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우리의 근대 이전 시대에서 여성으로서 가장 지선(知善)의 지적 세계에 도달한 사람은 임윤지당(任尹志堂)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녀는 조선 후기를 살았던 원주의 한 몰락한 양반가의 청상 과부로 평생을 성리학에 매진하여 당 시대 호락 논쟁을 치루던 기호학파(송시열의 문하들)의 인정을 받았던 유학자였다.

남녀가 유별하고 반상의 법도가 서슬퍼렀던 시대에 여자의 몸으로 당대의 대유학자로 학문을 인정 받았다는 것은 임윤지당의 학문이 얼마나 높았던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녀는 이 땅의 여자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신사임당이나 절의의 대표인 논개 등과는 전혀 색깔이 다른 여성이라 할 수 있다.

임윤지당은 성리학 속에서 세상 이치는 물론 자연 현상까지도 궁리해 낸다. 그녀는 자신의 저술 속에서 혼자만의 우주관을 피력하고 있다.

ㅡ 참으로 많은 날을 궁금해 했다. 내가 발딛고 사는 이 땅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땅의 아랫쪽(지구 반대쪽)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왜냐하면 하늘이 땅을 에워싸고 땅이 그 안에 있다면 그 형태가 계란과 비슷한 형태가 아닐까. 그래야 모든 땅이 동일한 하늘을 보고 살 것이다. 그러므로 땅밑 하늘도 일월성진이 있어 위 아래가 함께 돌아갈 거 아닌가.

임윤지당의 12편의 저술은 일찍이 임윤지당 문고로 정리되어 성리학자들 사이에 알려져 있으나 그녀의 성리학적 사고와 격물치지가 어느 경지에 이르렀는지 위의 문장에서 우리는 알 수 있겠다.그녀의 17세기 우주관이 과학적으로 절묘하게 부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평생 여러 권의 책을 저술했으나 시문은 단 한편 남기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녀 자신이 시문은 학자가 관심 기울일 일이 아니라 하였고 오직 다음 척형문(자와 저울에 새긴 문장) 한편이 전해 온다.

     아 높으신 상제여. 충심을 사람들에게 내리니. 그 충심을 어쩔 것인가.

    기대지도 치우치지도 않는 것이라네. 노력이 쌓여서 본체를 이루면

    바르고 화평한 덕성이 되지.  발하여 작용하게 되면.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하게 되지.

인간의 본성이 기본적으로 선하다는 성리학적 기반 위에서 임윤지당은 열심히 갈고 닦으면 유교의 본심인 도문일치(道文日致)에 다달을 수 있다는 성리학의 정수를 추구하고 있다. 그녀의 존심양성의 철학적 의지를 반영한 글이 다소 문학성이 떨어진다고 할 수 있으나 그녀의 글은 당대의 성리학자들 사이에서는 극찬을 받았다. 당 시대의 대학자였던 유한준(1732~ 1811)은 저암집에 이렇게 평하고 있다.

 -그녀의 책은 인성과 천명과 인도와 심성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조예가 깊고 독창이 있어 조대가(후한의 여류 학자)에 견줄만하다. 역사를 논한 글에 정밀하고 투철하니 참으로 조리가 있다. 아 참으로 특이한 경우다.

유학의 실덕(實德)을 중요시 하던 조선 후기 훌룡한 문장으로 현란한 기교나 현사는 대접받지 못하던 시대였다. 오직 엄정한 도문일치와 절제된 서술 체제로 된 순정고문(醇正古文)을 장려하던 시대 임윤지당은 그런 덕목으로 일세를 풍미한다.

유학은 주역과 시경이 모태다. 주역의 철학적 관념적 세계와 시경의 서사적 낭만적 사상을 담아내어 천지인의 합일이라는 하나의 학문 사상 체계를 이룬 것이 유교이자 유학인 것이다. 그러나 주나라 시대의 자유한 사랑과 맑은 정신은 조선 후기 임윤지당에 이르러서는 하늘과 땅의 차이로 간격이 멀어져 있다.

시경의  타락(?)은 수사로 바뀌어 있고 미실의 사랑은 이단이 되어 성문 밖에서 처단된 지 오래였다.자유도 시간이 지나면 속박이 되고 죄목이 되고 또 다시 자유가 되는 궁즉지통통즉지변의 사조(思潮)속에 시경의 시 한수가 더욱 새롭다.

     여러 사람 모여 잔치를 열지.

     풍악이 울리고

     신께서 주신 복록인가.

     술안주 서로 권하니

     모두 취하고 배가 부르다네.

<공지>10월 17일 공주에서 모였던 나작 가을모임에 이어 겨울모임을 수원에서 (이청 주도) 하기로 했습니다. 당초 한 바둑대회에서 티켓을 얻었습니다만 날짜가 바로 다음달이라 내년으로 하기로 하고요. 수원모임은 저의 고향^^같은 곳이기에 한번 더 제가 하기로 합니다.

일시: 12월17일 오후 2시-18일 오후까지.

장소: 17일 오후 2시. 수원역 광장집결. ㅇ1ㅇ-6880-6765.

회비 5만원. (공주 모임에서 50만원의 자금(?)이 모였기에 이번 모임에서 그만큼을 모아 (그날 회의를 해서) 회원들의 이름으로 뜻깊은 일을 할까합니다.)  이날 숙박은 약소하게나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많은 회원들의 참여 바랍니다. 바둑고수 두분정도를 (아마 최강자들중에서) 모셔볼까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