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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의 추억 그리고...
글쓴이 팔공선달      조회 731   평점 1740    수정일 2019-05-28 오후 1:20:00





 






예전에 기원에서 내기바둑에 심취해 날 새는 줄 몰랐다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목에 수건 두르고 부채 붙이며 두었고

겨울엔 다이아몬드 석가탄을 지는 사람이 갈아 넣어가며 뒀었지.

날 밤 새기가 부지기수였고 수행자보다 더 열심히 목탁을 두드렸다

똑딱 똑딱. (많이 두다보면 거의 목탁 두드리듯 둔다)

 

이른 아침에 마담의 부스스한 얼굴에도 깔끔하고 구수한 모닝커피도 생각난다.

어제는 누가 윈 했어요.?”

마담의 코맹맹이 소리는 이긴 사람은 저녁에 지하로 내려와 값싼 7위스키를

비싸게 사 먹으라는 말이고

언제나 새로 아가씨 오면 신고식처럼 하는 일이지만 싱글들에겐 만만찮은 유혹이었다.

 

바둑을 좋아하는 주방장 덕에 우리는 아침 9시면 해장 짬뽕을 먹을 수 있었고

(지금도 중식은 11시 넘어야 되는데)

그것은 요즘처럼 24시 편의점 해장국집이 즐비한 시대가 아니었기에

소주나 고량주 한잔씩을 돌리며 먹는 시간은

나름 대단한 기득권이자 하루를 든든하게 시작하는 3천원의 무한행복이었다.

 

40여 년 전 갤러그에 50원짜리 수천 개 집어넣었을 당시에 바둑을 만나

모든 걸 접고 몰입했었는데

조치훈이 먼저 떴고 조훈현에 유창혁 이창호로 이어지던 열풍에 바둑에 빠졌고

그들의 일화가 기원 아침마당의 화제라 신문기보와 일간지 등등을 뒤져

나름의 모멘트 한 자락은 준비했었다

 

 

머리가 나빠 어떤 분은 1년 만에 기원 강1급이 되었다는데 동시대에 시작했지만

나는 겨우 기원 3~4급에서 끝났고

사귀든 애인과의 이별도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과의 만남도 그 시대고 바둑이었다.

애인과 절친은 이상하게 바둑이 불리할 때 돈을 잃었을 때만 찾았고

조금 이겨 어떻게든 달아나고 싶을 땐 모두 디비자는지 무기징역이다.

 

바둑수강생으로 만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은 일상과 바둑의 거리를 좁힐 수 없었다.

일상이 편안한 그녀의 바둑과 바둑이 전부였던 나에겐 버거운 현실이었다.

그녀를 만족 시킬 수 있는 건 초보의 눈으로 본 바둑뿐이었고

몇 번의 풋사랑과의 이별 뒤에 그렇게 좋아 하던 바둑으로 만났으니 금상첨화였지만

그녀가 준 1년의 말미에 열심히 하다 무너지다를 반복한 1년 후 그녀는 냉정히 떠났다

그러나 나는 자학의 술을 마셨을 뿐 결국 바둑판에서 그녀를 잊었다.

아니 포기했다는 말이 맞겠다.

그렇게 좋아했는데 늘 그녀 생각뿐이었는데 당시엔 왜 바둑 한판만 두고 좋아하려 했을까.

그녀뿐 아니라 일상이 모두 바둑 한판 두고였다.

 

그래도 나는 의미는 모르겠지만 그 후 40년을 더 살고 있다

내가 보기엔 메주였지만 내가 좋아 한 그녀만큼 사랑하던 친구가 나와 같이 차이고

나를 끌고 몇 날밤을 바둑과 인생과 사랑에 대해 악악거렸다

아양교 다리 밑에서 신문지 깔고 밤새 고성방가해도 우리의 아우성은 차 소리에 묻혔고

지금은 잘 정돈 된 고수부지지만 당시 수풀 우거진 둑길을 어깨동무해서 한없이 걸었지

강물은 흘러갑니다. ~~” “진짜진짜 좋아해 조~~~~~


지금에사 유치 짬뽕이지만 그때 우리는 거의 절규했었던 것 같다
.

그리고 그는 얼마 후 아양교를 무지개 다리삼아 떠나갔다.

더 망가지는 사람들은 부지기수로 보았지만 나로선 처음 겪는 일이었고 허망했다

한참을 지나 그녀가 친구를 찾아 기원에 왔다

원망스러움에 분노가 치밀었지만 셋이서 같이 한 시간이 많았기에 자제를 하고 말했다

그 친구 당신이 떠난 것보다 더 멀리 떠났어요.”

 

그 후 이런저런 이유와 환경으로 바둑과의 인연을 20여년 끊고 우연히 인터넷을 알게 되었다

기원에 안간지는 40여년이 되었지만

모진 바둑과의 애증은 다시 시작 되었고 오로에서 10여년 넘게 동거생활을 하고 있다

기원과 별반 없는 생활.

언제나 기회만 되면 떠나려 준비하고 때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보따리를 싼다.

 

대화창에서 좋은 분들과의 수다와 지고도 상대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수담

좋아하는 사범들의 건승을 빌면서 약간의 배팅으로 느끼는 카타르시스도

부담 없는 기회를 주는 글쓰기도

아주 작은 오해로 분노를 느끼고 스스로 만든 환경에 예민하여 회의도 느낀다.

 

도와 예가 공허할지라도 바둑은 나의 도피처요 위로임에

누구에 의해 마음 상하고 또 상하게 할 수도 있겠지만 떠나는 사람이 나이기에

보내는 것 보다는 기회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예전처럼 바둑 한판 두고 일상으로 달려 가려든 마음에서

일상을 마치고 한판 두는 마음으로 임하고 갈지자걸음을 하더라도 견지하고 있다

궁색하게 마늘모 하고 여린 마음에 쌍립서지만

이 나이에 이만큼 자유롭고 품위를 갖춘 놀이를 어디서 누구와 나눌 것인가.

 

바둑을 아무리 비하해도 그 장점만으로 좋은 벗을 만날 기회가 무엇보다 많다고 본다.

젊을 때 잃은 것은 지나간 것이고

지금 쉬 만날 수 없는 좋은 기회를 주는 것이 바둑이라면 잃지만은 않았다

모든 게 현실이 중요하지 않은가

포석과 중반에서 시달렸던 시간이 지나 향과 꽃잎이 여윈 쓸쓸한 가을나이에

그들의 멋과 향보다 끝내기 선수가 많은 사람이 더 즐길 기회가 많고

어쩌면 지나간 시간은 모두 보리선수였고 남아 있는 시간이 중요한 시간일지 모른다.

바둑과 바둑 같이 최선을 다했듯 인내의 시간을 궁색하게 만들지 말고

명분과 변명은 아니더라도 이유가 되게 남은 시간을 의미 있게 만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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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포석짱 | 2019-05-27 오전 11:34  [동감 0]    
ㅉㅉㅉ^^
팔공선달
05-28 오전 11:50
^^*
설국열차님 | 2019-05-28 오전 00:23  [동감 0]    
히히히
팔공선달
05-28 오전 1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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