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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생의 비밀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767 |
작성일 2003-04-07 오전 7:5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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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를 보니 작년 6월 월드컵을 계기로 만들어진 아이가
3월부터 출산을 하는데, 그 수가 예년보다 많아 '월드컵 베이비
붐'이라는 신조어가 생길수도 있겠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기사 중간에 월드컵때 응원하다가 실수했다고 털어놓은 여대생이
있었다는게 좀 재밌네요)
이 기사를 읽다가 문득 예전 정부와 대한가족협회(? 현재는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의 억울한 희생양이 된 아픈 과거가
새록새록 되살아 났습니다.
아픈 과거는 저의 출생의 비밀부터 시작됩니다.
저희 집안은 저까지 포함해 3명의 자식이 있습니다. '저자식',
'그자식', '이자식' 요렇게 되겠습니다.
저는 제일 끄트머리인 '이자식'이 되고요.
근데 제일 첫째인 저자식보다 2년앞서 태어난 '그때 그자식'이
한분 계셨다고 하네요.
뭐 다들 아시겠지만, 예전에는 자식을 보면 반타작이면 다행이
었나 봅니다.
의료나 위생, 영양상태등이 뒷받침을 못해주니 당연했겠구요.
그래서 '그때 그자식'은 태어난지 석달만에 한줌재로 변하여
강물로 함께 흘러갔다고 합니다.
여기서 눈치빠른 분들은 이미 짐작하셨겠지만, '그때 그자식'의
죽음과 저의 출생이 뗄수없는 밀접한 관계가 나오고 맙니다.
아버님과 어머님은 결혼후 머리를 맞대고 자식은 딱 세명만
낳기로 하셨답니다.
두명만 낳아도 되긴 했는데 워낙 주당이신 아버님이신지라
일삼오칠구로 나가야 한다며 밀어 부치셨다고 하네요.
이런 형편이었으니 만약에 '그때 그자식'이 죽지 않았더라면
저는 세상에 나올 처지가 아니었다는 서글픈 출생의 비밀이
생기더군요.
뭐 이정도 쯤이면 저혼자 아픔을 간직한채 살아갈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렸을때(사실 지금도 가끔씩은) 부모님은 제가 말썽이라도
피웠다 치면 '그때 그 자식'만 안죽었더라도.....하시며 원망
스럽게 하늘만 쳐다보시곤 하셨습니다.
정작 저를 더욱 비참하게 한것은 바로 정부와 대한가족협회
때문이었습니다.
70년대 들어 정부와 협회는 "딸,아들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라는 표어를 대대적으로 내걸며 출산 억제정책을 펼칩
니다.
저희 아버님은 국가 공무원 였습니다.
예전 태국에서 청백리의 표본이라며 널리 알려졌던 잠롱시장이
뺨석대맞고 '형님'하고 울고 갈 정도로 아버님은 청렴 그 자체
였고, 정부의 시책은 자신의 좌우명이 될 정도로 충성심과 복종심도
남다르셨습니다.
거의 매일 술을 드시고 들어 오시면 '술 좋아한 내가 죄다..'
하시며 영원한 철학인 일삼오칠구를 포기했더라도 둘만 낳았어야
했는데 라며 한탄 하셨습니다.
물론 제 가슴은 산산히 부서진 이름이며, 허공중에 헤여진 이름이
되었고요....불러도 대답없는 이름도 되고요.....
그렇습니다. 이정도만 됐더라도 전 제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자신을 탓하며 충분히 억울하게 살수는 있었을 겁니다.
근데,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갑니다.
국가의 녹을 먹는 공무원이 앞장서야 한다며 둘을 초과한 자식에
대해선 학자금등의 혜택을 없애 버린것입니다.
목돈이 들어가는 학자금을 장기저리로 대출 받을 수 있는것은
국가 공무원이 가졌던 큰 혜택였습니다. 근데 그게 없어져 버린
것이지요.
전 또 한차례 집안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맙니다. ㅠㅠ
'아! 참을수 없는 내 존재의 가벼움이여~'
박정희 전 대통령이 쿠데타후 가진 전역식에서 이런말을 했다죠.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군인이 나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전 이런말을 하고 싶습니다.
'다시는 나와 같은 불행한 자식이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나름대로 열심히 성실히 살며 부모님께 자신들의 선택이
옳았다는것을 증명해 드리려 하지만, 언제나 부모님에게 자식은
물가에 내놓은 철없는 어린애이며 바람앞의 촛불과 같은 존재
이기에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도 그 두분이 살아계신 동안은 끊임없이 증명해 드려야 할듯
싶습니다.
후기)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에 지난40년간 표어 변천사가 재밌
네요. 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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