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드의 작품도시 알렉산드리아

이튿날은 북쪽으로 225키로를 3시간동안 달려 나일 강이 끝나는 지중해의 항만도시 알렉산드리아로 갔다. 인구 3백만이 넘는 이집트 제2의 도시다. 관광휴양의 도시요, 이집트 제1의 무역항이며, 상업과 금융의 중심도시라고도 한다.  이곳을 통해 목화나 밀, 사탕과 야채 등을 수출하고, 공업제품이나 식료품 등을 수입한다고 한다. 도시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알렉산드리아는 헬레니즘 문화의 중심도시로도 유명하다.

 BC 336년에 부왕의 뒤를 이어 마케도니아(오늘의 그리스반도 위에 있었던 한 도시국가)의 왕으로 즉위한 알렉산더는 코린도스 동맹 등을 통해 그리스 도시국가들의 맹주노릇을 하면서 동방원정을 시작하여, BC 334년에는 페르시아(이란)를, BC 332년에는 이집트를, BC 327년에는 인도의 북서부까지 정복하게 된다. 정복은 새로운 통치가 불가피 하고, 그 통치는 2개의 문화를 자연스레 결합시켜 새로운 문화를 탄생시킨다.

 여기서도 정복한 그리스 문화와 정복당한 동방문화가 결합하여 새로운 문화를 창조했을 것이다. 헬레니즘의 작용이라 해도 좋겠다. 당시 헬레니즘이 서구문명의 두 기둥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이것도 19세기에 들어와서 독일의 한 역사가가 이름을 붙였다고 하는데, 헬레니즘은 그리스인들이 스스로를 가리키는 말인 헬레네스에서 나왔고, 그것은 그리스의 본래 이름이 헬라스(hellas)였기 때문이다.

 지금도 그들의 지도에는 ‘그리스’ 대신 ‘헬라스’로 표시하고 있다. 어쨌거나 이 때에 알렉산더는 정복한 땅에 자신의 이름을 딴 알렉산드리아란 도시를 70개나 건설했다고 하는데, 지금은 다 소멸되고 오직 유일하게 남아있는 것이 이집트의 이 알렉산드리아뿐이라고 하니, 어찌 유명하다 아니할 수가 있을까?

 이곳에서 본 것은 폼페이우스 기둥, 나일로 메타(Nilometer), 로마의 원형극장, 그리고 카이트베이 성채이었고, 역사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7대 불가사이의 하나로 카이트베이 성채 자리에 있었다는 파로스 등대와 알렉산더 대왕, 그리고 이집트의 마지막 여왕 크레오파트라이었다.

 ㅇ 폼페이우스 기둥

 폼페이우스 기둥은 페허 한가운데 우뚝 선 화강암 돌기둥으로 알렉산드리아에 기근이 발생했을 때 식량을 보내준 로마황제 디오클레시안을 위해 건립했다고 한다.

 후일 항해하는 선박의 목표물로도 이용되었다고도 하나, 기둥이 하나의 통돌이란 것도 놀랍지만 우선 가로세로가 3미터, 높이 5미터 정도의 돌 기단 모형 위에 연이은 지름 2미터, 높이 27미터의 커다란 돌기둥이 1,700년간이나 넘어지지 않고 서있다는 게 더 놀랄 일이다. 만든 것도 놀랍지만 세워놓은 기술이 더 놀랍다.

 돌기둥이 전부인 거대한 신전들이 지진이나 지각변동으로 온전하게 남아있는 것이 별로 없는데도, 이 기둥은 말없이 버티고 서 있다. 알렉산더 대왕이 인도를 정복한 4년 뒤(BC 323년) 열병으로 사망하자, 이곳을 통치하던 알렉산더대왕의 부장중 하나이던 프톨레마이오스가 알렉산드리아를 수도로 하여 자신의 왕조를 건국하고, 자신의 수호신인 아피스 신에게 지어 바친 신전이 이 부근에 있었다고도 하는데 흔적도 없다.

 프톨레마이오스 왕조가 330년 후 클레오파트라 여왕에게까지 와서 마감된 것도 정녕 왕조의 수호신인 아피스 신전의 파괴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인가? 

 ㅇ 나일로 메타

 나일로 메타는 나일 강의 수량을 측정하는 일종의 눈금이다. 주로 강 유역에 지어놓은 신전에 많이 있다. 나일 강의 물을 끌어들여 연못을 만들고 연못수면을 이용해 나일 강의 수위를 재는 수단을 나일로 메타라 한다.

 주로 연못 수면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눈금 역할을 했다. 범람할 나일 강의 수위가 너무 높으면 홍수가 되어 파괴가 따르고, 범람수준이 미약하면 그만큼 경지가 적어져서 흉년이 온다고 했다. 폼페이우스 기둥이 있는 곳으로 올라가는 구거에도 나일로 메타가 있는 것을 보면 이곳도 곧 신전이었음을 증거하고 있다.     

 나일 강에 대한 이집트인의 집념은 어느 나라와도 비교될 수가 없다. 나일 강을 빼고는 이집트의 존재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95%가 사막이요, 연간 강수량이 20미리밖에 안 된다는 이 나라에서 농산물을 수출까지 한다는 것은 바로 나일 강의 범람과, 범람을 이용한 수리기술이 뛰어난 때문이 아닌가 싶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나일 강이 범람하여 메마른 사막에 기름진 진흙을 옮겨놓아야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고 한다. 범람했던 강물이 빠지기 시작하면 농부들은 강물이 옮겨놓은 진흙 위에 씨를 뿌린다고 했다. 또 천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이들은 한여름, 천랑성의 소티스별(오늘의 북극성)이 동틀 무렵 동쪽 지평선 위로 나타나면, 며칠 뒤 나일 강이 범람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하며, 이때에 "파라오"는 홍수제를 열고 그 집전을 통해 파괴 없는 범람을 기원했다고 한다. 나일 강의 범람이 얼마나 중요했으면 이때를 일년이 시작되는 이집트력의 첫 달로 삼았다고 하니, 나일 강의 범람은 이집트인들의 생명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오늘날 비 없는 이 사막의 나라에서도, 카이로에서 알렉산드리아까지 펼쳐진 도로변의 농지를, 이처럼 푸르게 만든, 이 보편화된 관개시설도 어쩌면 그때부터 시작된 게 아니었을까?  

   다음에 또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