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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기억속의 운동회와 하석주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541 |
작성일 2003-04-17 오전 9:29: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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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뜀박질을 제법 잘해서 운동회때마다 손목에 1등도장을
달고 다녀 아직도 그 흔적이 흐릿하게 남아있는 정도입니다.
(농담인거 아시죠?)
초등학교 운동회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청백계주'입니다.
'기마전'이 그에 걸맞는 명성을 갖진 하지만 그래도 남성만
참여를 한다는 점에서 아차상 되겠습니다.
워낙 뜀박질을 잘한 덕분에 저도 학년대표로 출전하게 되었습니다.
기억에 따르면 저학년(1-3)은 반바퀴, 고학년(4-6)은 한바퀴를
뛰었고 남-여-남-여의 순으로 바톤을 주고받는 릴레이 경기였지요.
전교생이 나뉘어 청백띠를 머리에 질끈 동여매고 응원하는 모습에
부담도 많이 갔지만, 정말이지 부담이 되었던것은 어머님이 직접
주변에서 보고 계시다는 거였습니다.
누구에게 기대가 되는 존재일때 느끼는 부담감을 그때 처음 맛볼수
있었습니다.
하여튼 청백계주는 시작이 되었고, 제가 속한 청팀은 시종일관
10여미터를 앞서 대세를 굳히고 있었고 드디어 제게 바톤이 넘어
왔습니다.
워낙 뜀박질을 잘하는 저였기에(자랑도 지나치면 실례가 되는데^^;)
거리차를 5미터 이상은 더 벌려 놓았고, 여자선수에게 바톤을
넘겨주면 제 임무는 완수 되는 상황이었는데 아뿔싸! 제 실수
였는지 여자선수의 실수였는지 바톤은 땅에 곤두박질 쳤고,
당황한 여자선수는 허둥지둥 줍네마네 하며 시간을 물쓰듯 잡아
먹은 끝에 백팀은 저멀리 신발뒷축이 가물가물 할만큼 멀어져
갔습니다.
뭐 결론은 저희팀이 졌지요.
그후 응원해준 친구들을 어떻게 다시 보나하는 생각에...
어머님 얼굴에 먹칠을 한 죄책감에...
은근히 여자선수에게 책임이 쏟아졌으면 하는 이기심에...
등등등...
쥐구멍 찾고 싶은 기분이 바로 그것이더군요.
아마 지금까지도 기억이 생생한것도 그때의 마음고생이 얼마나
심했었나 하는 반증도 되겠습니다.
다행히 친구들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졌고, 어머님의
가슴깊은 위로덕분에 아무일 없었다는 듯이 실수는 덮어졌지만,
제 기억속 저편엔 늘 당시의 실수가 남아있습니다.
어제 한일전 중계전에 하석주 선수 은퇴식이 열렸다고 합니다.
아시아 최초로 월드컵 선제골의 주인공, 왼발의 달인, 프리킥의
마술사로 불리었던 그엿지만 선제골후 보여준 백태클 퇴장은
프랑스 월드컵 공식 '백태클 퇴장1호'선수라는 오명과 한국팀의
경기를 망친 원흉이라는 질타를 덤으로 얻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신문인 오마이뉴스에 그의 인터뷰를 볼 수 있었는데, 그때의
마음고생은 어느정도 아물어 보였지만 마음속의 상처는 그대로
인것 같아 안타깝더군요.
그때 사건후 대표팀에서도 잊혀진 인물이 되었고 케이리그에서
경기하는 모습만 간간히 보았던 그의 대표팀 은퇴식 소식에
저의 옛 청백계주의 기억이 되살아 나더군요.
이제 옛 상처를 잊고 포항스틸러스의 코치의 직함으로 지도자로
데뷔한 그에게 많은 발전이 있기를 기원해 봅니다.
하석주 화이팅!
덧글) 삼성의 이선희코치도 생각나네요.
원년 오비의 김유동 선수에게 맞은 만루홈런 한방으로 항상
'비운의 투수'로 이름지어진..
작년의 삼성우승으로 그간의 마음고생을 좀 덜었는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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