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름을 어찌 보내고 계시온지요.
하도낙서(河圖洛書)는 고루한 문자 기록으로 상서(尙書)에 최초로 보인다. 주왕이 왕위에 오르는데 각종의 지물이 있었고 그 중 하나가 하도였다는 것이다. 이를 본'정현'은 하도밑에 낙서가 있었다 했다.
논어에 자한이 ' 봉은 날아 오르지 않고 황하에 圖는 나타나지 않도다' 하며 공자의 한탄을 전하고 관자는 하에서 도가 나오고 낙에서 서가 나왔다 하여 하도. 낙서를 상스러운 징조라 했다.
복희씨가 하도에 근거 하여 8괘를 그리고 '대우'가 낙서에 근거 하여 홍법(洪範)을 지었다 했으니 하도와 낙서가 문헌상의 사상으로 결집 하여 끝내 주역의 원리가 되는 흑백점이 된다.
유목은 한대의 오행생성도를 낙서라 부르고 하도를 구궁이라 부르며 흑백점의 도식을 만들었으니 백점은 기수(奇數)요 흑점은 우수(遇數)였다. 이곳에서 천지자연의 모든 이치를 설명 하려함에 무한의 수의 배열과 조합인 사상과 8괘가 나왔으니 이는 곧 19로 바둑판위의 그 무한 수법과 닯아 있다.
역에 대한 동양 사상은 거의 절대다. 이 동양의 역에 대해 관심을 갖았던 융은 역경의 사고 체계가 동시성에 원리를 두고 있다고 했고 헬무트 빌헤름은 다차원 세계의 표상이란 말로 서양적인 규명을 했다.
역은 ㅡ 어디에 있는 것이든 모든것의 실재ㅡ 한다는 비인과적인 기법으로 세상을 파악 하고자 하는 또 다른 어떤 세상의 문이라 여기고 이 성하(盛夏), 나는 꽃 피고지는 길을 따라 대둔산이 보이는 논산땅 벌곡면 수곡리에 와 있다. 매년 한번씩은 반복하는 길이기도 하다.
벗꽃 떨어지니 진달래도 지었고 꽃시절 간 후에 밤꽃 얼굴 내미는 길을 걸으며, 나는 도연명의 자제문을 읇조린다.
산곡에 물 길러 가는 길 즐겁고/ 등에 나무를 하며 노래를 불렀다/
세월을 보내며 전원에서 일했네/ 기쁨으로 책을 열심히 읽었지/
이 세상 성취가 없어 안타까워 하지만/ 정해진 운명을 알기에 미련은 갖지 않았다네/
수곡리는 60년대 이 땅의 주역의 최고 대가였던 야산 이달 선생이 은거 하며 제자들을 가르킨 곳으로 지금은 그의 제자의 제자 뻘 되는 송곡 선생이 앞으로 계룡산을 보고 뒤로 대둔산을 등지고 주역을 끼고 살아 가고 계신다.
"오늘 새벽 청수(淸水)에 나무가 비추더니 이선생이 올 징조였군."
선생은 청수로 본 일진에 나무를 보고 이가인 나의 방문을 예견 하신다. 과연 야산의 계보를 잇는 역학의 대가답다.
"건강은 어떠신지요?"
"일없네. 자네는 역을 접었나?"
선생은 잠시 이곳에 머물며 주역을 공부하던 서생을 질책 하신다. 그리고 바둑판을 내민다. 기원 5급의 기력이 나와는 적수다.
"바둑이 주역에서 나왔다면서요?"
나는 선생과 수담을 나누며 바둑과 주역을 묻는다. 새주역을 집필 하며 문득 선생의 말이 떠올라 그것을 이야기의 쟁점으로 삼아볼 요량이다.
"저기 저꽃이 무슨꽃인지 아는가?"
선생은 들 마루로 내려다 보이는 붉고 파란 양귀비를 닯은 꽃을 가르키며 묻는다. 그 꽃위에 나비 한마리가 날아와 앉아 있다.
나비는 작고 가볍게 날개를 퍼덕여 주역의 비인과적인 인연속에서 만나, 하도 낙서의 모태인 19로 바둑판에 빠져 있는 두 사람을 바라 보고 있다.
푸르른 여름, 산그늘마저 청색물감을 뚝뚝 떨어트리며 뜨거운 열기를 더하는 이 계절에, 나의 주역은 얼만큼 살을 찌울것이며 우리의 공부는 몇권의 책을 더할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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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팔공선달
당근돼지
오로묵시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