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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늬만 7단인 어느 물바둑 아저씨의 넋두리! (9) |
| 글쓴이 盤上美學 조회 384 |
작성일 2004-04-21 오후 3:38: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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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꿈의 7단!
"**사범님, 안녕하세요? 죄송하지만 지도국 한수 정중히 부탁드립니다."
뜬금 없이 메모로 오로의 쟁쟁한 7단사범님들께 이런 부탁을 드림에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하는7단의 사범님들은 "같은 7단인데 뭔 지도국?"하며 당혹해 하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또한 "사범님, 지도국을 부탁합니다" 라는 이런 메모가 지나친 겸양으로 잘하는 일인지 결례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열에 여덟의 사범님들은 아무런 반응이 없으셨고 혼자만의 짐작으로 바둑의 내용은 생각지 않고 전적만으로 기력을 평가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2단까지 강단하였었기에 전적은 괜찮음)
그렇다고 "전 물바둑입니다. 실제 기력은 겨우 6단밖에 안되는 아주 약한 F급의 7단입니다" 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때로는 한 두 사범님들은 "저는 물바둑인데요." 라며 대국에 응해 주시는 사범님들 또한 없지도 않았기에 고마운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많은 지도를 부탁드리고 정중히 한 수 배웁니다. 꾸벅"
언제나 이런 인사를 드리곤 수치로는 7단의 동급이나 기력으론 아주 작게 잡아도 반 치수가 아래인 나로선 머리 아픈 반상361로의 어렵고 힘든 여로가 시작된다.
결과는 무늬만 7단인 본인의 불계패!
결과만 따진다면 불계패를 하였기에 내 자신도 모르게 화도 날법 하지만 화는 커녕 입이 찢어질 정도로 기분만 좋아진다.
그것은 승패의 가름이 대수가 아닌 수담 그 자체를 즐기고 수담으로 벗을 사귈 수 있기에 더 그런지도 모른다.
대국을 마친후 혼자서 복기를 하며 "아 여기선 이런 실수를 했구나"하는 것과 "이런수는 이렇게 두는 거구나" 하며 "앞으론 이런 수는 두지 말아야지.." 하고 다짐도 해 보지만 나이는 속일 수 없고 둔해져 버린 이 머리가 어디가랴...." 라고 자위 아닌 자위를 하며 다음을 또 기약한다.
그리곤 패수를 만회하기 위하여 얼른 중국방으로 달려가 보나 중국방의 7단은 어디 이사람 盤上美學의 호구들인가......?
그래도 머리 머리 써가면서 3판 두면 2판을 만회하고 다시 한국 방으로 돌아와 이리저리 서핑을 해 본다.
과거에 아니 오래지도 않는 얼마전에 슬럼프가 있어 2단까지도 내려갔던 그런 시절도 있었고
점차 컨디션을 회복하여 4단, 5단이 되고 또 6단이 되면서 7단사범님들께 메모창으로 "정중히 지도국 한수 부탁드립니다"라고 수도 없이 메세지를 보내건만 하나같이 얼토당토 않는 쌔까만 하수의 도전 아닌 도전에 손사래를 치는 사범님들께 원망아닌 원망도 사실 없지도 않았었다.
"어디 바둑 한 판 둬 주면 어디 덧나나?"하고....
"아하~ 7단들은 7단들만 대국을 하시는 갑구나" 하는 마음으로 그 때 부터 무조건 7단을 목표로 오로지 7단이 되기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고 아주 기력이 약한 동수나 하수들과의 대국을 고집하면서 특히, 중국방에선 살다시피 승점의 전적을 만들었고 드디어 250점을 채우고 7단이 되었다.
내게 있어서 꿈의 7단!
이 기분! 이런 마음을 누가 알리오만 설사 7단이 되었다고 한들, 과연 실력이 안되는 7단인데 누가인정해 줄것이고 7단이 되었다 한들 하늘의 별을 따는 것도 아니며 7단이 되었다 한들 바둑대회에 나갈 것은 더 더욱 아니기에 다 부질없는 생각일지도 모르겠으나 소견 머리 없는 단견으론 7단이라는 수치가 중요함이 아니라 과거의 언감생심에서 이젠 7단의 사범님들과 대국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참 즐거움이고 또한 바둑을 두는 참이 아니었을까.
무늬만 7단이기에 혹자는 "그런 7단은 나도 하겠다" 라고 핀잔하고 나무란다면 할 말은 없으나 너무 나무라지는 말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사실 없지 않다.
이제 험난한 7단의 반상 361로의 여로가 시작되었기에 힘들고 험난한 길에서 넘어지고 엎어져 깨지고 터져도 일어나 상처를 꿰매어 다시 걸어가고 나아가리라 다짐해 본다.
그보단 먼저 위기오득은 물론이거니와 자아성찰과 자아도야로서 먼저 부끄럽지 않는 하나의 인간이 되기 위하여서도....
넋두리의 盤上美學.
추신
하나. 무늬만 7단인 제게 반치수라도 기력이 향상되게끔 대국해 주신 사범님들과 기우님들께 진심으로 고맙다는 감사의 말씀을 전해 올리고
둘. 만 천하에 무늬만 7단이라고 공표를 하였으니 사범님들께서도 제게 많은 지도의 대국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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