. 일꾼들은 “에라 알게 뭐야! 내가 먹는 건가?”하며 시멘트로 빵을 만들었습니다.
어느 날, 두 개의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온통 과자로 변한 집을 아이들이 다 갉아먹어 집이 무너지는 소리였고, 과자 가게에서 손님들의 이빨 부러지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렸던 것이었습니다.
동화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처럼 보이지만 아쉽고 안타깝게도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어렵지 않게 보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남이야 어찌 됐건 방법이야 어찌됐건 나만 돈을 벌면 괜찮다는 생각을 가진 이들이 우리의 삶을 혼란스럽고 혼탁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곧 다가온 국회의원 선거, 말이야 어떻게 하건 “알게 뭐야?”하는 후보가 누구인지를 제대로 가려내야 할 것입니다. 무책임하게 “알게 뭐야?”하는 이들에게 우리의 장래를 맡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 한희철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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