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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의 달
글쓴이 팔공선달      조회 691   평점 1720    수정일 2019-05-19 오전 10:54:00


 




대구지하철 1호선 신천역 사거리에서 동대구 방향 3층 건물 2층 동부기원.

내가 기억하기론 동구청 인근에서 3곳을 옮겨 다녔고 신천역으로 이사를 하고

그곳에서 20여년 애증의 시간을 마감한 걸로 기억된다.

황원장님이 그 역사의 마지막 증인이었고 혹시나 오로에 계실지 모를

그때 전사들을 떠올리며 추억의 편린하나 주워 들고 어렴풋하나마 회상에 젖어 본다.

 

 

 

기원 앞에서 지하철 공사소리가 쿵쾅거린다.

봉달씨는 벌겋게 충혈 된 눈으로 바쁘게 출근 준비를 서두르면서 연신 중얼 거린다

 

아 시팔 좃됐다.”

 

마작 하이로 포커 훌라 등등으로 밤을 새웠는데 오늘 버틸 일이 걱정인 것이다

지하철 공사장에서 용접반장으로 한 파트를 맡았는데 어쩌다 코앞에서 기원을 만났으니

동안 일 때문에 참았던 그의 도벽에 불을 댕긴 것이다.

 

 

처음엔 잠시 구경만 하다가 가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바둑 몇 판씩 두고 가고

서서히 사람들과 친숙해 지면서 술자리를 하게 되고 서로의 무용담은 부추기기에 따라

자신도 모르 게 과속을 하게 된다.

자연 경계심이 풀어지고 취향에 따라 헤쳐모이지만

자신을 추겨 세워주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알면서도 그 사람의 페이스에 말려든다.

 

 

바둑을 좋아하다 털어먹은 얘기와 마음 다져먹고 사우디에서 열심히 일하고 왔더니

아이들은 할머니에게 맡기고 마누라는 달아나고 자기는 꼬박꼬박 마누라 통장으로

월급으로 일수를 찍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흔하디흔한 삼류 소설 같은 가출과 가정불화

마누라 찾기를 포기하고 이제는 열심히 일만 하고 산다고 했을 때 모두 가슴아파했다.

모두 희생자처럼 얘기하고 자신 탓을 하는 사람은 드물다

그게 꼭 기원에서만 그런 것도 아닐 것이고.

 

하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다르고 사람을 보는 눈 또한 다르다

나는 아니 대개는 사람이 너무 좋아서 그런 일을 당했다고 안타까워하는 반면에

두 눈에서 빛이 나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기원 독립군들.

 

그들의 눈에는 먹잇감이었고 그 분류도 다양하다

통이 작다고도 할 수 있고 마음이 여리다고도 할 수 있는 모기독립군이 그 하나요.

음흉 교활하여 장기적으로 보양식 겸 생존유지용으로 삼는 드라큐라 독립군이 있고

아예 발가벗기고 뼈까지 추려가는 하이에나 독립군으로 크게 분류 할 수 있다.

 

 

여기에 선달이는 어떤 독립군 이었을까.

 

...

나와는 사이가 좋았는데. 굳이 별칭을 붙인다면 변호사 독립군.(?)

아주 고품격 독립군 이었나 하면 뭐 그렇게 까지 대단해서 그런 건 아니고.

사람이 좋아 보이고 이곳 실태를 잘 모르니 이것저것 상담(?) 해주고 흐름과 분위기

그 대처 방안 등을 알려 주면서 품삯을 챙겼으니까.

품삯이라야 현금으로 받은 건 아니고 술과 커피 그리고 가끔씩 내기바둑에 뒷돈 대주고

이기면 얼마간 선수로 뛴 배당을 받고. 지면... 그만이고. ^^=

 

~~ 내가 선달이 말 쌌으니 함 달려 볼 사람 없어.” 뭐 이런 식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작전은 있다

봉달씨보다 먼저 알았고 나와 친한 사람에겐 가끔씩 일부러 져주기도 했다.

아주 가끔씩. ^^=

 

시간이 흐르면서 봉달씨는 점점 기원생활에 젖어갔고 그만큼 일상에는 나태해져갔다

그게 기원의 속성이고 바둑의 맹점(?)이며 잘못 이해하기 쉬운 부분이다.

처음의 여유와 성실함은 차차 변해가면서 잦은 휴가와 조퇴로 근무지에서도 신뢰가

떨어져 갔고 기원으로 찾는 전화가 잦았다.

숙소도 모텔에서 아예 기원 구석에 있는 작은 방으로 옮기고 매일 사우나 가던 사람이

수도꼭지에서 고양이 세수만 하고 출근했다.

 

아이들에게 안부 전화도 자주 하더니 오는 전화도 잘 받지 않는 것 같았고

일하는 시간인데 바둑을 두거나 창가에서 멍하니 생각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었다

전날 성적이 안 좋은 날은 어김없이 그랬고 어느 날인가 목에 금목걸이도 보이지 않았다.

벌써 뱀파이어가 되어 버린 것인가.

 

 

처음엔 이기고 지고에 연연하지 않았고 항상 근무에 충실하고 여유롭게 즐기는 듯 했는데

불과 몇 달 사이에 사람이 초췌해지고 게임에 임하는 자세가 비장하여 살기마저 느꼈고

항상 농담으로 사람들을 잘 웃기더니 시시비비에 예민하고 다투는 경우가 잦았다.

옳은 건달도 아니고 동네 양아치가 있었는데 그 행세가 가관인 놈이 있었다.

자기가 이기면 내내 화목한 분위기를 유지하지만 지고 있으면 온갖 시비를 걸고

급기야 누구하나는 씹는다.

 

몇 번을 당하고도 허허 하더니 안 되겠다며 한날은 일이 벌어 진거다.

서로가 내가 내다하니.

이 모든 것이 봉달씨의 심리 상태가 극도로 불안정 상태로 치달았다고 보았다

결국은 동네 양아치와 피를 보게 되었다.

나도 싸운 놈이라 봉달씨 편을 들었지만 바둑에서 무리하면 정수에 꼼짝 못하는데

이놈의 미친 세상은 아직도 무식한데는 이기는 승률이 낮다.

봉달씨가 유리했지만 결정적인 한방을 머뭇거리는 사이 허를 찔려 역전 당했다

경찰이 출동하고 결과는 지금도 모르지만 둘 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바둑으로 만나서 바둑으로 행복하면 그만인데

그렇게 바둑을 사랑하던 한사람이 서산으로 지고 있었다.

 

 

잿밥에 눈독들이다가 아까운 사람이 또 다른 희생자를 찾아 나서는 뱀파이어가 되었고

기원창밖으로 달이지고 있었다.

얼마 후 나도 기원을 떠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어 나는 그래도 면역성이 있었나 했더니

다니던 직장 복직을 포기한 것과 집에 환자간병에 대한 책임감에 현실도피 생활을 끊었고

그때부터 30여년의 억지효자에 접어들었던 것이다.

그 기간을 알아주는 이는 아이러니 하게도 내가 제일 싫어하는 대구시장이었다

부상으로 받은 금도금 시계와 숟가락은 사라지고 없지만

초등 때부터 받은 상장들 사이에 독보적으로 자리하고 있는 이유는 포장이 거창한 탓이리라.

 

개인적으로 젤 재수 없는 시장이라는 건 그가 재임 할 동안 두 번의 큰 재앙이.

초임 때는 상인동 지하철 폭발사고가 있었고 재임 때는 동성로 지하철 방화사건의 참사가.

그런 이에게 상을 받아서 진짜 받을 보상을 못 받나 싶어 조만간 없애려 한다.

 

 

 

가끔씩 지하철을 타고가다 옛날 기원 자리를 지나다 보면

이쯤 어딘가에 봉달씨의 솜씨가 있겠지 하고 그때의 추억들을 떠올리다

이내 고개를 흔들어 버린다.

 

지금도 예나 변함없는 달이 뜨고 지고 있지만 지금은 내방 모니터에서 바라본다.

밥 잘 사주는 반장님이었고 3급강의 바둑 실력에 매너 1급에

아픈 과거의 상처를 딛고 성실하게 살려는 맘은 애들과의 통화에서 절절했다

모질지 못한 탓이란 말인가.

어디서든 나처럼 막장을 파고 살더라도 죽을 때까지 마지막 삽질은 가족을 위해하고

그 삽을 벼개 삼아 편안한 휴식을 찾기를.

봉달씨도 이제 어디선가 달이 되었거나 지고 있겠지.

 

딱딱

 

아직도 대국소리가 들린다.

리필 받아서 알깨기에 올인 한 방에 잠시 다녀왔더니 그새 정적이 흐르고

띠이웅 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쳐다 본 모니터 천정 내 대명 옆으로 작고 조금 길쭉한 하얀 달이 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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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포석짱 | 2019-05-19 오전 10:13  [동감 0]    
...
팔공선달
05-19 오후 00:29
^^*
리버리어 | 2019-05-19 오후 1:52  [동감 0]    
이글을 읽으면서 <이건 내얘기다 >하시는 분들 손들어 보세요.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그 언저리 비스므레 하신분들 조~기 많이 계시네요 .
바둑을 수담이라고 합니다만.. 그 속에 경쟁과 도박이라는 묘한 속성도 숨겨져 있는 거 같습니다. 동네 정자 그늘에서 한수 하면 신선 놀음이고 골방으로 자리를 옮기면 거기서 부터 바둑은 숨겨 놓았던 검은 속성을 드러 냅니다.
그 추억의 봉달씨는 지금 오로 베팅방에서 대박에 아이템 지르고 작국이라고 투덜 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팔공선달
05-20 오전 8:34
^^*
착한 사람 고생 덜 시키려고 하늘이 먼저 데려간다는 말과
고진감래도 인과응보도 적용 안되는 나를 보며
그래도 내눈에 선한 달처럼 보이는 사람들은 편안했으면 합니다.
난빈삼각 | 2019-05-19 오후 4:42  [동감 0]    
그렇게 저렇게 흘러 가더군여....
팔공선달
05-20 오전 8:35
우리도 여기까지 흘러 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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