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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참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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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 七단 |
 의뢰인 (아마4단) |
| 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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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마추어 기전을 목표로 열심히 공부중인 사람입니다. 이 대국은 프로 사범님과의 지도기였습니다. 치수는 정선이지만,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닌 배우기 위한 대국이었기에 저는 호선이라고 생각하고 두었습니다. 초반에 덤에 대한 부담도 있었고, 모양 바둑을 피해서 판을 잘게 쪼갤 의도였기에 흑5로 우하귀를 굳히지 않고 곧바로 좌하에 두었고, 흑19는 배석상 바깥에 젖히면 조금 중복이 될 거라고 판단해서 둔 수인데 백28의 변화 이후 그리 좋게 흘러가지는 않았습니다. 초반에 조금 말려서 차선책으로 더 넓은 쪽을 택하기로 했는데 백54·56의 쌍두점머리 이후 백58·66으로 좌상귀에서 네점을 잡히면서 망한 것 같네요.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백88이었습니다. 언뜻 보기에 좀 얕은 듯해보였지만 너무 자신 있게 두시니 당황해서 한동안 다음 수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한시간 2시간 중 남아있었던 50여 분을 전부 다 쓰고서 흑89로 응수했는데 사실 이게 패착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분명히 여러 의도를 가지고서 둔 수이기는 하지만, 아직 제 실력이 그걸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고요. 상대의 수를 읽는 능력도 너무 약했던 것 같아요. 그 후로는 초읽기에 쫓겨서 실수도 많이 하고, 잡으려던 대마도 놓아주고, 귀의 사활까지 곤란해지면서 결국 돌을 던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고구려의 명장 을지문덕은 수의 장수 우중문을 맞아 싸울 때 이런 조롱의 말을 했습니다. 神策究天文, 妙算窮地理(그대의 신기한 책략은 하늘의 이치를 다했고, 오묘한 계획은 땅의 이치를 다했다). 제가 바로 그 우중문이 된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바둑을 누군가에게 제대로 배워본 적은 없지만, 매일 혼자 현현기경같은 책을 읽고 프로들의 기보들을 보며 독학하면서 그래도 일반인 치고는 바둑을 잘 한다는 소리를 제법 들었습니다. 타x젬 등 인터넷 바둑에서도 9단을 달고 있어서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요즘 바둑을 두면 둘 수록 보이지 않는 벽 같은게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바둑에 대한 열정으로 지금까지 노력해왔는데, 제 한계는 결국 여기까지인 걸까요? 이현욱 사범님께 진지한 조언을 구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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