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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의 이야기(67) = 성적에 대한 인식전환을! |
| 글쓴이 핸디산맥 조회 308 |
작성일 2003-12-01 오후 11:56: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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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적에 대한 인식전환을! *
올해 제 둘째아이도 수능시험을 치렀습니다. 시험 전날 아이는 너무 긴장되어서인지 음식을 도무지 먹지 못하더군요. 아침 일찍 아내는 수능시험 장소에 아이를 데려다 주고 돌아오면서 울었다고 합니다. 지난 12년간의 노력을 단 하루에 모두 평가 받아야 하는 아이를 생각하니 너무나도 딱해서 눈물이 절로 나더랍니다.
지금 수험생을 둔 많은 가족들이 긴장된 상태에서 이제 내일이면 발표될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정작 걱정되고 긴장되는 것은 성적이 아니라 성적에 대한 아이의 반응입니다. 돌이켜 보면 해마다 수능시험이 끝나고 나쁜 성적을 비관하여 자신을 해치는 아이들이 많았기에 결과가 발표되는 12월 2일이 참으로 걱정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설혹 기대보다 성적이 나쁘더라도 아이가 담담히 받아들이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성적이 무엇이기에 해마다 아픔이 반복되는지 안타깝기 그지없지만 분명한 것은 한때의 성적이 인생을 좌우하는 사회적 풍토가 개선되지 않는 한 자살과 같은 비극적인 사건은 계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의 성적평가 개념은 참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수(秀)>는 빼어날 수자로 우수하다는 뜻입니다. <우(優)>는 넉넉하다, 도탑다는 말로서 수와 함께 역시 우수하다는 의미를 갖지요. 그리고 <미(美)>는 아름답다는 것으로서 좋다는 뜻도 있으니 역시 잘했다는 의미입니다. <양(良)>은 양호하다는 것으로, 역시 좋다, 뛰어나다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평가에서 가장 낮은 등급인 <가(可)>의 의미입니다. 가는 가능하다는 의미와 함께 충분하다는 뜻도 가지고 있어, 이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의 성적 평가개념은 그야말로 1%의 가능성마저도 포기하지 않는 인간에 대한 믿음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한 때 성적이 저조했어도 훗날 탁월성을 보여준 사람들이 참 많지요. 문제는 지금의 교과과정은 개별적 강점을 자극하고 드러내도록 도와주는데 한계가 있을 뿐만 아니라 평가개념과는 별개로 천편일률적인 잣대로 상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지요. 그러나 더욱 중요한 문제는 성적 평가방식이 아니라 성적에 대한 사회적 수용태도입니다.
얼마 전 현직 교수인 감사원장 후보자에게 고교시절의 성적표에 양(良)이 많다고 <양가 아저씨>라고 비아냥거린 국회의원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지요. 한편의 코미디라고 치부할 수 없는, 심각한 사회적 편견을 드러낸 매우 유감스런 일입니다. 현재 탁월한 학자로서 명성을 날리는 교수마저 고교 때 성적이 나쁘다고 트집 잡히는 형편이라면 우리의 아이들이 한 때의 성적에 좌절하여 자신의 목숨마저 해치는 일은 결코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어릴 때 성적은 미래를 위한 노력을 자극하는 촉매일 뿐, 현재를 얽매는 족쇄가 되지 않도록 우리 사회의 인식전환이 필요합니다.
- 이성록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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