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꿈길....노르웨이로 | 오로광장
Home > 커뮤니티 > 오로광장
꿈길....노르웨이로
글쓴이 소판돈이다      조회 278   평점 1350    수정일 2019-09-10 오전 7:20:00

모자보건센터에서 봉사활동을 마친 그녀는 바쁜 걸음으로 주차장 쪽을 향한다.

금요일 오후엔 약속도 잡지 않고 모든 스케쥴을 비운다.

토요일엔 또 미혼모지원센터의 봉사도 있기에 그녀는 주말이면 더 바쁘다.

베이비박스안의 아기들을 볼 때 마다 그녀의 가슴을 스쳐지나가는 싸한 바람이 더욱 아리고 아프다.

일년후가 될지 몇 년 후가 될지 언젠가는 입양이 되어 이 곳을 나갈 아가들....

그녀에겐 남들이 모를 아픈 기억의 잔상은 이 곳에 오면 더 아프게 다가온다.

약 십년전 그녀는 미혼모 였다.

저마다 상채기가 만든 마음속 흉터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 우리네 삷이지만, 꽃다운 시절의 사랑과 결실이 오히려 무거운 마음속 짐이되어 날이 갈수록 여윈 그녀를 비틀거리게 한다.

 

그녀가 서두르는 것은 부산의 패션메이커 부장이 상경하여 광장시장 사무실로 찾아 오겠다고 하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추석지나서 미팅제의가 있었지만 서울에 올라 올 일이 있기에 기왕 온 김에 만나고 가겠다는 것이다.

그녀는 업계에선 꽤 성공한 축에 들어가는 규모의 원단 도매상을 운영하고 있었다.

대학때의 전공을 살려 택한 업종이 패션이었다.

그녀의 원단에 관한 눈설미와 손가락의 텃치만으로도 거래처 담당들은 믿음을 보내 줄 정도 였다.

 

스무살시절의 그녀는 수줍음 많은 아가씨 였지만 상처 받은 사랑과 그녀의 분신마저 멀리 입양을 보낸 후부터 성격이 변하였다.

나이가 들면 모난 곳도 비스듬하고 유려한 곡선이 생기기 마련이고 섬세한 신경선조차 두터움 생긴다지만, 그녀가 보다 직선적이고 대차게 삷을 대하는 태도는 나름의 맹렬한 살아가기 였다.

그녀의 성공이 늘 바쁘게 움직이는 하루하루가 쌓인 결과물 이기도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면의 고통을 이겨 낼 방법이 없기 때문임을 부인 할 순 없었다.
그녀가 반드시 지키는 것은 사업체의 수입 10%를 빠짐 없이 미혼모복지센타에 매월 기부 하는 일 이었다.
띄엄띄엄 보내는  모자보건센타에도 조만간 정기적기부를 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빌딩식주차장 진입을 위해 대로변에서 행인들이 지나 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오른 쪽 짐꾼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왁자지끌한 소리가 들렸다.

나이 든 짐꾼 둘이서 서로 멱살 잡으며 싸우고 있고 주변의 동료들이 무어라 떠들고 있었다.

얼마 전에도 싸우던 두사람 이었다.

거무튀튀하고 퀭한 찢어진 눈매의 예순 갓넘어 보이는 늙은이와 칠십줄 다된 더 늙은 사내 였다.

순서대로 짐을 옮겨야 하는데 어느 한쪽이 룰을 깨면 저런 일이 벌어지는 듯 하였다.

무심한 눈길로 그 곳을 응시하던 그녀는 주차장입구 방향으로 핸들을 돌린다.

 

 

부산에서 올라 온 거래처 담당부장은 내년 봄 제품의 원단 컨택을 위한 출장 이었다.

그는 그녀가 긴 안목으로 세워 놓은 평화시장 여성패션 진출 계획을 알고 있었고 다방면의 지원까지 약속을 해 주었다.

그녀는 평화시장과 동화시장 그리고 청평화쪽의 그런대로 알아주는 디자이너들의 면면도 첵크하고 있었다.

심지어 도매매장의 메니저들 조차 눈여겨 보고 있었다.

비즈니스의 관건은 사람이란 것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제대로 된 인재하나가 몇 백 몇천명을 먹여 살린다는 것을....

 

세명의 직원이 퇴근해버린 사무실은 고즈넉하였다.

부장이 가지고 갈 셈플들을 포장하는 그녀의 뒷모습을 그는 홀깃 쳐다 보았다.

그녀는 식사대접을 하겠다 하였지만 저번처럼 식사만 하고 헤어지기엔 사십 꽉차가는 총각으로선 괜시리 스물거리는 아쉬움....

오늘 제가 술 한잔 대접 하면 안될까....?”

차암...부장님도 저 술 안먹는거 잘아시면서...”

다가오고자하는 분위기를 그녀 역시 모를리 없다.

하지만 과거가 있는 그녀로선 그에게 그 것을 고백해야 함은 꼬인 매듭풀기의 지난한 해법이었다.

 

사무실을 나와 주차빌딩을 향하는 두사람....

짐꾼들도 마감 하려는 듯 주변 청소와 정리를 하고 있었다.

언제 싸웠냐는 듯 비루하고 탁한 눈길로 히히덕 거리고 있는 두 늙은 사내들도 보였다.

저렇게 변덕 죽 끓듯 하는 살아가기도 나름의 방편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얼핏 스쳐지나간다.

 

그를 배웅하고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자리에 눕는다.

결코 술에 의지 않겠다는 다짐은 적정 이상의 노동을 필요로 한다.

몸은 많이 움직일수록 마음속 무게추가 비틀거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수 많은 밤을 그녀는 노르웨이로 가는 꿈을 꾸었다.

결코 알려주지 않는 아가의 행선지....

입양간 나라만이라도 알면 좋겠다는 그녀의 성화에 수녀님이 언뜻 내비친 한마디가 깊은 각인을 남겼다.

노르웨이는 복지강국이기도 하지만 뚜렷한 교육의 비젼을 가진 나라니까 ...”

 

남들은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난다지만 그녀는 언젠가 노르웨이의 공기를 마시러 먼길을 떠나갈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이제 우리나이로 10살이 되었겠군.....

예쁜 꼬마아가씨로 잘 자라고 있겠지....

아가를 만날 길은 없겠지만 함께 같은 공기를 마시는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며칠간 그 곳을 걷고 또 걷다 오는 상상을 매일 하며 잠자리에 든다.

꼬물거리던 손가락 발가락....방긋 방긋 웃던 표정들....

옆으로 누운 그녀의 뺨으로 눈물이 흘러 내린다.

주루룩 흐른 눈물이 어느새 배갯잇 속으로 스며든다.

 

 

이전 다음 목록
현재평점[총점:1350]  [평가:18명]   윗글을 점수로 평가한다면?  
누적 포인트: 1,271,101,000점 | 기부자 보기   포인트 기부
 
 
 
┃꼬릿글 쓰기
짜베 | 2019-09-10 오후 00:05  [동감 0]    
아이구, 끝 부분에서 따라울뻔 했네요.
소판돈이다
09-10 오후 11:26
모처럼의 왕림 감사합니당.
자포카 | 2019-09-10 오후 3:05  [동감 0]    
손판돈이다님의 정치적 목적성 없는 이런 글은 참 훌륭합니다. 추천하고 100점 드립니다.

님의 정치적 목적성 있는 게시글도 시작은 훌륭합니다. 그러나 중 후반부에 이르러 자신의 정치적 의도를 글에 담을때부터 위 아래 글의 의미가 연결이 잘 안되고 작위적인 느낌을 지울수 가 없습니다.

댓글은 더 이상합니다. 자신의 게시글에 동조하지 않으면 아주 험악한 이야기로 상대방을 폄훼하고 조롱합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소판돈이다
09-10 오후 11:28
맞아여....저의 섣부른 성정이야 어디 가겠습니까?
근데 이 것이 나이먹어니 더 심해집니다.
누군 딱 보이면 손나간다는 서모모처럼....딱 보이면 못 참는거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노력 할께요.
짜베 | 2019-09-11 오후 6:01  [동감 0]    
댓글을 보니 도련님의 첫 구절이 떠오르는군요.
[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소판돈이다
09-11 오후 8:00
한잔 했으니 좀 그렇습니다만....짜베님도 다독가 이군여...
성질 좀 죽일려고 복식호흡도 하고 그렇게 살아갑니더...
짜베님 추석 잘 쉬세염.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댓글이 가장 많은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