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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노에게 |
| 글쓴이 미노칭구 조회 262 |
작성일 2003-11-13 오전 4:5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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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이구먼 이사람아 ^^ .. 정말 반가웠네.
뭐 지금이야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처럼 어깨를 치며
긴 시간 이야기 나눌 형편은 아니지만
오랜 기다림끝에 드디어 원하던 바 대로 목적을 이루고
고단했던 일거리가 해결 됬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축하 한다는 말을 해줄 수 있어서 나 또한 진심으로 기뻤네
대국신청 가능상태 이길래 좀 놀려줄까 하다가 말았네만^^
10월달쯤 찔러 놓았던 쪽지, 몹시 구겨졌네만 원본이나 드릴까 하고 다시 들렸네.
잊지 마시게.
언제나 자네를 응원하는 사람들.. 자네가 아는것 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을...
<< 쪽지 >>
오랫만일세
나 여기 온지도 햇수로 어언 3년이구먼
이젠 이집 문간에 가까이 오기만 해도
안쪽에서 벌어지는 시끌 벅적한 아우성이 들리네.
처음 왔을때만 해도 난 자네가 차려놓은 밥상보다
자네 집안에 계신 손님들이 더 흥미로웠네
지금도 내 입맛은 별반 달라진게 없는 마찬가지네만
그때도 난 사람들 얼굴 마주 앉는게 좋아서
상 앞에 앉아 숟가락을 들었다 놓았다 하며
억지로 밥을 먹은적이 더 많았던 촌닭 이었단 말일세.
기억하겠지^^
은젓가락 옥젓가락 그리고 그 뭔가..라면박스에 따라나오던
형편없는 나무젓가락 각각 쓰는 법도 자네가 가르쳐 주었지
얼큰한 국물에 치즈한장 얹은 라면도 난생 처음 먹어보았네.
그때도 난 말일세..수백칸 자네집안에 딸린 어떤 방 중에
댓돌위가 모자라 안마당 까지 줄줄 벗어놓은
손님들의 신발을 헤어보느라 넋이 나간 적도 있지않은가?
그 신발 무늬도, 재료도, 높이와 색깔도
밥상위에 놓인 그 361가지 반찬보다 훨씬 흥미로웠다네.
그 왜.. 자네가 쓰다 준 자전거 말일세..내 자전거 얘긴데..
그거 지금 아주 고급 자가용이 됬네^^
지금 자네야 바퀴자욱 밖엔 볼 수가 없겠지만 말일세^^
어떤가? 보이나? 제법 모양이 괜찮지?
성능도 나같은 촌닭이 쓰긴 좀 과해 보이지 않는가?
이젠 나도 이집에 첨 오는 사람이 보면
형편없이 녹슨 자전거 바큇살이 아닌 번듯한
자가용을 가지고 있네^^
1억만 벌어봤으면 좋겠다던 자네...
내가 땅에서 벌레니, 곤충등등 먹이를 파내는 일로
으스대고 있을때 자넨 역시 높이서 내려다 보던 갈매기 였지.
느닷없이 그 일이 생각나서 이렇게 아직도 부끄럽구면^^
사람이 나이가 들면 추억을 먹고 산다던가..^^
더러 원치 않는 일도 해야하고 남 들어서 아픈말도 해야하는
자네의 위치를 부러워 해본적은 없다네
가히 내가 짐작치 못하는 어려움도 있을테고
또 어렴풋이 짐작한다 해도 그 속속들이 떨리는 가슴이야
내가 어찌 알겠는가..
소란피우는 손님들이나 나 역시도 그들중의 한 부류 이네만
처음 왔을때의 다정다감함이 사라진 듯한 자네 집안풍경...
우린 어쩔 수 없는 객이었나 싶네.
어느정도 시간이 흐르면 물결처럼 휩쓸려 갔다가
다시 휩쓸려 오는 이바닥 풍토를 자네가 얘기 할때도
고집스러울 만큼 일관되게 내 자신의 의지와 판단으로만 살아온 나는
못나게스리 휩쓸려 나가야했던 자들의 나약함을 손가락질 하고 있었네.
그런데... 그런데 말일세...
지금은 그들의 쓸쓸함과 아둥바둥 머리채라도 휘어잡을 듯한
이 바닥이 싫어서
스스로 걸어나간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됬다면
내가 성숙한 것인가? 아님 쓸데없는 망상인가?
오늘따라 왜 이리 쓸쓸한가..?
이번엔 자네가 나에게 대답을 해줄 차례가 아닌가...
오늘은 이만 가보려네. 제발 건강하시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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