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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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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미라, 실크로드 4
2019-05-13 오전 10:32 조회 456추천 4   프린트스크랩

노새에 실었던 짐을 모두 다시 낙타에 옮겨 실었다.
사막 길에 긴 낙타의 행렬이 이어졌다.
사막 길이었지만 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남쪽의 눈 덮인 산에서 물이 흘러내려와 사막 밑을 흐르다가 다시 용출하는 우물이 곳곳에 있었다.
 이 곳 주민들은 그 물을 이용하여 채소도 심고 과일나무도 가꾸고 있었다.
가끔은 물 대신에 잘 익은 수박을 사서 쪼개어 먹기도 하였다.

얼마 후에 일행은 호탄 국에 닿았다.
이곳은 백옥과 흑옥으로 유명하였다.
몇 상자의 금과 은으로 옥을 샀다.
중국의 장안에 가서 팔면 많은 이문이 남을 것이었다.


호탄 국을 떠나 며칠 지나자 사막 저 멀리에 높은 탑과 성벽이 보였다.
누란왕국이었다.
일행은 누란왕국에서 며칠 묵으며 기운도 차리고 여러 가지 정세도 살필 요량이었다.


누란 성을 가로질러 맑은 내가 흘렀다.
냇가에는 포도덩굴이 우거지고 파란 포도가 주렁주렁 달려있었다.
주민들이 포도나무 그늘에 앉아서 환담을 나누었다.
평화로운 풍경이었다.
낙타에서 내려 걸어가던 야세르는 깜짝 놀랐다.
저 만큼 앞서서 걸어가는 처자의 뒷모습이 너무도 아일란을 닮아있었다.
양 갈래로 땋은 머리와 걸어가는 모습이 영락없는 아일란이었다.
“이곳에 아일란이 먼저 와 있지는 않을 텐데?”
걸음을 재촉하여 처자를 따라잡았다.
앞에서 보니 역시 아일란이 아니었다.
 야세르는 깊은 한 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고향생각이 나고 아일란이 보고 싶어졌다.
“언제나 다시 팔미라에 돌아가려나?”
그 동안 고생하며 걸어온 장삿길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숙소에 머무는 동안 거리에 있는 불탑을 찾아가 보았다.
야세르는 바알 신을 믿었지만 먼 이국땅의 종교와 건물에 대한 솟아오르는 호기심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
건물 중앙에 신이 모셔져 있고 향이 피워져 있었다.
그런데 신의 모습이 사람의 모습이었다.
알아보니 건물에 모셔져 있는 신은 사실은 신이 아니고 깨달음을 얻은 사람이라고 하였다.
 “인간이 전지전능한 신의 반열에 오를 수가 있다고?”
야세르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인간에 대하여 한참동안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해답은 쉽사리 찾아지지가 않았다.


누란왕국은 여러모로 팔미라를 닮아있었다.
팔미라가 페르시아와 로마와 경쟁하듯이 누란왕국도 흉노족의 약탈과 한나라의 침입에 끊임없이 시달려왔었다.
지금은 이들을 모두 물리치고 당당히 번영을 누리고 있는 모습도 팔미라와 상당히 흡사하였다.


누란왕국에서 야세르가 가장 부러워한 것은 성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내이었다.
수량이 풍부하고 참으로 깨끗하고 맑았다.
아이들이 냇가에서 물장난을 하고 있었다.
 “이 물은 어디에서 흘러오나요?”
야세르가 묻자 주민들이 대답했다.
 “이 물은 멀리 떨어진 로프노르 호수에서 끌어온 것입니다. 로프노르 호수는 아주 깊고 넓어서 아마 천 만년이 지나도 마르지 않을 것입니다.”
 대답하는 주민의 얼굴에는 자랑스러움과 크나큰 만족감이 배어있었다.


야세르는 중국의 전세에 대해서도 들었다.
강대하던 한제국은 이미 멸망하였다.
한나라의 뒤를 이어 중국은 위, 촉, 오의 세 나라로 갈라져서 싸웠다고 하였다.
결국 위가 촉을 멸망시켰고, 사마염이란 자가 위의 제위를 찬탈하여 진(晉)을 세웠으며 지금은 세력이 아주 약해진 오를 멸망시키기 위해 싸우는 중이라고 하였다.


누란왕국에서 기력을 회복하고 준비를 마친 일행은 다시금 길을 나섰다.
한나라 때에는 장삿길의 치안이 강력히 유지가 되었지만 그 동안의 어지러운 중국의 정세로 인하여 여기서부터의 길도 안심할 수는 없었다.
언제 어디서 흉노의 도적들이 기습을 할지 모르는 상태였다.
틈틈이 방어 훈련을 거듭하는 동시에 누란왕국의 호위병들로 대열의 중간 중간을 보강하였다.
다행히 일행은 별다른 사고 없이 중국의 관문인 둔황에 닿았다.


머리에 조그만 관을 쓴 관리가 병사들을 대동하고 관문에 앉아서 검사를 하였다.
어찌나 꼼꼼하게 조사하는지 짜증이 날 지경이었다.
결국은 약간의 벌금을 물고 나서야 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내가 흐르는 옆으로 나무들이 우거져 있고 하얀 절벽이 길게 이어진 곳을 지났다.
 절벽 밑에 움막을 짓고 거주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침나절에는 논에 물을 대고 밭을 갈며 한 낮에는 잠시 나무그늘에서 쉬다가 냇가에서 고기를 잡는 그들의 모습이 몹시도 태평스럽게 보였다.


둔황에서부터의 장삿길은 별로 힘이 들지 않았다.
우선 흉노의 위협에서 벗어난 것이 큰 위안거리였다.
누란의 호위병들은 둔황에서 다시 돌려보냈다.
우물들도 때 맞춰 나타났고, 무엇보다도 경치가 좋았다.
길 양쪽의 절벽이 형형색색의 장관을 이루었다.
붉고 노랗고 흰색의 봉우리와 절벽들이 일행을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주위의 풍경을 구경하느라 상인들은 피곤한 줄도 몰랐다.
곳곳에 초록색의 논과 밭이 펼쳐져 있었고 그 초록색은 장안에 가까이 갈수록 점점 더 짙어졌다.


멀리에 장안성이 보였다.
둔황에서의 관문도 그러했지만 성문위에 목재로 지어진 건물이 참으로 신비스럽게 보였다.
목재를 짜 맞추는 섬세한 기술이 경탄스러웠다.
 장안성에 들어서자 수많은 건물들이 대부분 목재로 지어진 것들이었다.
나무 냄새가 도시 전체에서 풍겨오는 듯 했다.
그러고 보니 중국 상인들이 팔미라에 와서는 돌가루 냄새를 맡게 되는지가 궁금하였다.


장안성은 지금 중국의 수도가 아니었다.
진나라는 수도를 낙양이라는 곳으로 옮겼다고 하였다.
그러나 장안성은 경제수도로서의 위용을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길고 넓게 뻗은 도로와 끝없이 펼쳐진 고루거각들, 그리고 거리를 가득매운 인파들이 인상적이었다.


숙소 근처의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기로 하였다.
그 음식점은 수 천 명이 들어설 정도로 규모가 컸다.
입구에서 웬 중년 사내가 종업원과 입씨름을 하고 있었다.
군인이라고 밝힌 그 사내는 사정이 생겨서 그러니 외상으로 저녁을 먹자고 하였고 종업원은 이 사내를 무전취식자로 생각하는 것 같았다.
야세르가 종업원을 불러 자기가 저 사내의 저녁 값을 내겠다고 말하였다.
사내는 자존심이 무척 센 듯이 보였다.
저녁을 다 먹고는 야세르를 향하여 가볍게 목례를 한 번 올리고는 그대로 음식점 밖으로 나가버렸다.
일행은 생전 처음 맛보는 산해진미에 취해서 사내의 일은 곧 잊어버리고 이런 저런 한담을 나누며 저녁만찬의 즐거움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비단 구입에 큰 문제가 발생했다.
비단이 품귀상태에 빠진 것이었다.
 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올라있었다.
그 높은 가격으로는 도저히 수지를 맞출 수가 없었다.
야세르는 큰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해야 할지 도무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큰 고민에 잠겨서 음식점을 찾았다.
저 쪽 자리에 눈에 확 뜨이는 자기 또래의 젊은이가 앉아있었다.
중키에 흰 옷을 입은 준수한 청년이었다.
안내인에게 그 자가 누구인지 물어보았다.
 “백제 상인입니다.”
안내인이 말했다.
“백제? 처음 들어보는데 그런 나라도 있나?”
 “예, 바다 건너에 있습니다.”
 “바다 건너라면 그럼 섬나라인가?”
“아닙니다. 반도인데 육지로 갈려면 멀리 돌아가야 되고 또 중간에 고구려란 나라를 통과해야합니다.”
 “음, 그런가? 그런데 저 친구 참 잘생겼군.”
야세르는 백제상인에 대한 호기심이 부쩍 일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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