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
 |
|
|
| [회상] 겨울 풍경~^^*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203 |
작성일 2004-01-12 오전 6:39:00 |
|
올 겨울은 그리 춥지가 않네요.
첫눈이 좀 과하게 왔다 싶던지 눈구경 하기도 힘들고요...
새벽녘 고요한 이시간 오늘은 겨울풍경을 생각해 봤습니다.
어릴때의 기억속에 떠오르는 겨울풍경.
한뼘이나 됨직한 나무판자를 세로로 길게 이어붙인 교실바닥
이며 복도.
교실 한가운데엔 무쇠난로가 놓여 있습니다.
그옆 양동이엔 조개탄도 나오기전의 물에개서 쓰던 가루석탄이
담겨있고 무쇠난로위엔 황금색이 다 벗겨져 희끗희끗한 양은
도시락이(일본말이지만 변또가 어쩌면 더 정감이 가는군요) 층
층이 쌓여있던 그 풍경.
4교시가 가까워질 무렵엔 노릇노릇 도시락밑에 깜밥 냄새가
슬며시 피어오르고요, 밑바닥에 제법 오래있던 욕심쟁이 친구
놈의 것에선 탄내까지 나는군요.
하던 수업은 잠시 멈춰지고 양은 도시락 순서바꾸기로 어수선
하고 시끌벅적한 시장통이 되버렸던 순간들.
나무로 된 교실바둑은 썩지않도록 기름청소를 했지요.
저마다 집에서 박카스병에 담아온 각양 각색의 참기름, 들기름,
콩기름들.
그리고 한사람당 두어개씩 의무적으로 만들어 와야했던 손걸레.
등교하기전 발을 동동 구르며 당장 손걸레를 채촉하던 내게
어머님은 다헤어진 내의나 속옷을 자르고 꾀매어 근사한 작품을
내손에 쥐어주는 마술사가 되셨고요.
방과후 청소시간에 몇방울씩 기름을 떨어뜨려 손걸레로 닦아낸
교실바둑은 번들번들 윤이 났고, 그 고소한 냄세는 교실에서
넓직한 운동장을 지나 동네를 한바퀴 휘감았습니다.
운동장에서 눈사람을 만들려 굴려대던 눈덩이는 바닥의 흙까지
함께 떨어져 나올만큼 찰진 함박눈이었고요. 친구 가슴팍에 쑤
셔넣은 눈덩이는 우리들의 입까지 함박지게 했습니다.
눈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던 뒷산의 그 장관이란...가을 단풍 그
이상이었고요. 쌓인 눈의 무게를 못이겨 가끔씩 청명한 소리를
내며 꺽어지던 가지를 묵묵히 견뎌내던 雪害木들..
이젠 추억이 되어버린 그 지난시간들이 그리워지는것은 또 한해를
나이에 얹은 아쉬움 때문일까요?
온통 베팅과 작전이란 말로, 우리들이 지내왔던 겨울이 이곳
에서 잘 보이지 않는 안타까움에 옛기억을 한번 떠올려 보게
되었습니다.
즐거움을 위해 만든 여러가지가 오히려 우리의 즐거움을 빼앗아
버리는것은 아닌지.
조금은 더 인간적인 모습였던 우리네 옛 겨울풍경을 저마다의
추억속에서 한번씩 꺼내보는것도 현실의 어지러움을 잠시나마
재쳐놓을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더디가도 사람생각하며....
덧글) 새로이 하는일이 좀체 짬이 나지 않아 대국한판 제대로
할수 없네요.
늦었지만 오로 기우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가정엔 행복과
건강이 가득한 나날만 계속되시길 기원합니다.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