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내일이 좋은 잡지를 만들자.

8월호 월간바둑이 왔다. 연재물 초회분을 쓴 나는 평소보다 빠르고 정밀하게 읽었다. 나는 1981년 1월호부터 금년분까지 월간바둑 전부를 읽었다. 작년겨울 공주대학 도서관에서다. 새벽6시40분차를 타고 집을 출발해 40분을 가 8시30분 출근하는 도서관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서고에 들어가 그들이 퇴근하는 시간에 맞추어 도서관을 나온곤 했다. 월간바둑은 내가 지난 겨울 읽은 도서목록중 중요한 텍스트였다.

물론 나는 과거에도 월간바둑을 보기는 했다. 정기구독은 아니였으나 기원, 도서관 때로는 장거리 여행길에 월간바둑과 주간지 한 부를 사면 도착지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갈수 있었다. 월간바둑은 1968년 가을 창간호를 발간했으니 금년으로 41년째를 맞는다.

나는 지령 41년의 잡지 앞에 엄숙해진다. 참으로 가볍기 그지없는 상업적 문화시대에 상업성을 떠난 잡지만들기는 호사(?)에 불과한데도 41년간 결간호 없는 잡지를 만들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봄날도 있었던 듯하다. 잡지 판매대금으로 한국기원 전직원의 월급을 지급한 때도 있었던 모양이다. 제작비도 건지지 못한 달도 허다했을 것이다.

안터넷시대의 도래는 종이 신문과 잡지의 지옥이다. 이런 시대에 월간바둑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잡지 제작의 어려움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런 비상한 시국에 나는 지난 겨울 을씨년한 대학서고에서 27년분의 월간바둑을 읽은 공(?)으로 "이청의 風雲" 이란 꼭지를 쓰고있다. 고맙고 영광된 일이다.

나는 이번 8월호를 읽으며 감동적인 두 꼭지와 배꼽을 잡는 한 꼭지를 보았다. 천편일률적인 관전기에 조금은 식상해 있던 나는 '빛은 어디에나 있다'는 타이틀로 바둑리그 광주투어를 관전기로 담아낸 꼭지에 입맛을 쩝쩝 다셨다. 바둑과 주변기사 그리고 삶과 사유가 한무더기로 둥글둥글 읽히는 관전기는 분명 새로운 독서 경험이다.

그리고 감동의 한편의 에세이를 본다. 부산바둑의 등대이자 한국바둑의 진정한 팬이었던 김영성선생을 회고한 한 전직 기자의 글은 가슴이 뭉클했다. 척박했던 한국바둑계, 자갈밭같던 지방 바둑을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떠난 김영성선생의 회고는 기사를 한번 더 읽게하는 힘(?)이 있었다. 어느해 이붕배 결승에서 전기가 나가 촛불을 켜고 바둑을 두는 초동학생인 두 꼬마의 흑백사진은 저절로 눈웃음이 나온다. 최철한 조혜연 프로의 어린시절은 참으로 앙증맞다.

글쟁이는 글로 말한다더니 필자의 의도와 관계없이 김영성선생을 둘러싸고 흉흉한 바둑계의 인심(?)이 저절로 떠올라 씁쓸하기 그지없다. 배꼽을 잡은 한 꼭지는 기자방담이다. 나작의 막내 이도연기자가 구리와 블루스(?)를 추는 사진과 옆에서 탬버린을 날리는 스카이바둑과  타이젬의 여기자들의 모습이 뜨악하다. 구리와 원성진을 밀착취재한 바둑계의 여기자들의 저돌성과 용감성이 돋보인다.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 올랐다던 '구리녀'란 말이 실감난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금년 대학 졸업반의 신참 기자인 이도윤기자의 관전기다. 일천한 경력으로 정통 매거진의 한 꼭지를 맡았다는 것도 놀랍지만 관전기의 수준이 태작(?)을 유지한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연구생 수준의 바둑수와 반짝이는 글쓰기까지 바둑계에 유망한 재원의 출현이 예감된다. 아 참, 한 과학자가 쓴 '수상전의 수학'이란 기고물도 의미가 있다. 그러고 보니 41년을 맞아 잡지의 면모를 일신하겠다던 구기호 편집장의 말이 허언(?)이 아니다.

찔린다.

월간바둑의 일신(日新)에 허접의 글로 한 꼭지를 장기임대했으니 책임도 크다. 독자들에게는 새로운 지식을 바둑계에는 의미가 되는 글을 써야겠다. 회원들의 관심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