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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과 신사 & 사관과 숙녀 (上) | 오로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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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과 신사 & 사관과 숙녀 (上)
글쓴이 집시야      조회 292   평점 140    수정일 2017-09-15 오전 8:24:00


오후 2시 무렵... 어떤 사내가 길을 걸어간다. 그가 걷는 길은 이 땅의 흔한 길의 모습과는 다른 것 같다. 바닥과 붉은 황토가 아니고 돌도 많이 있는 길이고, 길에 눈도 꽤 쌓여있는 걸로 보아 겨울 같다.  그리고, 길 옆으로 사람들이 사는 집도 이 땅의 집과는 다른 모습이다. 어떤 사내가 그런 길을 걸어간다. 날씨가 추운지 사내의 입가엔 겨울의 하얀 입김이 보인다. 하얀 입김을 보이며 걸어가는 이 사람이 입고 있는 옷은 우리에게 익숙한 하얀 한복저고리다.
하얀 한복저고리를 입은 사내가 뚜벅뚜벅 이 땅 같지 않은 길을 걸어간다. 그는 아직도 걸어간다. 그가 걷는 길 옆으로 보이는 벽돌과 러시아식 주택의 모습이 이채롭다. 하얀 한복을 입은 사내가 러시아식 주택이 가끔 보이는 한적한 길을 걸어간다. 주위 풍경들은 러시아처럼 보이는 길을 아직도 걸어간다. 

그 사내의 얼굴을 보니, 눈은 크고 눈썹은 짙고 까맣고, 잘 기른 콧수염이 인상적이다. 잘 기른 콧수염이 인상적인 사내가 아직도 러시아처럼 보이는 길을 걸어간다. 그는 조금 후 어느 집 앞에 도착했다. 이곳 역시 일반적인 러시아식 집의 모습이다. 나무로 만든 문을 열고 그가 안으로 들어간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러시아식의 작은 통로를 지나가고 또 러시아식의 조금 넓은 홀이 있다. 그곳에 나무로 만든 탁자가 지금의 테이블을 대신하듯 놓여있고 역시 나무의자들이 지금의 소파를 대신하듯 양 옆으로 놓여있다. 그가 그곳에 도착하자 의자에 앉자 있던 사람들이 일어서서 그에게 인사를 한다.
「어서 오십시오. 안 동지.」
그의 이름을 안 동지라 불렀고, 또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그도 이곳에 모여있는 사람들도 같은 이 땅의 민족 같다. 안 동지라는 이름의 이 집에 막 도착한 사내는 그들에게 고개를 숙여 정중하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두꺼운 겨울 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놓고 다시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 쪽으로 걸어간다. 그 사람이 입고 있는 잘 준비한 정갈한 하얀 한복이 인상적이다.
그러고 보니, 이곳에 모인 사람들도 그처럼 하얀 한복을 입고 있다. 하얀 한복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 가운데에 앉는 늦게 도착한 사내다. 늦게 도착한 사내에 자리에 앉고 나서,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바라본다. 그들의 눈빛을.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의 눈빛이 자신과 닮아 보이는 것 같은 사내다.

그들이 러시아식 집 안에서 그렇게 기다리는 동안, 또 문이 열리며 밖 거리의 찬바람이 방 안에 잠시 불고 하얀 입김을 뿜으며 또 한 사내가 집 안으로 들어온다. 역시 조금 전 사내처럼 이미 와있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코트를 벗어 걸어두는데 코트 안엔 잘 준비한 하얀 한복을 입고 있다. 또, 얼마 후 집의 문이 열리고 또 어떤 사내가 도착했다. 그 역시 잘 준비한 하얀 한복을 입고 있다. 또, 얼마 후 집의 문이 열리고 또 어떤 사내가 도착했다. 그 역시 잘 준비한 하얀 한복을 입고 있다. 또, 얼마 후 집의 문이 열리고 또 어떤 사내가 도착했다. 그 역시 잘 준비한 하얀 한복을 입고 있다.
오후 2시 반이 넘어가자, 이곳에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까지 모두 12명의 사내가 도착해서 앉아있다. 12명 사내가 도착하자 콧수염사내가 고개를 끄떡인다. 이제 기다리는 사람들은 다 도착한 것 같다. 모든 사람들이 도착하자, 콧수염의 사내는 일어나 방 안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한 명 한 명 빠지지 않고 바라본다. 가운데의 콧수염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자, 고개를 숙여 답변을 하는 것 같은 사내들이다. 콧수염을 사내도 역시 주위 사람들에게 대답하듯 고개를 끄떡인다.
'됐다. 준비가 끝났다.'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가 옆에 앉아있는 한복을 입은 사내에게 말한다.
「가져오시지요...」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가 말을 하자, 한복을 입은 사내는 어딘가로 들어간다. 그리고, 옆 방 같은 곳으로 들어가 뭔가를 들고 오는데, 조금 무거운지 옆의 사람이 가서 도와줘서 함께 들고 온다. 그 사람이 안에서 들고 온 건 왠지 낯익은 물건 같다. 이건 농사를 짓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기구 같기도 하다.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가 평범해 보이는 기기가 방으로 들어오자 자리에서 일어선다. 사람들이 들고 온 그 기기는 방 한가운데 놓여졌다. 방 한가운데에 들고 온 몰건을 놓아놓고,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의 바로 옆에 서있는 사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묻는다.
「모두, 준비는 되셨습니까?」
「네.」
「네.」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는데, 모인 사람들은 단지 네라고만 짧게 대답한다. 다시 준비를 물어본 사내는 바로 옆에 있는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에게 고개를 끄떡인다. 사내가 마주 보고 고개를 짧게 끄떡인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안 동지 그리고 다른 동지 여러분, 일제에게 제일 원한이 많은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어떤 사람이 집 안의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게 이야기했다. 또, 자신이 먼저 뭔가를 하겠다고 말했다. 이곳에 모인 12명의 사내들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서있는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집 안의 안 동지와 다른 사람들이 고개를 끄떡인다. 자기가 먼저 하겠다고 말을 한 사람은 하얀 한복의 소매를 바짝 걷어 올린다. 그리고, 왼손을 앞으로 들어 올려 잠시 앞의 기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다시 뻗은 자기 손을 보며 미소를 보이는 사람이다. 그는 옷을 걷어올린 왼쪽 손을 가운데 놓여있는 기기로 가까이 다가간다.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에게 준비되었다고 고개를 끄떡인다. 그러자, 주위 사람들이 역시 그처럼 고개를 끄떡인다.

방 한가운데에 놓여있던 그 기기로 왼손을 가져간다. 그러자, 옆의 사람들이 작동해 위로 무언가가 올라간다. 위의 높이까지 올라가게 되어있는 이 기기다. 그 아래엔 새파란 쇠로 되어 있고 받침처럼 땅과 연결되어있다. 위로 올라간 물건은 역시 쇠로 만들어져 있는데, 아주 칼처럼 예리하고 날을 잘 선 것 같다. 아주 예리하게 날을 잘 세운 긴 칼이 위로 올라간다. 칼은 위로 올라갈 수 있고 다시 내려서 닫을 수 있게 기기 전체에 연결되어 있다. 사내는 왼 손의 한복을 높게 걷어 한 손을 올라간 틈 안으로 짚어 넣고 이를 꽉 물고 있다. 이 순간 증오스러운 일제만 생각한다. 이 모든 건, 일제의 탓이다. 다시 이를 악문 사내다. 순간, 날카로운 쇳소리가 난다.
 - 쓰윽, 철컹~ -
위로 높게 올린 날카로운 쇠의 칼날이 내려왔고, 손을 안으로 밀어 넣은 사내는 고통에 더욱 입술을 꼭 깨문다. 앉아서 손을 기기에 밀어 넣은 사내는 천천히 일어서고 주위 사람들이 그를 부축한다. 그런데, 그의 손에서 선혈의 붉은 피가 많이 나고 있다. 어느 주위 사람이 그에게 헝겊과 천 등을 건네준다. 피를 흘리는 사내는 그걸로 지혈을 한다.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가 피를 흘리고 있는 사내에게 이야기한다.
「조순응 동지! 수고하셨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바닥에 놓인 기기에 묻은 붉은 피를 수건 등으로 닦아낸다. 그리고, 바닥에 보이는 피가 흥건한 어느 물건을 조심스럽게 짚어서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에게 보여준다. 한 손에 피를 흘리고 있는 사람은 옆의 사내가 수건에 든 걸 바라보고, 보여주는 사람과 서로 작은 미소로 답한다.

다시 실내에 있던 어떤 사람이 한가운데 놓인 그 기기 앞으로 다가간다. 그리고, 한복을 입은 손을 높게 걷어 올리고 이전 사내처럼 높이 올라간 기기 사이에 자신의 한 손을 올려놓는다. 사내는 또 일제를 생각하며 이를 꽉 깨문다. 또, 곧 날카로운 쇳소리가 집 안에서 들리고 바닥에 피가 보인다. 기기로 손을 밀어 넣은 사내는 극심한 고통으로 얼굴이 잠시 일그러진다. 주위 사람들이 자기 손을 아픈 듯 꽉 잡고 일어서는 사내에게 역시 천과 수건 등을 건네 주고 사내는 손을 꽉 싸매고 지혈을 한다.
그리고, 가운데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콧수염이 잘 기른 사내가 역시 피가 나오는 손을 붙잡고 있는 사내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한다. 그리고, 또 피와 자리 등을 정리하고 다시 다음 사내가 그 기기 앞에 한복을 높게 걷어 올리고 가서 한쪽 손을 안으로 밀어 넣는다. 다시 날카로운 쇳소리가 실내에 들리고, 사내는 심한 고통을 누르며 일어선다. 나오는 피는 천과 수건 등으로 싸맨다. 그에게 콧수염을 잘 기른 안 동지가 말한다.
「김기룡 동지, 매우 수고하셨습니다.」


한 명 한 명 순서들이 지나간다.
집 안에 모여있던 12명의 사내 중 콧수염을 잘 기른 안 동지를 제외하고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가운데 바닥에 놓인 날카로운 기기에 손을 넣고, 중요한 의식을 하는 행위를 모두 마쳤다. 이제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 자신의 차례다. 이 사람들을 이리로 모이게 한 건 자신이 주도했다. 이 사람들의 단지(斷指)를 하기 위해서 이렇게 모이게 한 것도 바로 자신이 주도했다. '나와 이 사람들은 조국해방이라는 염원을 공유한다. 이미 일제는 1904년 한일 의정서, 1904년 제1차 한일 협약, 1905년 제2차 한일 협약, 1907년 한일 신협약, 등으로 조국의 주권을 야금야금 약탈해 들어가고 있다.
곧, 한일병합이라는 예정된 수순도 있을 거다. 1895년엔 일본군이 치밀하게 주도해서 황궁에 잠입해 민비를 시해하였다. 1907년 고종을 폐위하였고, 또 대한제국의 경제를 일제의 것으로 잠식해 가고 있다. 이런 일제의 만행이 조국 대한제국에서 일어나고 있고, 일제의 극악한 만행을 저지하고 온 세계에 대한제국의 위협을 알리려는 사람들의 노력은 조국 대한제국에서 활동이 수월치 않자, 이곳 중국 연변과 러시아 연해주까지 와서 국권회복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앞으로 내가 계획한 일을 테러라고 범죄라고 부를 수도 있다. 지금 1909년 조국의 상황을 보면 꺼져가는 작은 등불처럼 위태롭기만 하다. 누군가 나에게 우리들에게 테러리스트라고 말을 한다면 후대들은 이렇게 이야기해야 한다. 일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조선의 국권을 침탈하고 있었다. 한일 강제병합 전이지만, 조국과 먼 여기 연해주까지 와서 조국의 국권을 위해 싸우는 우리들을 보면, 그 이유를 후대들을 잘 이해할 거다. 나와 내 12명의 동지들은 광복군이다! 이제 내가 손가락을 자르는 단지로 일제의 만행을 응징하는 신념을 가슴에 새길 차례이다.'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는 날카로운 기구가 놓여있는 홀 중앙으로 천천히 걸어간다. 그리고, 역시 다른 사내들처럼 왼쪽 한복 옷소매를 높게 걷어올린다. 그리고, 주위에 서있는 다른 사내들을 바라본다. 그들과 자신은 서로 의미있는 눈빛을 교환한다.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는 높이 쳐든 날카로운 기구의 아래틀로 걷은 왼손을 가져가서 그 위에 한 손을 올려놓는다. 이 순간,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는 조국에서 벌어지는 일제의 만행들을 생각한다. 멀리 떨어져 있는 조국의 가족들도 생각한다.

'다 준비됐습니다.'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는 이를 악 문다. 기기 바로 옆에서 사람들의 의식을 도와주는 사내는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가 준비를 끝내자, 정신을 집중한다. 그리고, 위로 올라간 칼날이 있는 기기를 빠르게 아래로 내린다. 그가 기기를 빠르게 내려오게 하자...
 - 쓰윽, 철컹~ -
곧 날카로운 쇳소리가 나고, 위로 올라간 칼날은 기기 앞에 앉아있는 사내의 손에 빠르게 내려온다. 그리고, 콧수염 사내의 손에서 붉은 선혈이 많이 보인다. 바닥에 붉은 선혈과 선혈 사이로 작은 물체도 보인다. 고통으로 머리는 현기증이 날듯 하지만, 더욱 의식은 선명해지는 것 같다. 아직 오늘의 의식은 끝나지 않았다.
한쪽 손에서 피는 나고 고통이 극심하지만,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는 흘리는 피를 지혈하지 않고 옆으로 이동한다. 그들의 의식을 행하는 곳 옆에 긴 탁자가 놓여있다.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는 긴 탁자 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 탁자 위에는 태극기가 놓여있다. 태극기는 대한제국의 상징인 국기이고, 독립군을 상징하고 국기이다. 그 앞에 서서 콧수염을 잘 기른 사내 가까이에 자신을 바라보는 11명의 사내들을 바라보다. 그리고, 남은 의식을 마저 한다.



- 대 한 독 립 (大韓獨立) -
콧수염 사내는 피가 흥건하게 나는 손가락을 가지고 태극기에 선혈로 붉은 글씨를 써나간다. 이 순간 콧수염 사내는 아픔도 잊은 듯하고 정말 조국 독립의 소원에 더 가까이 다가간 것 같다. 태극기에 선혈로 글자를 다 썼다. 그리고, 아직 핏기가 남아있는 태극기를 들고 힘차게 외친다.
「대 한 독 립 (大韓獨立) 만 세!」
그가 대한독립 만세라고 크게 외치자, 집 안에 모여있던 12명의 사내들도 그처럼 크게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다.
「대 한 독 립 (大韓獨立) 만 세!」
「대 한 독 립 (大韓獨立) 만 세!」
「대 한 독 립 (大韓獨立) 만 세!」



날짜는 더욱 지나가 이제 9월이다.
안중근은 멀리 떨어진 여기 연해주에서 조국과는 다른 가을의 경취를 바라보고 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 그와 동지들은 여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매일매일 조국독립의 사명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가 러시아 재상과의 회담과 북만주 시찰을 위해 온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 소식을 들은 안중근은 이토 암살에 자원한다. 다시 하루하루 필요한 훈련을 열심히 하는 안중근과 단지동맹에게 이토의 방문과 관련된 더욱 자세한 첩보가 입수되었다.
늦가을이 물든 10월 21일 드디어 안중근과 일행은 블라디보스토크을 떠나간다. 그런데, 자금상의 문제로 안중근과 우덕순 조도선, 유동하 네 명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떠나간다. 출발할 때, 암살에 필요한 장비는 잘 준비해서 출발한다.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떠나간 안중근과 일행은 며칠 후 하얼빈에 도착했다. (하얼빈에 도착해서 일행들이 하루나 이틀 정도 작은 여관같은 숙소에서 머물렀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은 정확하지 않다. 이 글에서 그렇게 진행을 했다.)

하얼빈의 어느 숙소. 콧수염 사내 안중근과 거사에 함께 할 일행들이 모여있다. 이곳에 모인 사내들은 안중근을 중심으로 역들이 그려진 지도를 보고 있다. 이토 저격의 거사를 성공한 후에 도주계획은 세워두지 않았다. 거사 성공만으로도 매우 가슴 벅찬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각자 한 명씩 나눠져서 이토와 러시아 재상이 회담이 열릴만한 곳 4곳의 역을 확인하고, 회담이 열리지 않는 다른 역에서 철수 계획은 세워두어야 한다. 거사가 성공하면, 전보로 빠르게 다른 역들로 위험이 전해지고 경비가 무척 강화될 거다. 그래서, 거사가 열리지 않은역에 간 동지들의 탈출로도 지도를 통해 바라보고 있다.
또, 날짜가 지나가 드디어 바로 내일모레가 거사일이다. 손꼽던 시간이 하루하루 다가온다. 하얼빈의 어느 숙소 안에서 안중근과 일행은 총기 등을 꺼내 연습과 총기 소지들도 꼼꼼하게 해둔다. 총신 너머로 한쪽 눈을 찡그리며 바라보는 콧수염 잘 기른 사내의 모습도 보인다. 다시 시간이 지나갔다. 밤에도 심한 긴장 탓에 잠이 잘 오지 않는 일행들이다. 한밤중에 어두워진 숙소 안에서 어떤 사람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멀리 조국에 떨어져 있는 가족의 이야기, 잠이 오지 않고 깨어있던 안중근도 고향의 가족을 생각한다. 고향의 가족들을 생각하다가 일행은 잠이 들었다.

오늘은 10월 25일이고 내일이 역사적인 이토의 방문일이다. 아침부터 역이 그려진 지도를 바라보며 사색을 하고 있는 안중근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 오전 시간에 안중근은 일행들을 소집한다. 숙소 안에 일행들이 모여있다. 안중근 창가 의자에 앉아있다. 그리고, 일행들이 모이자 드디어 설명을 하는 안중근이다.
「여러분! 지금 자금의 문제로 내일 거사는 두 개의 역에서만 해야 될 것 같습니다.」
안중근이 일행에게 설명했다. 그리고, 자세하게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고 토론을 하는 일행들이다. 그리고, 고개를 끄떡이는 일행들이다. 자금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다. 가장 회담장소로 유력한 두 개역에서만 거사를 실행해야 한다. 채가구역과 하얼빈 역, 안중근과 일행들은 다시 활발하게 토론을 한다. 그리고, 오후가 되고 결정했다. 하얼빈 역은 나, 채가구 역은 우덕순 동지와 조도선 동지로 결정을 했다. 이번 거사에서 빠진 유동하 동지를 위로하는 일행들이다.  


오후 늦은 시각, 우덕순과 조도선은 하얼빈 역에서 기차를 타고 채가구역으로 이동한다. (이 부분도 확실치 않다.) 나머지 일행은 두 사람을 배웅한다. 두 사람의 소지품엔 깊이 감춘 권총과 실탄도 있다. 중절모 모자를 푹 놀러 쓴 두 사람이 기차에 오른다. 안중근과 동지들은 손을 잠깐 흔들며 두 사람을 배웅한다. 그들의 마지막 모습을 서로 마음으로 기억한다. 기차가 떠나고 두 동지도 떠나갔다. 안중근과 함께 있는 일행은 다시 숙소로 돌아온다. 안중근은 주위 하얼빈 역의 역사의 모습과 주위를 바라본다. 아직 경비들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내일 아침이 되면 경비의 숫자가 훨씬 늘어날 거다. 다시 한번 주위의 모습들을 자세히 관찰하는 안중근이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 일행은 그곳을 떠난다. 그들이 얼마 후 숙소에 도착했다. 어느덧 시간은 저녁이다. 일몰이 비치는 저녁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안중근. 이들은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밤의 경치를 바라보고 숙소로 돌아온다. 밤이 찾아온 작은 숙소, 내일은 드디어 손꼽아 기다리던 거사의 날이다. 안중근은 다시 총과 총알 가방 안의 물품들도 꼼꼼하게 살펴보며 거사 준비를 마무리한다. 조용한 밤이 되었다. 역시 쉽사리 잠 못 드는 밤이 지나간다.

날이 밝았다. 아니 아직 어스름이 채 가시지 않은 새벽녘, 일찍 부터 거사 준비를 하는 안중근이다. 출발하기 전 확인한 정보엔 이토와 러시아 재상과의 회담이 오전 무렵 기차 안에서 열린다고 전보를 들었다. 그러니까, 먼동이 트는 일찍 부터 이곳 숙소를 출발해 하얼빈 역에 도착해서 기다려야 한다. 어스름이 아직 남아있는 새벽녘 안중근은 숙소 밖까지 따라 나온 유동하 동지와 작별인사를 나눈다. 유동하 동지가 아쉬운지 계속 따라온다. 안중근은 다시 한번 따라오는 유동하 동지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떡인다. 숙소에서 조금 떨어진 곳, 유동하 동지도 의미 있는 고갯 짓을 마지막으로 다시 돌아서서 빠르게 숙소로 돌아간다.
어스름이 남아있는 하얼빈의 거리를 걸어가며 안중근의 유동하 동지를 생각한다. 남아있는 유동하 동지에게 해야 할 임무를 말해 두었다. 비록 역으로는 가지 못하지만, 이곳에 남아있는 유동하 동지도 당연히 할 일이 있다. 중요한 짐가방을 손에 꼭 쥐고 중절모를 깊이 눌러쓰고 낯선 땅 허얼빈 거리를 걸어가는 안중근이다. 한참을 걸어 안중근은 하얼빈 역에 도착했다. 같은 시각 이곳에서 떨어진 채가구역에서도 작은 가방과 중절모를 깊이 눌러쓴 두 명의 사내가 도착했다. 세 명의 사내는 각각 역사 안으로 들어간다.

중절모를 더욱 깊게 눌러쓴 안중근이 하얼빈 역사로 들어간다. 하얼빈 역사는 꽤 크다. 오전 8시, 정장을 입고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안중근은 하얼빈 역사에 보인다. 같은 시각 채가구역에서도 안중근과 비슷한 모습의 사내들이 보인다. 미리 보아둔 하얼빈 역사지만, 어제보다 경비들과 군인들의 훨씬 많아진 것 같다. 이곳과 두 동지가 간 채가구역이 유력한 이토의 회담장소로 유력한 곳이다. 다시 한번 역사를 찬찬이 둘러보는 안중근이다.(역사적으로 이 지역은 1909년 간도협약으로 일본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나중엔 일본에 귀속되기도 한다.) 청일전쟁의 결과물이고 중요한 지역인 간도지역을 순찰하고 러시아 재상과 회담도 하기 위해서 방문하는 이토 히로부미다.
역사 안에서 기차들이 정차하는 철길가에 서서 안중근은 생각한다. 출발하기 전에 이토에 얼굴에 대한 정보는 받지 못했다. 일본의 고위인사의 테러 후에 검열이 강화되어서 이토 히로부미 사진 같은 걸 구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이곳 하얼빈 역에서 그들의 회담이 꼭 자신이 성공할 거다. 손끝으로 잘린 손가락을 살며시 만져보는 안중근이다.


다시 시간이 지나가고 있다.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안중근은 주위를 기차가 도착하는 방향 쪽을 힐끔 쳐다본다. 다시 힐끔 먼 철로길을 바라보는 안중근이다. 다시 시간이 촉박하게 지나가고 있다. 그런데, 역에 정차하고 있던 어느 기차에서, 러시아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기차 앞에 내려서 주위를 경계하듯 하고 또 일부는 도열하듯 기차 앞에 일열로 선다. 저거다! 저 앞에 서있는 열차가 러시아 재상이 탄 열차다. 잠시 후, 맞은편에서도 기차가 서서히 들어와 정차한다.
기차가 서자, 역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내리는데, 저건 일본군의 병사다. 그럼 저 기차가 이토가 탄 기차가 틀림없다. 안중근이 천천히 정차한 기차 쪽으로 다가간다. 그가 다가가는 순간이 과거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한반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일본, 대한제국인의 일본에 대한 투쟁, 자신과 자신의 가족들의 일본과의 투쟁, 중절모를 깊게 눌러쓴 안중근이 천천히 정차한 기차에 다가가는 시간이 마치 천천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 같다. 같은 시각, 채가구역에 숨어있던 우덕순과 조도선 동지는 숨어있다가 군인들에게 발각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토의 회담이 열리는 장소는 여기 하얼빈 역이다.

안중근은 다시 천천히 정차한 기차로 다가간다. 팽팽한 긴장감에 숨이 멋일 것 같다. 손 끝에 느껴지는 잘린 검지의 느낌을 떠올리는 안중근이다.
'난 늘 준비가 됐습니다.'
잘린 내 손가락이 자신에게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잘린 손가락을 생각하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은 안중근이다. 다시 민족 열사 안중근의 더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는 그의 주위에 서있는 경비과 군인들의 모습도 보인다. 일자로 도열해있는 군인들이지만, 이곳이 일반인이 사용하는 역사이기 때문에 그가 걸어가는 걸 제지하지는 않는다. 안중근은 조금 발걸음은 천천히 해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다. 도열해 있던 사람 중에 어떤 사람이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에게 깍듯이 인사를 하며 말한다.
「이토 각하!」
가까이까지 접근해있던 안중근은 이 소리를 들었다. 수없이 연습한 안중근이 이 순간을 놓칠 리 없다. 안중근의 손이 빠르게 움직인다.
- 탕! 탕! 탕! -
총소리가 큰 하얼빈 역에서 들린다. 
- 탕! 탕! -
또, 총소리가 들린다. 안중근의 이토에게 세 발 주위 사람에게 두 발의 총알을 발사했다.

주위에서 도열한 많은 군인들은 안중근에게 달려들어 권총을 뺏으려 한다. 안중근은 크게 소리친다.
「대 한 독 립 만 세!」
다시 한번 소리친다.
「대 한 독 립 (大韓獨立) 만 세!」
다시 한번 크게 소리친다.
「대 한 독 립 (大韓獨立) 만 세!」
안중근은 거사가 성공하고 바로 붙잡혔다. 이토 히로부미는 세 발의 총알을 맞고 기차 안에서 숨진다. 채가구역에 있던 우덕순과 조도선 동지도 붙잡혔다. 하지만, 이들은 후에 안중근 동지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 저격에 성공한 걸 알게 된다. 안중근도 감옥으로 이송 후, 이토의 죽음을 알게 된다. 무엇보다 기쁜 단지동맹 동지들이다! 전 세계는 일제의 한반도 침탈의 현실을 알게 되었다. 일제가 조국의 주권들을 하나하나 약탈해 갔는데, 그에 대한 응분의 복수다! 감옥 안에서도 그들의 마음은 대한독립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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