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ter ego


세상 만물이
회심回心으로 인내한 끝에
탄생한 계절
평온한 오후 날씨가
무지갯빛으로 감싸인다

내 누이는 바둑을 좋아했다
그것에 모든 것 바친
반상의 전사
마치 어디에서든
'사각의 틀'을 전망하는 그녀의
두 눈처럼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색감을 정리하는 수고를 누이에게 부여했다
지상의 그녀에게 주어진 유희 혹은 형벌
하지만 고뇌도 잠시, 무형無形의 우주로 그녀는
사다리를 타듯 올라가려 하였다
그것이 누이의 인생, 그의 고독한 숨

나는 여전히 그녀의 주소를 물어보네

「인생이 먼전가, 바둑이 먼전가.
그래요, 바둑이 인생이라면 꼭 한 판만 두어야 해요」

그녀가 혼자 부르던 노래
차라리 유행가처럼 듣고 싶었네

「말을 해 줘」

누이는 억지로 기억을 되살리듯
마른 침으로 내 부탁을 돌려보내며
대답 대신 여기 한숨을 만들었다

세상에 초록으로 물드는 삶의 색채

맑은 날엔 인연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