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의 베란다, 바둑이야기18
컴컴한 베란다에서 샷시 창 을 조금 열곤 담배를 피워든다.
찬바람이 휙 몰려오는 느낌에 담배를 푸근히 피워보려던 여유로움은 움츠러들면서도
담배연기 속에 오늘 하루도 마무리되는군..
매일의 같은 의식을 치룬다.
병원에서의 강도 높았던 업무 에 보상 은 만사를 잊어 젖힌채 퇴근 후 꿈의구장(기원)에서의 수담..
"멋진 기보를 남겨봐야죠~" 강 원장은 웃으며 편 바둑의 상대로 대국을 시작한다.
어젯밤 투자자문사 사장이라는 윤선생과 강 원장 박8단 등 몇 명이 맥주를 마시며 서로의 기풍과 기력에 대하여 갑론을박하며
다들 내가 왕년에는 하며 프로들과 아마강자들의 이름을 끌어대며 자기 바둑의 유서깊음과 소싯적 업적(^^)들을 자랑하던끝에 결론은 결국 한판한판 최선을 다하는 바둑이 가장 멋있는것 아니냐~는 것 이었다.
컴컴한 베란다 저 건너편으로 보이는 앞동은 복도식 아파트의
출입문 쪽이다. 컴컴한 복도에서도 빨간 불빛들이 여럿 보인다.
에구 저 불쌍한 친구들은 베란다에서도 쫓겨나서 아예 집밖현관으로 나와서 피는군^^ 저기는 더 추울텐데..
오십보 백보 라던데 그래도 울마님의 아량에 감사드리며^^
오늘은 바둑 둬도 담배는 말아봐야지 했던 것을
강원장과 마주 앉아 흑선포석을 몇수해 나가며 벌써 자연스레 피워문다.
"흑선바둑은 주도권을 유지해나가려면 신수나 정석등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더 어려운 것이다"라던 전자랜드배 를 우승하고 9단이 된 보급기사 김성룡9단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집에서처럼 눈치보지않고 담배를 피울수잇어 바둑을 즐기는 것인지 바둑에 몰입하다보니 담배를 더 가까이 하는것인지..
반상은 초반소목 높은 두칸 걸침 정석에서 비틀린 것이 전판의 전투로 번져간다.
평소기풍은 얌전한 실리의 정석바둑인 강원장이 좋은 기보를 남겨보자며 시작했는데 이리 큰 난전이 됬으니 역시 내가 문제인가 보군..
베란다의 어둠속에서 생각을 해본다. 담배를 피우며..
왜 끊치를 못할까?
대구 지하철 참사때 비명에 간 분들의 모습을 티비 화면에서 보며 저들이 얼마나 맑은 공기를 갈망했을까 그 순간에..
폐 속에 치명적인 연기로 질식사 하는경우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별생각을 해보며 끊으려 무던히도 애를 썼건만 이제껏 끊치를 못했지.
어려서 중학때 기원에 가면 담배연기가 싫었던 기억도 해본다.
욕하며 배운다더니 못된 시어미 밑에서 고생한 이가 며느리 채근은 더한다더니.. 소싯적 배운 바둑은 깊은 생각에 몰입하는 도구로서 누구처럼 대국 전에 장미 두갑을 준비 하던것인가?
강 원장은 특유의 장고에 돌입한다.
약80집 짜리 대마몰살의 피차 난전의 패싸움이다. 바둑이 초반에 끝나려는지..
유려한 바둑을 두어야 하는데 어젯밤에 맥주집에서 예기한 것은 전부 공염불이었군^^ 편 바둑 다른조 세 팀은 이미 모두 끝나고 우리대국의 결과를 기다린다.
마음속으로는 자기편이 이기기를 기다리며 대형전투인데도 아직 바둑판 반 이상은 비어있으니 오래 걸리겠다며 다시 조를 짜서 편 바둑을 시작한다.
그네들이 두 판을 더 두고 올때쯤
반상은 마무리 단계이다. 대형패싸움은 절충으로 끝나고 비어있던 반쪽은 하변 전투를 유도해서 상변을 무난히 마무리 짓고 피차 사석이 4~50개가 넘는 전투의 마무리는 의외로 4집 차이다.
정말 간신히 이겼군!
두시간반 정도 걸렸나?
강 원장은 침통한 표정이다.
초반 우세에 대마를 칠십여 호 짜리를 잡았나 했는데..
역시 끈적끈적함과 난전 뒤집기 의 모든 손속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인가?
내용면에선 부끄럽지만 어쨌든 이겨낸 저력이 평생의 공력인가?
담뱃갑을 여니 이미 거의 비어있다!
베란다 밖의 저편 휘황한 불빛들은 새로운 건설현장과 아파트들 상가들 의 군락이다. 끊임없이 변해가는 길과 지형. 사는 모습!
발전을 추구 하는 것이지!
세운상가의 아파트 라는 것이 처음 선 보였을때 가서 놀랐던 기억!
여의도에 아파트군이 들어서기 시작할 때 주택에서 이사와 처음 살며 좁다고 느꼈던 66평형.
워커힐의 77평형은 사격선수권대회의 선수촌으로 차음 쓰였다더니 전기냉방기가 신기했었지.
잠실시영아파트 13 평을 처음 내손으로 사곤 기뻐서 회사점심시간에 몰래 처음생긴 전철을 타고 가서 연탄을 갈아놓고 오던 기억!
잠실에서 20여년을 살던 주공고층아파트!
이제 이사 온 신시가지 아파트!
아파트 베란다 마다 서서 피던 담배는
평생 벗인 바둑과 늘 함께 이었던가?
이제는 정말 끊어야겠다!
바둑을 한 치수 더 늘리기 위해서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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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