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사정으로 소설이 지연되었습니다. 더 지체하기보다는 일찍 마무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초고의 소설 뒷부분 전체를 수정없이 올립니다. 소설에서 '크크'는 혜빈의 별명입니다. 죄송합니다.당분간 긴 이야기는 적을 여유가 없을 것 같습니다. 거듭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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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사를 항하여
A시에 있는 부연사라는 말은 너무나 막연한 것이었다. A시가 시중에서 가장 작은 축에 드는 시이긴 했지만, 시의 최외각에 있는 부연사를 찾아가기 위해서는 시외터미널에서 1시간은 더 버스를 타고 가야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내려서 마을사람들에게 물어본 결과 '산 넘어에 있다'는 황당한 대답을 들었다. 부연사가 있는 마을까지 자가용이 겨우 다닐수 있는 길이 나있기는 하지만, 경사가 심하고 마주오는 차를 피할 길는 임도(林道)여서 보통 숙련되지 않고는 운전해서 갈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을에 있는 유일한 트럭도 읍내에 나가고 현재 마을에는 차가 없다고 했다. 걸어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길이어서 그쪽 마을 사람들이나 이쪽 마을 사람들 모두 늘 그 산은 걸어서 다닌다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우리 15명은 산을 걸어서 올라가야했다. 산을 올라가는 우리는 분명 차가 갈수 있는 폭 2미터 가량의 임도를 따라 오르고 있었는데 산에서 아래로 보는 출발지의 마을은 그렇게 멀게 보이지 않았다. 산 중턱 정도 오른 후에는 아무리 걸어도 더 높이 올라가지 않는 것 같았다. 일행은 점점 지치기 시작했다. 우리는 엠티를 겸해서 왔기 때문에 상당량의 짐을 가지고 온 관계로 충분한 식량과 잠을 잘 수 있는 텐트 등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기는 했지만 짐의 무게는 그만큼이나 무거웠다. 또 기차에서 잤다고는 하지만 흔들리는 기차안에서 잔 것이 피로를 완전히 가시게 할만큼 충분하지는 않았다.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15명은 회의를 하기 시작했다. 현재 3시30분이니까. 마을 사람들의 말대로라면 조금만 더 걷는다면 마을이 있을 것이다라는 의견과 뭔가 길을 잘못 들었든지 아니면 1시간이라는 시간은 늘 다니는 마을사람들의 기준일 뿐 우리가 가면 2시간 이상 걸리는 먼길일지도 모른다는 두가지 의견이었다.
현재 4학년 4명(최강고수 경수, 원호, 대오 外1), 3학년 1명(영탁선배), 2학년 7명(회장 진우, 부회장 장훈 그리고 나머지 5명), 1학년 4명(수호, 2장, 그리고 나)이었다. 처음에는 15명이 뒤죽박죽 이야기를 시작했으나, 먼저 1학년들의 말수가 줄어들더니 자연스럽게 학년별로 이야기를 하게되었다. 1학년들은 힘들어 죽겠다는 이야기가 주된 이야기였지만 2학년들은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는 반응이었고 회장 진우선배와 영탁선배는 서로 소근소근 뭔가를 이야기를 했고 그것은 아마도 1-2학년들이 동요할까봐 조용히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1-2학년들은 별로 궁금해하지 않았다. 별로 자신들의 상상 이상의 이야기가 오고가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기때문이다. 그리고 4학년 선배들은 모두 담배를 피기 위해서인지 일행과 멀지감치 떨어져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1-2학년들만의 추측일 뿐이었다.
"진우야!"
"왜요? 영탁 선배"
"뭐 좀 이상하지 않냐?"
"글쎄요. 산을 못 올라가고 있는 것 말고는..."
"내가 유심히 봤는데 이상해. 우리가 같은 장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아닐 수도 있지만, 저소나무가 이상해. 많이 본 것 같거든. 저런 종류의 소나무는 아무데나 있는 것이 아니야. 천연기념물이거든. 일명 황금소나무라고 불리는 노란빛깔의 금강소나무는 울진에 군락지가 있고 전국 다른 곳에서는 거의 볼수 없는 수종이거든. 산을 오르는 것이 힘들어서 나무를 보고도 내가 말을 안했는데 저것이 우리가 지칠만하면 나타난 것 같아. 아마 같은 나무 인 것 같아. 그래서 추측컨데 우리가 계속 같은 곳을 돌고 있는 것 같아. 보통 산에 가면 그런 이야기 많잖아. 밤새 길을 잃어 헤맸는데 한 군데를 돌았다는..."
"그런 건 소설에나 있는 이야기 아니에요? 괜히 기분 이상해지게 그런 이야기하지 마세요"
4학년 선배들은 담배를 다피웠는지 우리에게로 와서 아주 간단한 결론을 이야기했다.
"지금부터 조를 나눌 것이니까 어느 곳에 갈 것인지 일단 생각해봐. 일단 소수 몇 명은 큰짐은 두고 산을 정찰조 역할로 올라간다. 그리고 힘들어서 도저히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래 마을로 내려가서 기다린다. 그리고 나머지는 본대로 선발대를 기다렸다 선발대가 길을 찾으면 같이 올라가고 선발대가 길을 찾지 못하면 같이 마을로 내려가서 먼저 내려간 사람들과 합류한다. 어때 간단하지?"
"역시 해병대 갔다온 선배는 다르구나."
영탁 선배가 말했다.
"역시 고참은 고참이야."
그래서 결정이 난 것이 4학년 선배는 각2명씩 선발대와 본대에 나뉘어 졌고 3학년 영탁선배와 2학년 4명, 그리고 나와 수호는 본대에 포함되었고 몸이 좋지 않다던 2학년 3명과 하산 인솔자로 부회장 장훈선배, 그리고 1학년 2장 태우가 하산하게 되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선발대 2명, 본대 6명, 6명으로 적당하게 흩어졌다. 짐도 재분배 했으며 선발대는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올라가는 것으로 선발대의 짐과 본대의 짐은 본대가 맞고 하산자는 여유분의 식량은 본대에게 주고 불필요한 물건만 챙겨서 내려갔다.
선발대의 경수 선배와 원호선배는 먼저 길을 나섰다.
본대와 좀 떨어지자 경수선배는 원호 선배에게 자신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원호야 저돌 치워! 그리고 저쪽에 있는 불조심 표시도 치우고 저쪽에 있는 썩은 나무 둥치도 치워!"
"오케이~~"
돌과 불조심표시, 썩은 나무둥치를 치우자 30미터 앞쪽길의 모양이 조금 변했다.
"뭐야 이거? 경수야 이거 왜이래? 뭔일이 일어난 거야?"
놀란 듯이 말했다.
"뭐긴 진이지"
"진이라고?"
"응, 누가 여기로 못오게 하고 진 쳐놓은 것 같아. 진이라는게 단순히 물건의 배치만 해서 길이 바뀌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물건에 기나 주술 등을 이용해서 물건 고유의 기 이외의 에너지를 가지게 하면 그것은 이웃한 자연에 영향을 미치거든 그러면 착시현상을 일키는 구조도 만들 수 있는거야"
"너 그런 걸 어떻게 아냐? 평소에 사서삼경을 읽는 것은 알았지만, 그런 책에 이런 것도 나오냐?"
"당연히 안나오지. 내가 그런 책만 읽었다고 생각하냐? 그리고 조심만 관심을 기울이면 저런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어 이렇게 양지 바른 산길에 썩은 나무 둥치가 있다는 것도 이상하고 저돌에 이끼가 낀 것도 이상하고 불조심표찰이 너무 깨끗하지 하잖아. 아무리 새로 달았다고해도 저렇게 먼지 하나 묻지 않을 수야 없는 것 아니냐? 그래서 짐작을 한 것인데. 맞나 보네. 하하하 하여간 올라가 보자."
조금은 단순한 원호선배는
"에잇 모르겠다! 그건 모르겠고 그런데 이건 왜 내가 치워야됐냐?"
"머리 쓰는 사람이 있으면, 몸을 쓰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냐?"
"뭐라고?"
벌써 모든 것을 잊어버린 원호선배는 진에는 관심을 잃고 경수선배가 자신을 부려먹었다는데만 화가 나서 쫓아갔다.
진우는 조용히 영탁선배만 들리도록 살짝 이야기를 했다.
"영탁 선배. 그거 어떻게 된 것예요?"
"히히... 내 전공 아니냐? 그런 것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내가 잠시 손 좀 봤지"
진우는 짐작을 했다는 듯이
"그거 형이 만들었을지 알았어요."하고는 조금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
본대의 사람들은 짐을 풀어야할지 내려가야할지 고민을 하는 통에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저 손아래의 마을을 보면서 먼산을 보면서 서로의 이야기만 하고 있었다.
"이거 해질 때 다되어 가는데 왜 아무도 안오는거야?"
"쩝.. 더워 죽겠는데 무슨 해가 져요? 아직 시간 많이 남았구만"
"참 이선수!~ 그래서 신입생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느다니까. 여기 산이잖아. 그리고 여기가 얼마나 깊은 산골인지 버스타고 오면서 안봤냐? 아마 버스가 산중턱까지 오지 않았다면 입구에서 마을까지오는데 하루종일 걸어야됐을꺼야."
"산입구에서 버스로 40분밖에 안왔는데 무슨 하루종일이예요?"
"너참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인생을 헛사는구나"
"아니!~ 그~렇!게!~ 심한~~말을~~"
아옹다옹하는 진우선배와 수호의 이야기는 이제 개그가 되어가고 있었다.
"서울에서 대전까지 버스타고 몇시간 걸리냐?"
"두시간요"
"서울에서 대전까지 걸어가면 얼마만에 갈 수 있을 것 같냐? 하루만에 갈 수 있을 것 같냐"
"글쎄요~~ 몇날며칠 걸리겠죠"
"그러면 버스로 40분 오면 걸어서 얼마가 걸릴 것 같냐?"
"그래도 오는 길에 쭉!~ 창밖으로 봤는데 몇킬로 안되는 것 같던데요?"
"니하고 말이 안통한다!~~ 속 터져~~ 산길 40분 버스로 온 걸 함 걸어봐라... 얼마나 힘든가? 산에서 달랑 2km라고 적혀있는 곳 함 올라가바라... 아니면 백두산 몇킬로미터냐? 왜 이리 감각이 없냐?"
산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상쾌하기 그지 없는 바람이었다. 그것은 경수와 원호가 진을 깨는 통에 진에 갇혀 내려오지 못한 바람이 이제 자유롭게 관통하기 때문에 부는 바람이었다.
"바람도 시원하게 부는데 재미있는 이야기해주까?"
"너 귤중지락에 대해서 아냐?"
"글쎄요~!~ 그런 고사도 있나요?..."
"역시 가방끈이 짧으면 안돼... 배워라 배워~~"
재미있는 이야기 것에 마음이 동한 후배들은 영탁선배 주위로 몰려들었다.
이야기가 끝이 나자, 별 것 아니라는 반응에 영탁 선배는
"어떻게 귤속에서 바둑을 둬요? 아마 귤 까먹으면서 바둑두는 것은 몰라도..."
"아마 귤 까먹으면 바둑두다가 심심해서 만들어낸 이야기 일꺼야~~"
"이야기가 다 그렇지 뭐~~ 하하하"
영탁선배는 웃고 넘어갔지만
"그래도 혹시 아냐? 귤먹을 때 잘봐라~~ 귤속에 사람들어 있을지도 모른다"라고 한마디 더 붙혔다.
"애들아~~` 가~~~!자~~~"
"왜이리 오래 걸렸어요?" 원호선배가 내려오고 있었다.
"길 찾았으니 이제 가면된다. 경수형은요?"
"내려갔다가 올라오기 힘들다고 먼저 마을로 가서 기다린단다"
"얼마나 가면되요? 아마 30분만 가면 될 것 같아"
"바로 옆에 있었네요"
"응"
"길은 어떻게 찾았어요?"
"경수가 금방 찾던데... 난 몰라... 경수가 뭐라고 하긴 했는데..."
산을 넘어가니 꿀을 치기위해서 벌통을 보고 있는 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 혹시 학생하나 못봤어요?
응. 안그래도 먼저 부연사로 간다고 말하면서 갔어.
벌써 산에는 해가 지고 있었다.
그래도 일정에 관심이 있는 것은 회장인 진우뿐이었다
"여기서 부연사까지는 얼마 걸여요?"
"응 한시간"
"어떡하지?"
그들은 일단 짐을 풀기로 했다.
산을 하나 넘어 왔지만 그동안 아무 것도 먹지 못한 일행은 더 가는 것을 포기했다.
일단 밥을 먹고 생각하자는 것이 중론 이었다. 회장 진우도 억지로 더 가는 것은 힘들겠다는 생각에 짐을 풀기로 했다. 짐은 벌치는 아저씨에게서 멀지 않은 평평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자리르 잡다보니 이미 텐트도 치게되었고 밥을 할려니 모든 짐들이 다 풀리게 되었다.
그리고 일행중 몇 명은 이미 텐트 속에서 잠을 자기 시작했고 그나마 기력이 있는 사람들은 밥을 했다. 밥이라봐야 간단한 찌개와 카레라이스가 전부였다.
밥을 먹고나자 벌써 깊은 밤이었다.
-계속-
(4)부연사
경수는 부연사를 보자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절이 너무나 쇄락되어 있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런 절이 있었던가 할 정도로 낡아있었다. 원래 절이라는 것이 종교적인 생활을 하는 스님들이 기거하는 곳인 탓에 어느 가정집 못지 않게 깔끔한 것이 특징인데 말이다. 절에는 특이하게 감나무와 목련 그리고 모과나무가 심겨져 있었다. 그렇게 오래되지 않은 것이 천년고찰이라는 부연사의 내력을 무색하게하고 있었다. 그는 이것이 진을 위한 도구인 것까지는 알 수가 없었 던 것이다.
천년고찰이라면 몇 아름이나 되는 나무들로만 되어 있을 것 같은데 이제 한참 열매를 맺는 과실 수라니... 그는 저번에 가본 적이 있는 봉정사를 떠올렸다. 몇십미터나되는 거목의 감나무. 그리고 그나무는 나무가 오래된 탓에 탁구공크기로만 감이 열리고 있었다.
"계십니까?"
"..."
'어떡해야하나? 그냥 들어가야하나?'
문을 밀었지만 절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거 뭐야?' 절문은 분명 가로질러져 있지 않은데 열리지 않았다. 그렇다고 뒤에 돌로 바쳐서 있지도 않았다.
경수는 절문을 한참이나 봤다. 그리고 문을 두드려보았다. '똑~' 손으로 살짝 쳐봤다. 그리고 좀더 세게 주먹을 쥐고 쳐봤다.
'읔' 손으로 살짝 쳤을때는 나무와 같이 퉁퉁 퉁기는 느낌이었는데 세게치는 마치 돌을 치는 것과 같았다. '이거 진을 쳐놓은 문이잖아. 에잇 뭐 이런 것이 있나?'
문을 자세히 보자 문에는 칼로 긁은 자국이 있었다. 희미하긴 했지만 몇번보자 눈에 확연히 들어왔다. 이거 사활이잖아.
'금환탄작세(金丸彈雀勢-황금탄환으로 새를 쏘다)? 이런 사활을 아직도 푸는 사람이 있나?'
금환탄작세의 사활은 너무나 쉬운 사활이었다. 달랑 흑돌 5개와 주위를 들러사고 있는 백돌로 구성되어있었다. 이 사활의 묘미는 '패'를 피하는 것이 맥이었다. 너무 쉽게 잡으러가면 덜컥 패가 나는 것이었다. 아주 고전적인 사활이었다. 요즘의 사활은 실전정석에서 일어나는 모양을 기본으로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었다.
백선흑사의 맥을 손가락으로 짚자 문은 잠시 시야에서 희뿌여지더니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
'소무환조세(蘇武還朝勢-오랑캐에게 잡힌 소무가 19년만에 살아 돌아오다)'
처음 사활을 푼 것이 너무 기분이 좋았던 것일까? 아니면 처음부터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인가? 과욕을 부린 것일까? 흑선의 사활에서 백을 잡으러 간 까닭은 왜일까? 경수는 궁도안에 있던 백을 잡는 수를 보고 착점하였다 틀리고 말았다. 이사활은 흑선패의 모양이 최선이었으나 과욕으로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경수가 착점을 하자 문의 모양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고 모양은 첫문제인 금환탄작세의 모양으로 돌아와 있었다. 경수의 눈이 그것을 확인하자 말자 경수의 발밑은 갑자기 물렁해지더니 경수를 빨아드리고 말았다.
"기마는 아니군!"
"..."
"당신은 누구요? 누군데 나의 집을 찾아와서 난리를 피우는 것이요?"
경수는 어떻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20대초반의 젊은이가 너무나 준엄하게 꾸짖는 탓에 놀라기도 했고, 자신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도 없었을뿐더러 처음보는 사람에게 자신을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 부연사라는 곳으로 엠티를 온 대학생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누구십니까?"
경수는 경직된 어투로 되물었다.
"... 글쎄... 난 여기서 살지... 지금은 여기서 기마를 잡고 있는 중이고.... 뭐 설명이 되겠나?"
"글쎄요....잘...."
"일단 몸이 상한 것 같으니 내실로 들어가세. 시간이 많지 않아..."
내실로 들어오자 그는 경수를 눕히고는 몸위를 손바닥이 닿을 듯 말듯하게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훑듯이 지나갔다.
"별로 많이 상하지는 않았군. 그곳에 사람이 빠지는 것은 첨인데 말이야. 사람도 조금은 상하는군. 그리고 음... 자네도 조금은 기를 가지고 있군. 얼마나 수련을 했나?"
"네. 6년정도 되었습니다....만..."
"6년 축기를 한 것이 6일한 정도 밖에 없으니 시간 낭비만 했군. 일단 몸 상한 것만 고쳐줄테니 6일짜리 기가 손상당한 것은 아까와하지 말게. 달랑 6일짜리 가지고. 그리고 손상당한 기는 더 수련해봤자 나중에 주화입마에 걸리기 쉬우니 차라리 내가 지워줌세 "
"읔"
경수가 비명에 가까운 외마디가 나오자 말자
"끝났네"
경수는 그동안 너무나 애지중지하던 기를 다잃어버렸다. 그동안 시간 날때마다 밤낮으로 수련하여 겨우 쌓아둔 보물1호인데. 그것이 한순간에 없어지고 말았다. 6년의 수련 덕에 조금이나마 지감을 할 수 있어 낮과 같이 진도 발견할 수 있었는 것인데 말이다.
"아까운가?"
"네..."경수는 내심 못마땅할 수 밖에 없었다. 기를 손상당한 것도 생각해보면 상대가 쳐놓은 이상한 진때문인데 말이다. 그마음을 읽었는지
"6일짜리 기라고 하지 않았는가. 손을 줘보게"
갑자기 그의 손을 타고 들어오는 기는 강물과 같았다. 경수는 이때까지 자신의 기를 겨우 한바퀴 돌려도 실낫같은 흐름으로 어렵게 어렵게 돌렸는데, 그의 손을 타고 들어온 기는 1초도 안되는 사이에 자신의 전신을 돌고 시원한 느낌만 남기고 나가버렸다. 이렇게 되자 경수는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하여간 증거를 보여 줘야 말이 없다니까... 홀!~~ 자정이 될 때까지 시간이 멀지 않았으니 서둘러야겠다."
"얘들아 밤도 먹었으니, 이제 슬슬 바둑이나 두어볼까?"
영탁 선배는 후배들과 바둑을 둘 작정이었다.
그러나 4학년 선배 3명은 심정은 그렇지 않았다. 돌아온 원호의 말을 자세히 들은 선배들은 경수가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경수가 평소 남들과 조금 다르긴 해서 경수가 그런 진을 봤다는 것은 그렇게 신기하지도 않았지만, 과연 누가 그런 진을 쳐놓은가 하는 것이었다. 진을 쳐놓은 사람의 생각을 짐작컨데 그것은 단 한가지 밖에 없었다. 누가 자신이 있는 곳으로 오는 것을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을 찾지 못하게 해 놓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오지 못하게 하고 싶은 것일까? 그것은 두가지 이유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그냥 조용히 살고 싶어서가 아니면 사람들이 보지 않았으면 하는 것을 하고 있는 것일테다. 산에서 길을 잃게하는 것으로 봐서는 첫 번째일 가능성은 조금 약해보였다. 산에서 길을 잃는다는 것은 잘못하면 큰사고를 일으킬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길을 잃어 산에서 밤을 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자 경수를 찾아야한다는 것에 의견이 모아졌다.
일단, 사람들에게 알려야된다고 생각했다.
"영탁아. 애들에게 이야기해주어라. 네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네? 전부요?"
영탁은 토끼 눈을 하면서 물었다.
"응.그래"
영탁은 선배들에게 입모양으로만 다시 물었다.
'그걸 어떻게 준비한건데요?"하며 금붕어처럼 입을 봉긋봉긋했다.
"알아. 어쩔 수 없다. 비상사태같다. 일단 네가 먼저 이야기를 해줘라 그다음에 다시 추가로 내가 설명할테니까"
"그래요. 이야기하죠. 영탁은 굳은 얼굴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거 다 거짓말이야. 물바둑 선배 이야기도 거짓말이고, 엠티를 물바둑 선배 찾으러 간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야. 사실은 후배들이 바둑을 좀 잘두었으면하고 지어낸 이야기야. 선배들이 그것을 제안했고 진우랑, 나랑 진행시킨거야. 그래고 엠티는 좀더 재미있게 하기 위해서 그이야기를 집어 넣은 것이고 좀 더 이야기를 믿게 되면 바둑 실력이 꾸준히 늘 것 같기도하고 말이야. 그리고 경수선배는 미리 부연사에 가서 그 증거를 만들거나 미래 스님에게 이야기해두려고 간거야. 이게 다야."
1,2학년들은 어리둥절해했다.
"정말 거짓말이예요?"
영탁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4학년 선배는
"아니야. 사실이야"
"원래 예전부터 내려오는 이야기야. 그이야기는 처음엔 모든 사람이 알았지만, 그당시 알던 사람들은 우리 기우회에 이상한 이야기가 내려오는 것을 걱정해서 침묵하기로 한 것이지. 나쁜 일은 아니지만, 그런ㅁ 이야기를 처음 듣는 사람들은 거부감을 가질 것이 틀림 없고 그렇게 되면 점차 명맥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었지. 대신 그이야기는 1급의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게만 전해졌지. 1급이 되면 바둑에 대해서 어느정도 눈을 뜨게 된 상태이고 그이야기를 알아도 기우회를 떠날일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지."
다른 선배의 이야기가 계속되었다.
"그리고 이야기는 우리 동기들도 모르겠지만 영탁이가 위조한 것도 사실이다. 분명 메모는 없어졌고 노트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부연사로 찾아오라는 내용도 사실이런 것이지. 내가 신입생으로 처음 입학했을땐 아직도 그 당시의 선배들이 졸업을 하긴 했지만 많이 놀러왔거든. 가끔씩 놀러와서 술도 마시고 바둑도 두고 갔지. 그날따라 끝까지 남게 되었는데 우연히 이야기를 듣게 되었지. 두선배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두고 설왕설래했고 언제 부연사로 찾아갈 것이냐는 등의 이야기를 술김에 했지. 아마도 그때이후 경황이 없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때의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야. 그래서 벌써 20년이 지난 것이지."
"그래서 말이지. 경수가 위험해 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그때의 일이 사실 같거든."
"그러면 부연사로 오는 것은 우리가 초대 받은 것이잖아요. 그런데 뭐가 위험해요?"
"글쎄 느낌이 좋지않아. 모든 것이 사실이라면 경수가 돌아와야하거든. 그리고 우리를 길 잃게 만들 이유도 없지. 그때가 사실이더라도 시간이 많이 지났잖아. 상황이 변했을지도 몰라."
그때 갑자기 다급한 외침이 들였다.
"수호가 없어졌어!"
"뭐?"
"수호는 어떻게 된거야?"
영탁 선배가 말을 했다.
"그냥 저랑 같이 화장실을 가려고 조금 떨어진 곳으 가고 있었는데, 그냥 절 쪽으로 계속 뛰어가버렸어요. 멈추라고 아무리 말했지만 나의 말은 전혀 들리지 않는 듯, 마치 급한 볼일이 생각난 사람처럼 가버렸죠."
사람들은 난감해졌다. 수호를 찾으러 갈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그냥기다릴 수도 없었다.
"아니 자정도 되지 않았는데 오늘따라 왜이리 일찍 오려는 것이지."
"뭐가요?"
"기마(棋魔)"
"네? 바둑귀신요?"
"응. 그래 나는 그동안 바둑 귀신을 잡으러 다니고 있었지. 그리고 여기는 나의 본거지고. 그런데 엠티온 대학생이라고 어느 대학이냐?"
"신북대요. 그런데 왜 말 놔요?"
경수는 그동안 찜찜했던 기분을 실어서 말했다.
"대학생이라며? 나보다 한참 어리겠구만?"
"아까 대문에서 한문제 푼 것보니 바둑은 둘줄 아는가 보더군. 몇급두냐?"
"씩씩... 얼굴을보니 나보다 10살은 어리겠구만..계속 반말이예요?"
"너 혹시, 신북대 기우회 아니냐?"
"맞자요."
"그래 한 대 맞아라!~ 딱!~"
"왜 때려요?"
"신북대 기우회라며? 넌 선배도 못알아보냐?"
"혹시.... 물바둑 선배?"
"그래 임마!~ 그래도 20년이나 지난 별명인데 니가 부르기에는 '물바둑'은 좀 심하지 않냐?"
"그런데 어떻게 얼굴이..."
"내가 좀 동안이지. 하하하"
사실 물바둑선배는 전혀 늙지 않은 것이다. 그때 이후 나이를 들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그의 기억은 대부분 돌아와서 다시 신선의 경지가 되었든 것이다. 물론 늙을 수도 있었지만, 지상에서의 일이 언제 끝이 날지도 모르고 마냥 늙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익숙한 얼굴이 자신에게 편할 것 같아서 그렇게 있었던 것이다.
"..."경수는 할말을 잃었다. 선배들의 이야기가 진짜라는 것도 환장할 이야기고 그이야기가 맞다면 지금 이사람이 하는 이야기도 진짜라는 것인데 임자 잘못 만났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얼굴에 난 상처를 봐서도 기마라는 녀석들이 만만한 상대가 아님을 알수 있었다.
"그리고 너 아까전에 기를 흘릴 때 보니 바둑 1급이 아니더만 거짓말하냐? 거짓말이 기력 향상에 제일 나쁘다"
"1급 맞습니다. 그건 제가 정한 것이 아니고 주위에서 1급이라고 해서 그렇게 말한 겁니다. 누가 바둑 급수를 자기 마음대로 정합니까. 맨날 지게..."
"세상 바둑 많이 약해졌군!~"
"쾅쾅쾅!~~"
"음..드디어 문이 부서지는군. 저문은 그렇게 쉽게 부서질 문이 아닌데, 오늘은 부서지고 말겠군."
문제를 풀다 화가난 기마가 문을 부수려하고 있었다.
"왜? 문을 부수려하죠? 담을 넘어 들어오면 될텐데..."
"기마의 특정상 그런거야. 기마는 2차원적이야. 담을 넘는 것을 생각할 수 없어. 그냥 문을 열고 들어오든지 아니면 문을 부수고 들어와야해. 아니면 담을 부수든지. 담이고 문이고 모두 내가 진을 쳐두었거든. 문이 담보다 부수기 쉽듯이 진 또한 출입구가 부수기 쉽지. 그래서 문을 부수려고 하는거야."
"그런데, 이때까지 기마를 잡아오셨다면서요?"
"왜?"
"그럼 오늘도 기마를 잡을 수 있겠죠? 오늘 기마 잡는 것 구경하겠구나!"
"오늘은 장담하지 못한다. 여기는 나의 본거지야. 이때까지는 세상의 기마를 잡아다가 여기에 가둬놨지. 여기는 나의 성이자 저들의 감옥이지. 그런데 저 기마가 여기에 스스로 찾아온 걸 보면 쉽지 않을꺼야. 그리고 문에 쳐둔 진은 여기에 잡아둔 모든 기마가 빠져 나가지 못할 정도로 강력 한 것으로 나의 기와 같은 수준의 방탄력을 가졌지. 오늘은 좀 이상해."
문은 쾅쾅쾅!` 처음엔 북소리 정도 였으나 점차 커지더니 이제는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나고 있었다. 고막이 찢어질 정도의 굉음이 나고서야 문이 터져버렸다.
물바둑 선배는 조용히 그광경을 보고 있었지만, 경수 선배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기마는 다름아닌 수호였던 것이다.
"수호야!" "수호야!"
"소용없다. 지금 저애는 몸의 제어를 하지 못한다. 기마가 저애 속에 들어있어!"
"오랜만이군. 나를 놔주었으면 그만 그냥 둘일이지 왜 못살게 구는가?"
"하하하... 그건 나의 실수였네. 그래서 잡으러 다니는 것이지."
"가만히 있었으면 세상의 반은 나를 놔준 대가로 지불할 수도 있었는데..."
"과히, 너의 그런 세상을 받고 싶진 않군!"
이야기하는 사이에 수호의 몸은 점점커졌고 이제는 키가 4미터나 되었다. 점점 기마 본래의 모습으로 변해갔다. 이제 수호가 기마 속에 있는 꼴이 되어버렸다.
"큰일이군. 몸이 변하기 전에 공격을 했어냐하는데..."
"받아라!~ 봉탄신공!~"
물바둑선배의 손에선 흰기운 알갱이가 쏱아져 나갔고
그기운 덩어리는 기마의 몸에 명중하였으나, 기마는 한걸음 뒤로 물러났을뿐 그떡도 하지 않았다.
"봉탄~ 오탄신공!~"
다시 흰 기의 덩어리와 검은 기의 덩어리를 쏱아져냈다.
기마는 그 기운의 덩어리가 몸에서 터지기도 전에 이미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물바둑선배는 경수선배를 옆으로 쳐내고 겨우 피했지만, 이어서 오는 공격을 피하진 못했다. 입에서는 피가 났고 몸은 휘청거렸다.
"제가 뭐 도울일은 없나요?"
"방에 있는 바둑판을 가지고 와라! 쿨록..."
물바둑 선배는 급하게 몸에 있는기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때까지 싸워온 기마와는 차원이 다른 기마였던 것이다. 보통 기마는 봉탄정도로만도 쉽게 제압활 수 있었는데 물바둑선배는 기마가 바둑 실력이 있는 사람에게 들어가게되면 그힘이 놀랄만큼 늘어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수호의 바둑실력이 뛰어난 탓에 더 가공할 힘이 되었던 것인데 물바둑 선배는 그것도 모르고 수호가 다칠까봐 기마의 언저리만 공격해댔으니 제대로 먹힐 리가 없었다. 거대해진 기마의 중심에 있는 수호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 지 조용히 눈을 감은체 잠을자고 있는 형상이었다.
경수는 허겁지겁 방으로가서 바둑판을 가지고 왔다. 물바둑선배는 바둑판을 보자 몸을 치료해야할 기를 방출하기로 했다. 이왕 기마에게 공격당해서 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에 최소한 기마 하나를 더잡아서 하늘로 보낼 수 있다는 생각과 운이 좋으면 숨은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였다.
"평화혁성사무오반(平和奕聖四戊午盤)!"
물바둑선배는 지기와 상통하여 기마를 가두는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경수선배가 가지고 나온 바둑판에서 바둑의 361로가 떨어져나와 커지더니 기마를 감쌌다. 물바둑선배는 끓어 오르는 기혈 때문에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단전에서 시작된 소용돌이는 단전에서부터 엄청난 고통을 일으켰다. 어떻게든 기혈을 안정시켜서 제대로 돌릴려고 했으나 이미 기마의 공격으로 혈이 끊어져있어 혈을 치료하지 않고는 소용돌이치는 기를 다스릴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혈을 치료하기 위해 온갖힘으로 단전에 잡아두고 있는 기를 놓을 수도 없었다. 기를 제대로 돌리지 못하고 다친 혈로 나아가버리는 혈은 파괴되고 다시는 복구할 수 없기때문이었다.
물바둑선배는 아득해오는 정신을 실낫같이 잡으면서 단전의 기를 폭주하지 않도록 잡고 있었다. 그는 주화입마 직전의 상태였던 것이다. 그가 평범하게 기수련을 한 사람이었다면 벌써 주화입마 상태이겠으나 그나마 신선의 단계까지 올라갔던 인연이있어 쉽사리 당하지는 않고 겨우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물바둑 선배의 상황과는 다르게 기마는 이제 평화혁성사무오반의 그물에서 벗어 나고있었다. 물바둑선배의 기가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지기(地氣)와 감을을 시도했기 때문에 훨씬 약한 그물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선배!~ 이거 이중구조의 장난은 아니지?"
영탁선배가 말을 했다.
"이 작전에 대해 아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좀더 정예로 추릴려고 각본을 만든 것은 아니지?"
이어지는 말에 선배는
"지금 그런 상상을 하때가 아니야."
준엄하게 한마디하자 영탁은 입을 중얼중얼하며 말꼬리를 낮추었지만, 머리속에는 그 의심을 떨칠 수가 없었다.
"선배!~ 어떻게 되었던 경수선배와 수호를 구하러 가야할 것 같아요. 지금 이곳에는 우리밖에 없고 외부에 도움을 구하러 가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서 우리는 밀실과 같은 곳에 있는 것 같아요. 우리의 힘으로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조금전엔 경수 선배가 오고 있지 않을뿐이었지만 이제는 수호마저 이상하게 되어버린 것으로 봐서는 분명 우리는 위험에 쳐해있어요. 우리가 위험에 쳐해있지 않다면 휘험을 피할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이제 위험에 쳐했다면 서로도와서 같이 빠져나오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크크가 사람들에게 말했다. 크크는 평소와 다르게 냉정하게 그리고 침착하게 말했다. 모두 어리둥절해 있는 상태에서 크크가 차분하게 말해서 더욱 그렇게 보였는지도 모른다. 크크가 앞장을 서서 이렇게 말을하자 모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려워하던 모든 사람도 어쩔 수 없이 따라갈 수 밖에 없었다.
"수호가 없어진게 정확하게 언제지?"
"한 5분정도 지났을까예요?"
"왠지 늦으면 안될 것 같다. 우리도 빨리 출발해야겠다. 조명등과 그리고 간단한 짐만 들고 출발하자"
그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산을 넘어올 때를 생각하면 있을 수 없는 힘으로 달리고 있었다. 제일 앞에는 밤눈에 익숙한 경험이 있는 원호가 앞장을 섰고 처음에는 걷기 시작했지만 조금만 가면 있을 것 같던 수호를 따라잡을 수 없자 그들은 달린다고 해야할 정도로 빨리 절을 향해가고 있었다. 숨이 제법 찰 만도 할텐데 긴장을 한 탓인지 속도는 떨어지지 않았고 평소체력이 약한 사람들은 긴장감에다 혼자떨어지면 안되다는 두려움에 더욱 힘을 발휘하고 있었는 것 같았다.
이거 뭐야?
기마가 부서버린 문은 이미 다시 만들어져 있었다. 기로 만들어진 진인 탓에 담장에 쳐놓은 진에서 회복력을 발휘해서 다시 진이 형성된 것이었다. 실제 문은 없었지만 진만 다시 형성되어 그들의 진입을 막은 것이었다. 그리고 '금환탄작세'의 문제가 다시 그들 앞에 나타난 것이었다. 4학년선배 둘은 쉬운 문제라며 문앞에 서서 그 문제를 풀기위해서 착점을 했으나 바로 틀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은 땅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쉬운 금환탄작세의 문제를 풀지 못한 것은 단순한 사활이 아니라 진에 형성된 문제였기때문이었다. 진에 형성된 문제는 진와 더물어 강력한 환각상태를 만들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다순히 평정심을 잃게하는 정도이지만 문제가 거듭될수록 더 심하게 거미줄에 묶이듯 걸려들어 환각상태로 빠져 결국에는 문제를 풀지 못하고 틀리게 되는 것이다. 경수선배가 첫 번째를 풀 수 있었던 것은 6년간의 수련 덕분에 평정심을 잃지 않았던 것이나 그다음문제에 바로 걸려들만큼의 강력한 것이었다. 그래서 아무리 고수인 기마가 오더라도 대부분은 진에 걸려들어 잡히고 마는 것이었다. 물바둑선배는 이절을 기마를 잡기위한 덫으로 그리고 기마를 가둬두는 감옥으로 기마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요새로 사용하고 있었 던 것이다.
4학년 선배 둘이 사라져버리자 3학년인 영탁선배가 문제를 풀기위해서 다가갔지만 영탁선배조차도 첫 번째 문제를 풀지 못하고 사라졌다. 고학년선배들이 사라지자 사람들은 당황하기사작했다. 그리고 절 안에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굉음들이 들리는 것으로 봐서는 싸우고 있는 듯 했다. 어느 순간 그들은 당황함이 없어졌다. 사태가 더욱 긴박해졌기 때문이다.
회장진우는 더 막중해진 책임감으로 막무간해져버렸다. 담장안의 소리를 확인하기 위해서 담을 오르고 있었다. 한옥의 담은 잡을때가 만만찮았다. 담의 윗부분이 기와로 된 탓에 쉽게 잡히지가 않았다. 궁리 끝에 몉에있는 거대한 돌을 끌어다 받칠려고 용을 쓰고있었다. 보다 못한 나머지 사람들이 벽에 등을 굽히고 벽에 기대어 발받침대를 만들었다.
"넘어가야겠다. 한명씩 넘어와라."
너무 긴박한 상황인 탓에 설명도 없이 짧게 말하고는 담을 훌쩍 넘어가 버렸다. 남을 넘겨줄 입장이 아닌 크크가 그다음으로 넘어가야될 차례였다.
"크크야!~ 빨리넘어~"
"빨리"
담장안에서 먼저 넘어간 진우선배가 빨리 넘어오라는 재촉하는 말과 엎드려 있는 선배들도 먼저 넘어가길 원하는 말에 크크는 발을 올려넘어가게 되었다.
크크의 눈 앞에 보이는 장면은 장난이 아니었다.
곳곳에 건물이 파괴된 흔적이 있고 경수 선배는 바둑판을 들고 마루에 엉거주춤 앉아있고 4미터나 되는 괴물은 피를 토하고 꼼짝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을 공격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몹시 괴로운 표정을 하고 있는 상황으로봐서 상당한 공격을 받은 것 같았다.
단전의 기를 움켜지고 있던 물바둑 선배는 크크가 오자 조금 정신이 들었다. '아니 저런 기를 가진 아이가...' 크크를 보자 작은 희망이 다시 생기기 시작했다. 주위 상황을 보니 자신이 한 공격이 제대로 기마를 공격하지 못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보니 지금 제대로 막지 못하면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이 기마의 포로가 되고 잡아둔 기마들 마저 풀려 나갈 것 같았다. 물바둑 선배는 크크에게 전음을 보냈다.
"삼십삼천혁궁도(三十三天奕宮圖)를 외쳐라"
안타깝에 들려오는 목소리는 넘어져있는 사람으로부터 오는 음성으로봐서 크크는 다급한 상황임을 알고는 생각할 틈도 없이 "삼십삼천혁궁도!"를 외쳤다. 그러자 크크의 가방에 있던 바둑돌이 뿜어져 올라오더니 17개의 백돌과 16개의 흑돌은 삼십삼천혁궁도를 그리더니 기마를 감싸서 한줄기 빛이되어 하늘도 올라가 버렸다. 그리고 또 다른 거대한 빛줄기가 절에서 솟아올라 뒤를 따랐다. 그동안 절에 가두워 놓았던 기마들이 승천한 것이었다.
물바둑 선배가 정신을 차린 것은 새벽에 해가 떠오르고서였다.
겨우 정신을 차린 그는 끓고 있던 단전의 기가 안정화 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몸의 혈맥은 모두 타버린 후였다. 크크에게 전음을 날리고는 정신을 잃었는데 몸의 상태로 봐서는 폭주한 것이 틀림없는데 단전에 기는 그대로 있었다. 당분간은 기가 있어도 제대로 부릴 수가 없을 같았다. 엔진은 좋지만 자동차의 몸체가 삮은 폐차와 같아서 엔진을 켜면 엔진의 진동조차도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을 정도가 된 것이었다.
"애들아!~ 이제 가야지"
물바둑 선배가 말했다.
"어디로요?"
"학교로 가야지. 엠티 왔다며? 하룻밤 잤으면 됐지 더 있을려고? 더있고 싶으면 있든지..."
"선배님는요?"
"나도 가야지. 여기서 더 있을 몸상태도 안되고 이유도 없고..."
그들은 아침에 꿀을 실으러온 트럭을 타고 산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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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꾹리가아
노을강
돌부처쌘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