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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감 하나
글쓴이 팔공선달      조회 1003   평점 1820    수정일 2019-02-07 오전 9:50:00










아저씨 밀감하나 드세요.”

어 으응.”

그래요 고마버용.”

 

어느 날 갑자기 신 것이 싫어지면서 밀감을 먹어 본지도 오래다

나이가 들면서 입맛도 변하는데 식생활의 변화는 이빨하고도 관계가 있는 것 같지만

그것과도 개의치 않고 변함없는 것은 소주와 담배다.

우렁각시 출근 시키고 간병 가는 길에 한 바퀴 돈다고 태운 게 여중1년의 딸내미.

착하게 생긴데다 예쁘장한 게 여간 참하지 않았다

그런데 하는 짓이 얼마나 예쁜지 첫 손님으로는 금상첨화다

아버지 지병에 어머니까지 교통사고로 중환자실에 나란히 눕히고 정서적으로 산만했지만

이 어린 학생의 작은 배려에 산삼을 받은 듯 원기가 솟았다

당장 먹기도 그래서 잠시 내려놓고

늦었네.”

우리 집 가스나도 착하고 공부도 잘하지만 늦잠자고 게으르고 해서 잔소리 많이 해

하하하

. 저도 그래요.”

? 안 그런 것 같은데.”

아녜요.”

우리 아빤 맨 날 시집가면 고생 한다고 연습하라고 해요 이제 중1보고요.”

하하하 그건 좀 심했다.”

나는 중2때부터 했으니 나보다 몇 달 빨리하셨네. “

? ……. "

 

1이라는데 얼마지 않아 2학년이라지만 고등학생처럼 보였다

요즘은 보통 남녀노소 없이 차에 타면 인터넷 하느라 정신없거나

진상들은 무슨 비즈니스 한다고 탈 때부터 내릴 때까지 온갖 수다로 산만하게 한다.

몇 천원에 자기보고 남의 수다 들어주라면 듣겠는가.

하물며 자기 생명을 맡기고 빠르게 그리고 안전하게 목적지로 가려는 사람들이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는데 그 위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이나 해보는지 모르겠다.

헛기침도 해보고 힐끗거리기도 해보지만 그런 진상들은 거의 외면하고 만다.

심하다 싶어 작게 아니면 짧게 해주기를 양해라도 구하면.

십중팔구 바로 시비가 되거나 아니면 내릴 때 차 문이 부서지라고 닫거나

어이 없이 시 교통과의 호출을 받는다.

요즘은 블랙박스가 있지만 예전엔 얼마나 당했는지 모르고 정작 상황이 밝혀져도

무고죄로 고소하지 않는 한 나만 재수 없는 것으로 삭혀야 하는 게 현실이다.

 

밀감하나로 말문이 트이고 10분 정도 거리를 가면서 둘이서 재잘거리며 수다를 떨었다

엄마 아빠 흉보고 나는 변명하고 내 딸처럼 부모로서의 속마음을 전해주고

개성과 자유도 좋지만 사회의 냉정함에도 대비해야 되고 자율을 원하면 책임도 따른다고

밀감하나에 짧은 시간이지만 내 경험으로 많은 것을 전해주고 싶을 정도로 정이 갔다.

일상적인 생각인데 아들보다는 딸은 우리 모두 보호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내 새끼가 아니라도 누군가의 딸은 내 아이들의 엄마고 내 아들의 반려자니까.

딸은 얼굴보다 품성이 착하면 평생 혼자 살아 처녀귀신이 되어도 늘 사랑스럽다

아들놈은 가끔 말썽부리는 게 오히려 소통이 원할 할 수도 있다 꼴통만 아니라면.

나의 주관적 생각이지만 그게 부자지간과 부녀지간의 미묘한 소통의 차이점이라 생각한다.

아들놈이 완벽하거나 딸이 말썽 부리면 아버지는 그만큼 빨리 늙고

아들이 조금 말썽부리고 딸이 조신하면 아버지의 권위와 자부심은 오래 지속 된다는 논리다.

노인은 체력이나 능력을 떠나 역할이 없어지면서 자의반 타의반 목에 거는 올가미다

아들은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적당히 만들어주고

딸은 아버지로서 자신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하는 것이 효자 효녀라 생각하는데

부모는 섬기려 말고 자식으로 다시 입양해야 제대로 모실 수 있다는 선다르 식 개똥철학이다.

 

이런저런 생각하다보니 10여 분이 지났다

안 되겠다 싶어 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워 물고 딸내미가 들어 간 학교 운동장을 바라보았다

아저씨 얼마예요.”

. 6500원 나왔네요.”

“5만원을 넣고 왔는데. %$#@........................”

횡설수설 하면서 주머니를 탈탈 털어 1500원을 건네주며 학교 가서 가져 오겠단다

그냥 돈을 못 가져 왔다면 될 것을. 지각해서 그랬다면 될 것을.

그러면 콩알만 한 밀감으로 때웠을 것을. 오만원은 또 뭐야.

돈을 찾아보라고 했다 주머니에 없다면 차에 흘렸을지 모르겠다며 의자를 당기려는데

괜찮다며 잃어버린 것을 대수롭지 않게 말하고 전화기라도 두고 갈까는 것을 그냥 보냈다.

담배를 피우며 샅샅이 뒤져도 없다

그리고 또 5분이 지났다

추위에 다시 차에 오르니 지난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그 또래의 딸내미를 시지에서 상인동까지 심야 시간에 18000원 거리를 갔다가

엄마하고 통화까지 하는 걸 들었는데 도착하니 엄마는 안 보이고 재 통화를 하여

몸이 불편하다며 올라오란다는 말에 아파트아래서 30분 기다리다 돌아온 일

앞산에서 여고생을 태워 성서까지 갔다가 학원 위 주택이 자기 집이라 해서 마냥 기다리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뒷문이 열려 있었고 그곳은 훤한 골목길이었다.

남자는 아예 예를 들 수 없고 딸내미들에겐 그것으로 끝이었고 다시는 당하지 않으리라

무엇이든 받아 놓으리라 했던 다짐을 밀감하나에 또 넘어갔다는 생각에 울컥했다

에이.”

콜록콜록. ~~~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신경질적으로 피운 담배 탓인지 가래가 한 움큼 올라왔다

창문을 열고 힘껏 뱉고 포기하려는데.

.......... 꿀꺽.”

아저씨 늦어서 죄송해요.”

언제 어디서 왔는지 그 딸내미가 창가에 다가왔고 남친으론 걸망하고 선생님으론 앳되고

여튼 한 남자가 지갑을 열고 얼마냐고 묻기에 5천원을 더 받았다

두세 번을 더 죄송하다며 인사하는 딸내미에게 두 손을 모아 하트를 그려 주었다.

 

잠시나마 연꽃도 연근도 볼 줄 모르는 미꾸라지가 된 나의 어리석음에 얼굴이 붉어졌다

그제야 눈에 띄는 밀감하나

오래 두고 간직하려다 냉큼 껍질을 벗겨 입안으로 넣었다

그 상큼한 맛.

훗날 또 다른 우리나라의 여대통령이 되었으면 하다가 백의의 천사도 어필되었다

이제 곧 2학년이니 한 30년 버텨 그 딸내미의 미래를 보고 죽을 수 있다면 또 의미가 있겠다.


그런데  30년후면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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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뀐지 | 2019-02-07 오전 10:13  [동감 0]    
인생의 쓰라림이 감귤하나로 위장이 되어 어느 한 시간속에 그려져 잇다. 지나고나면 모든것은 아름다운 추억 ,그 이유는 오직 두번 다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ㅡ 고기자 어록
팔공선달
02-07 오후 1:43
뭔말인지 쪼매 어렵지만 알아 들은척 하자(__)
밥먹고놀자 | 2019-02-07 오후 8:21  [동감 0]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기다리지 못하면 후회로 오고 .기다릴줄 알면 추억을 낳는다.
고수는 기다림의 때을 알고 하수는 기다림의 때을 모른다.<- 하수의 생각
팔공선달
02-08 오후 8:44
왜 단순한 글에 애럽은 댓글들 다시나 ㅠㅠ 다시 끄덕끄덕 (__)
djdjswp | 2019-02-08 오후 8:33  [동감 0]    
빨리 쾌유하시기를.....
팔공선달
02-08 오후 8:45
^^
즐벳 | 2019-02-18 오후 00:31  [동감 0]    
잘읽고 갑니다 ..수고와갈대 라는 말에 동병상련을 느낍니다..
팔공선달
02-18 오후 8:15
(__)
hrytufd | 2019-05-21 오후 8:17  [동감 0]    
선달님, 반전이 있는 향기로운 글 잘 읽었습니다. 다듬으면 꽁트 되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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