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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베 단편소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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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1)
2018-05-01 오전 11:03 조회 378추천 6   프린트스크랩


현수는 아내와 딸과 함께 경주행 Ktx에 몸을 실었다.
원래는 해외여행을 계획하였으나 여러 여건이 맞지가 않아 국내여행으로 바꾼 것이었다.

경주에 여러 번 갔었지만 그래도 마음이 설레었다.
불국사에 있는 나한상들을 어서 보고 싶었다.
전에 갔을 적에 나한상을 구경하다가 안에서 일하는 보살님에게 꾸중을 들은 기억이 났다.
아마 정면에서 너무 부처님들의 시야를 가리는 것이 이유였을 것이었다.
공연히 서글펐었다.
자기 딴에는 자기와 나한상들과의 동질성을 느끼고 있었는데 꾸중을 들은 후에는 보잘 것 없는 자기와 나한상을 같은 높이에 둔 것이 너무도 부끄러웠기 때문이었다.


경주에 도착한 후 바로 불국사를 찾아갔다.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몇 십 년의 세월이 흘렀으나 여전히 변함이 없었다.
어릴 때 교과서에서 표현되었던 불국사의 모습이 현수의 눈앞에 그대로 재현되었다.
파란 하늘과 경계를 이은 날아갈듯 한 기와지붕의 미끈한 곡선과 그 밑에 웅장하고 단단하게 자리 잡은 돌담과 계단, 석조 난간들, 올라서 돌아간 곳에 보이는 다보탑과 석가탑.


불국사 뒤 마당에 따로 떨어져있는 나한전을 찾았다.
현수가 불국사에서 가장 좋아하는 곳이었다.
부처님과 그 제자인 16명의 나한을 모신 곳이었다.
나한은 아라한의 준말로 부처는 되지 못하였으나 해탈의 경지에 이른 덕이 높은 고승들로 신통력을 발휘한다고 하였다.
현수가 좋아하는 것은 ‘부처가 되지 못했다.’와 ‘신통력을 발휘한다.’였다.
그래도 부처님이 되려고 노력을 하셨을 터인데 부처님이 되지 못하였으니 가슴이 아프지는 않을까?
그만큼 인간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서 인간들의 염원에 용한 신통력을 발휘하시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요컨대 현수는 잔 머리를 굴리면서 사소한 이익을 좆는 소인배인 것이었다.


첨성대등 여러 유적을 구경하고 난 뒤 현수 일행은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사실 현수가 품은 경주여행의 즐거움은 유적지를 보는 것 말고도 두 가지가 더 있었다.
하나는 경주법주를 맛보는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감 포 해변에 가서 회를 먹는 것이었다.


밤이 이슥해지자 배가 출출하였다.
현수는 낮에 산 교동법주 한 병과 육포를 들고 호텔 안 정자로 올라갔다.
기울어가는 초승달을 벗 삼아 술잔을 기울였다.
은은하게 취기가 올라왔다.
혼자 자작하지만 현수의 마음속엔 신라의 여러 위인들과 같이 대작하는 듯 호방하고 만족스런 기분이 들었다.
신라의 달밤이 깊어갔다.


이튿날 오전에 경주의 유적지에 대한 관광을 마치고 현수 네는 감 포로 향했다.
문무대왕릉 앞에 도착했을 때는 거의 저녁때가 다 되어서였다.
해변을 한 바퀴 둘러보고는 횟집으로 향했다.
서울에서도 현수는 회를 좋아하였다.
도심의 횟집에서도 회를 먹을 때면 넓은 바다를 마주하고 있는 듯 가슴이 트였다.
술이 들어가서 흥이 솟으면 현수의 마음은 대서양으로 향하는 컬럼버스가 되거나 보물을 숨기고 항구로 돌아오는 실버선장이 되곤 하였다.
그런데 바닷가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회를 먹게 되었으니 어찌 그 감동을 숨길수가 있으랴!
술이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현수의 마음은 듬뿍 취해버렸다.


회를 다 먹고 나자 매운탕이 나왔다.
아내와 딸은 배가 부르다며 바다구경을 한다고 먼저 나갔다.
현수는 소주 한 병을 더 시키었다.
손님이 없어 무료해하는 주인을 불렀다. 한 잔 권하자 스스럼없이 자리에 앉았다.
술이 한두 잔 들어가자 주인이 입을 열기 시작하였다.


주인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신비스럽고 재미있는 이야기는 현수의 두 귀를 완전히 사로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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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점일합手 |  2018-05-02 오전 9:03:50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다음편을 기대합니다
흥미진진하군요~~  
짜베 |  2018-05-03 오후 3:18:42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고맙습니다. TV에서 방영하는 영화 [47미터]를 보다가 이 글을 쓸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팔공선달 |  2018-05-08 오후 2:53:51  [동감0]  이 의견에 한마디
잔잔한 흐름이 수필 같기도 하고 옆에서 지켜보는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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