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o 세계 인터넷바둑의 허브
  • 겜임&채널
리필... 헬로 비너스 (4회) - 아프지 말고... | 오로광장
Home > 커뮤니티 > 오로광장
리필... 헬로 비너스 (4회) - 아프지 말고...
글쓴이 집시야      조회 225   평점 610    수정일 2017-09-02 오전 7:48:00


시간이 지나갔다...
진도 해상에서 사고가 나고 세월이 지나갔다. 295명의 안타까운 희생자의 가족들 모두 힘든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힘든 가족들의 모습처럼 단원고도 힘들어 보인다. 시간이 지나고, 단원고에 그들을 기억하는 물건들의 숫자가 하나둘씩 늘어난다. 모든 세월호 희생자와 관련된 추모장소엔 그들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물건들의 숫자가 늘어난다. 사람들은 모두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민정은 다행히 기울어가는 세월호에서 극적으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많은 친구들의 죽음을 보았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친구들과 함께 한 순간들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너무나 생생한 기억 때문에 학교에 마련된 '기억의 교실'엔 아직 가보진 못했다. 교실이 있는 복도를 지나갔지만, 생생한 사고의 기억 때문에, 안에 들어가지 못했다. 아직도 친구들의 죽음이 담임 선생님의 죽음이 믿기지 않는 민정이다. 늦가을이 찾아온 단원고의 학교, 민정은 수업을 받는 중이다.

전수영 담임교사가 사고로 죽고 나서 급하게 다른 담임이 임명되었다. 수업하는 담임의 얼굴을 바라보는데, 과거 담임이었던 전수영 교사와 많이 비교된다. 민정은 고개를 돌려 창 밖을 바라본다. 학교 곳곳에 262 명의 단원고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의 물건들이 있다. 정원에도 학생들이 묶어놓은 노란색 리본들이 보인다. 학교 곳곳에 노란색 리본들이 보인다. 바람에 흩날리는 노란색 리본들이 물결처럼 보인다. 민정은 고개를 책상에 깊게 숙이고 슬픔을 억누른다. 새로 2반을 맡게 된 담임도 민정의 그런 행동을 보았지만, 끔찍한 사고를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모두가 힘든 기억이고 아직 진행되는 현실이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민정은 학교를 나선다.
학교 길 밖까지 단원고 학생들을 추모하는 플래카드들과 진실을 밝혀달라는 유가족의 플래카드들과 사람들이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한 글을 적인 작은 팻말들도 보인다. 아직도 세월호 사고는 진형형이다. 버스에 오르자 승객들이 단원고 교복을 입고 단원고 근처에서 탄 그녀를 많이 신경 쓰는 눈치다. 아직 세월호는 진행형이다.

민정은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해서 교복도 갈아입지 않고 민정은 지친 듯 자기 방 침대에 누웠다. 학교의 생활이 전과 다르다. 우리 반의 희생자는 모두 25명이다. 죽은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보는 민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담임이었던 전수영 교사의 이름도 불러본다. 많은 친구들의 죽음은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되었다. 자기 집을 방문한 담임과 반장도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다. 가정일로 무단결석한 민정을 챙겨줬던 전수영 선생은 세월호의 배에서 나오지 못하고 그만 죽고 말았다. 아직도 지친 듯 침대에 누워있는 민정의 창문으로 밤이 찾아온다.
슬픔 속에서도 시간은 지나간다.
밤이 되자 부모님들이 함께 퇴근하셨다. 두 사람은 수학여행 중 큰 사고의 소식을 뉴스에서 보고, 가게 문을 닫아놓고 진도까지 내려가 있었다. 많은 부부싸움으로 민정에게 좋지않은 영향은 미쳤지만, 사고 뉴스를 보고, 가게를 닫고 바로 진도로 내려가 해안가에서 다른 학부모들처럼 발을 동동 굴렀다. 병원에서 민정의 얼굴을 보고 뭉클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단원고의 희생자는 200여 명이나 된다. 그 후로, 바쁜 시간이지만, 사고 희생자들을 위한 행사에도 참석하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다.


방문을 열고, 어둠 속에서 누워있는 민정을 바라보는 어머니는 큰 사고 때문에 딸에게 행동이 조심스럽다. 어두운 방의 불을 켜고, 누워있는 민정에게 다가가 앉아 위로의 말을 건네는 어머니다. 방에서 어머니가 나가고 또 시간이 지나갔다. 밤 12시가 지났는데, 잠시 선 잠을 잔 민정은 잠에서 깨어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다. 그리고, 창가로 다가간다. 창문을 열자 시원한 밤바람이 분다. 고개를 높게 쳐들고 밤하늘을 바라본다. 가을이라 더욱 선명한 밤하늘엔 많은 별들이 있다. 더욱 선명한 듯 보이는 하늘의 별들... 민정은 진도 해상에서 안타깝게 죽음을 맞이한 친구들의 영결식에도 가보았다. 울고 있는 가족들의 아픈 모습도 보았다. 어떤 가족이 이런 말을 했다.
"사랑하는 내 아이는 하늘의 별이 되었습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는 민정이다. 친구들은 정말 별이 되었을까? 하늘의 저 별들은 영원하다. 저 별들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사람들의 기억에 영원한 존재로 기억되는 기억하고 싶은 친구들이다. 밤하늘을 바라보던 민정은 친구들의 이름을 선생님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또박또박 불러본다.

아침이 되었다. 이곳 안산의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큰 사고가 있었지만, 아침은 밝아온다. 민정은 아직 침대에 누워있다. 민정의 부모들은 사고 후에 민정에게 행동을 조심한다. 다른 때처럼 일어나라고 민정의 방에 찾아오지 않는다. 민정도 그런 부모의 행동을 알고 있다. 일어나서 방으로 들어오는 아침 햇빛을 이불로 뒤집에 쓰며 가려본다. 친구들도 없는 옛 담임도 없는 별 관심도 없는 학교에 가야 할까? 
민정은 아직 일어나지 않고 누워있다. 민정에게 전화가 왔다. 옆에 내려놓은 휴대폰에서 전화를 알리는 노래가 들리는데, 노래는 그녀가 좋아하게 된 라디오헤드의 노래 Creep이다. 노래의 일랙트릭 기타 소리가 작은 방에 들린다. 민정이 이 노래를 알고 좋아하게 된 건, 순전이 전 담임선생 때문이다. 노래의 가사를 생각해보는 민정이다. - 현실에 굴하는 건 내가 아니야. 현실에 굴하는 건 내가 아니야... - 민정은 이불을 내리고 일어난다. '해야할 일이 있는 것 같다!' 민정은 학교로 가고 있다.

학교에 도착한 민정은 오전 수업시간이 지나고, 점심때가 되었다. 민정은 학교의 어느 복도 앞에 있다. 이곳은 기억의 교실이다. 이곳은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여기 단원고의 희생자들을 위한 교실이다. (나중에 이 기억의 교실은 많이 늘어나게 된다.) 그동안 민정은 직접 경험한 사고의 기억 때문에 이곳을 일부러 외면했다. 이곳 칠판엔 학생들을 기억하는 추모의 글들이 가득하고, 학생들의 사진이  놓인 책상엔 역시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추모 물품들이 가득하다. 민정은 조심스럽게 한 손으로 벽과 칠판을 쓸며 걸어간다. 또, 책상들이 놓인 통로도 걸어간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사고로 숨진 친구들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도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다.
민정은 슬픔을 견뎌낼 수 있는 추억처럼 뭔가를 하려고 한다. 오후가 되고 수업이 모두 끝나고, 학교의 어느 교실에 민정의 모습이 보인다. 민정이 학교 수업엔 별로 관심이 없을 텐데, 여기엔 무슨 볼일일까? 여긴 단원고 외곽 쪽에 있는 음악실이다. 어느 음악실에서 또 시간이 지나간다. 단원고는 서서이 어둠이 찾아온다. 어둠이 찾아오는 단원고, 아직 불을 밝힌 어느 음악실엔 민정이 노트에 무언가를 쓰고 있다. 아직도 쓰고 있다.


시간은 더욱 지나갔다...
민정은 새 학년을 맞았다. 시간이 더욱 지나갔다. 민정은 두 번째 새 학기를 맞았다. 그러니까, 작년 봄 세월호 사고가 나고, 1년 하고도 8개월이 지나갔다. 흐르는 시간만큼 단원고엔 사고로 숨진 학생들과 교직원들을 위한 누군가가 가져다 놓은 물건들이 많아진다. 단원고 기억의 교실에 물품들도 더욱 많아졌다. 2015년 12월 초, 민정은 3학년 졸업반이 되었다. 다른 학생들처럼 대학에 진학하지 않지만, 세상을 뜬 많은 반의 친구들 생각하며 옛 담임을 생각하며 학교 생활을 성실이 해왔다. 곧, 그녀도 졸업이고, 그녀의 반 사고로 죽은 25명도 졸업이고, 250명 단원고 학생들도 그녀와 함께 졸업이다. 숨진 250여 명의 학생들을 위한 졸업준비를 하는 단원고는 엄숙한 기분도 든다.
하얗게 입김이 보이는 단원고의 어느 복도, 그녀가 보인다. 그리고, 어느 교실로 들어간다. 이곳은 음악실이다. 음악실에 들어간 민정은 책상 의자에 앉아 가방에서 노트를 끄내 놓는다. 이 노트는 다른 단원고 학생들처럼 그녀도 사고로 숨진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한 준비이다. 나름대로 틈틈이 이것을 준비해 왔다. 노트엔 글이 쓰여 있다.

-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엄마 아빠 두 누나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그 날의 나를 기억하네. 기억하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그래...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엄마 백원만 했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
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 뚜루루루 아들 잘 지내니?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양화대교. 엄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좀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그래... 그 때는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어디시냐고 어디냐고 여쭤보면, 아버지는 항상 양화대교 양화대교. 이제 나는 서있네, 그 다리 위에.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그래... -

이 노래는 민정이 사고로 죽은 친구들과 자신에게 음악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법을 일러준, 고 전수영 담임교사를 위해서 그녀가 틈틈이 준비한 노래이다. 중얼거리는 랩 부분도 많이 들어간다. 고 전수영 담임도 나에게 이렇게 말할 것 같다.
"민정아,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세상에 아파하지 말고 가정에 아파하지 말고 친구들의 죽음에 아파하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그래..."
어둠이 내려앉은 단원고 민정이 학교의 인도를 걸으며 혼자 중얼거리듯 노래를 한다. 학교 밖엔 학생들을 추모하는 플래카드와 사람들이 놓아둔 팻말들이 많이 보인다. 민정이 길로 지나가며 그것들을 바라본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시간이 더 지나가 겨울방학이 되었다. 학교엔 수학여행 중 사고로 죽은 단원고 학생들을 위한 졸업준비가 한창이다. 학생들을 추모하는 기억의 교실엔 더욱 많은 후배들과 동창생들 그리고 교사들과 이웃들과 응원하는 사람들이 기억하는 사람들이 가져다 놓은 물품들이 더욱 많아졌다. 겨울 방학에 민정도 한 번씩 학교를 방문한다.


졸업식이 학교 뒤 강당에서 열린다. 민정의 부모님은 졸업식이지만 가게 일 때문에 민정의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말했지만, 민정은 이해한다. 이따 밤에 일찍 올 테니 함께 저녁 식사하자고 말한다. 민정은 또 이해했다. 부모님이 일찍 나가고 민정은 혼자 집에 있다. 부모님의 잣은 싸움으로  인생이 잘못될 뻔했지만, 옛 담임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평범한 학생의 생활을 해왔다. 이제 그리고 졸업이다. 거실로 나와 민정은 부모님이 잘 다려놓은 교복을 꺼내 입었다.
거울로 교복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본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교복을 입은 반 친구들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세월호 사고로 죽은 단원고 친구들도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뒤쪽에 옛 담임선생 전수영 교사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행복하자!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거울 속의 친구들은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민정은 부모님이 잘 준비해놓은 교실과 겨울 코트 그리고 잘 차려놓은 아침을 먹고, 거실에 놓인 꽃을 들고 집을 나선다. 민정은 버스 정류장에 가서 학교 방향의 버스를 탄다. 멋진 숙녀 같은 그녀를 태운 버스는 잠시 후 학교가 있는 거리에 정차하고 그녀가 내린다.

학교 강당이다. 수학여행 중 배 침몰 사고로 260여 명의 많은 사망자가 발생한 단원고 학생들의 졸업은 정말 엄숙하다. 많은 기자들도 찾아왔고 많은 방문자들도 보인다. 조금 늦게 도착한 민정은 뒤쪽에 서있다. 졸업식을 축하하는 교장선생의 축사가 슬픔의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답사를 하는 학생대표의 말에도 사고로 죽은 학생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호명하는 등, 사고로 죽은 260여 명의 졸업생에 대한 기억과 배려의 내용들이 많다. 여느 학교의 졸업식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학생들과 교사들 학부모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정말 가슴이 아프고 숙연해지는 졸업식이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동안, 민정은 같은 반 친구들을 생각한다. 사고로 죽은 22명도 오늘 나와 함께 졸업이다. 기억의 교실에도 학생들의 방에도 그들을 기억하는 곳 곳곳에, 그들의 졸업을 축하하는 글과 물품들이 있다. 더욱 슬픔이 밀려드는 것 같은 민정이다. 그리고, 자신을 잘 이끌어주었던 전수영 담임 선생님도 오늘 졸업에 자신과 함께 한다.
"감사합니다."
민정이 작은 소리로 말한다. 시간이 지나고, 졸업식의 공식 행사가 끝이 났다. 민정은 자신을 알아보는 다른 학생들이라, 이야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낸다. 친구들과 함께 있던 민정이 눈을 돌려 많은 꽃이 놓인 제단을 바라본다. 자신의 선물이 조금 부끄럽다.   

시간이 더 지나가고, 단원고의 졸업식장의 많은 사람들이 떠나갔다. 운동장에서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민정은 많은 꽃이 보이는 제단에 가까이 다가간다. 그 제단엔 사고의 희생자들의 사진들도 많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는 사진들이 정말 생생하게 보인다. 금방이라도 저 웃음처럼 친구들을 학교에서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다. 손을 뻗어 사진을 만지는 민정의 눈에 눈물이 보인다. 그리고, 그 옆에 작게 자리한 담임선생님의 사진, 민정은 들고 있던 꽃다발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정중하게 고 담임선생에게 인사를 한다.
'이제 저는 20살 어른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들을 이미 어른으로 대해주셨습니다. 선생님의 헬로 비너스란 말엔 그런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늘 그렇게 타인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숙녀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선생님 때문에 제 나름대로 부모님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의 주인공은 선생님의 말씀대로 부모님이 아니라, 저입니다. 바로 제가 제 인생을 결정하는 주인공입니다. 감사합니다. 전수영 선생님...'
작게 추모제단 앞에서 이야기한 민정은 눈물을 닦고 가장 예쁜 숙녀의 얼굴을 한다. 그리고, 자신이 그동안 틈틈이 준비한 노래를 한다.


- 우리 집에는 매일 나 홀로 있었지. 아버지는 택시 드라이버, 어디냐고 여쭤보면 항상 양화대교. 아침이면 머리맡에 놓인 별사탕에 라면땅에 새벽마다 퇴근하신 아버지. 주머니를 기다리던 어린 날의 나를 기억하네. 엄마 아빠 두 누나 나는 막둥이 귀염둥이. 그 날의 나를 기억하네. 기억하네.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그래... 내가 돈을 버네 돈을 다 버네, 엄마 백 원만 했었는데. 우리 엄마 아빠 또 강아지도 이젠 나를 바라보네.
전화가 오네, 내 어머니네. 뚜루루루 아들 잘 지내니? 어디냐고 물어보는 말에 나 양화대교 양화대교. 엄마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좀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그래... 그 때는 나 어릴 때는 아무것도 몰랐네. 그 다리 위를 건너가는 기분을. 어디시냐고 어디냐고 여쭤보면, 아버지는 항상 양화대교 양화대교. 이제 나는 서있네, 그 다리 위에. 행복하자! 우리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그래그래... -

민정이 제단 앞에서 그동안 틈틈이 준비한 노래를 한다. 나오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민정은 모자를 깊게 눌러쓴다. 민정은 노래를 끝까지 다 불렀다. 가슴은 미어지지만, 슬픔 때문에 소리는 잠겨가지만, 끝까지 노래를 다 했다. 노래를 다 마친 민정은 선생님의 작은 사진과 친구들이 작은 사진을 손으로 어루만지듯 만지고 있다. 잠시 후, 민정은 뒤돌아서 고개를 푹 숙이고 제단 앞에서 멀어진다.
곧, 그녀는 졸업식이 열렸던 큰 건물 안에서 나온다. 졸업식이 끝났다. 살아남은 학생들과 260여 명의 숨진 학생들도 함께 졸업식을 마쳤다. 늘 그들은 함께 할 거다. 누군가는 미래의 꿈이 역사 선생인 학생 허유림을 대신해서 역사교사가 될 거다. 누군가는 꿈이 디자이너인 김민지 학생을 대신해서 디자이너가 될 거다. 누군가는 시인을 꿈꿨던 이수진 학생을 대신해서 시인이 될 거다. 누군가는 책임감이 강했던 반장 양온유를 대신할 거고, 누군가는 정지아 학생처럼 사랑하는 엄마에게 라고 글을 쓸 거다. 살아남은 우리들을 그들의 꿈을 대신 할 거다. 민정도 마찬가지다. 22명의 사고로 죽은 반 친구들 250명의 단원고 학생들을 대신해서 살 거다.

모자를 눌러쓰고 학교를 나가고 있는 민정의 눈빛이 조금 달라 보인다. 시간이 또 지나갔다. 기억의 교실과 그들의 집 사고로 죽은 그들을 기억하는 장소에 그들을 추모하는 물품들이 늘어난 만큼, 시간이 지나갔다...
민정은 그 후, 사고로 죽은 친구들과 담임선생을 대신해서 책임감 있는 삶을 살고 있다. 그녀는 지금 앨리스란 이름으로 뮤지션 생활을 한다. 민정 아니 앨리스가 만든 음악엔 그들을 추모하는 내용들도 있다. 이때 그녀에게 문자가 왔다. 확인해보니, 단원고 어느 동창이 자신에게 보낸 문자이다.
 -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
문자의 내용을 확인해보니, 이런 글이다. 이건 민정이 세월호 사고로 죽은 친구들과 담임선생을 위해서 연습한 가사인데, 저 친구들은 저 가사말에 담긴 의미를 알았을까? 민정도 답신을 보낸다.
 - 친구 너도 꼭 행복해라!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
이건 민정이 자신에게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고, 돌아가신 담임선생을 대신해서 자신에게 이야기한다. "민정, 행복해라. 행복해라. 아프지 말고.... 아프지 말고... 행복해라! 자신과 같은 생존 학생 75명, 생존 교사 3명도 행복하세요. 침몰해가는 세월호 안에서 김수정 학생의 손을 놓친 마지막 생존자 학생도 행복하세요! 꼭....!
또, 262명 사고로 죽은 그들을 기억하며 슬픔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유가족분들과 친구분들도 행복하세요. 꼭... 그게 어쩌면 참사로 죽은 그들을 대신해서 사는 삶일 겁니다." 가까이 보이는 앨리스의 얼굴에 전수영 담임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다...
.
.


시간이 지나가고, 단원고에도 봄이 찾아왔다. 누군가를 기억하는 '정원의 목련화'는 힘든 기억의 결실처럼 봄을 맞아 목련꽃을 피웠다. 학교 근처 어느 교회의 작은 뜰 온유를 기억하는 작은 정원에도 봄이 찾아왔다. 봄을 맞은 단원고 어느 복도, 아침 조회시간을 맞아 누군가 2학년 2반 교실로 들어간다. 옷차림새를 보니, 여자 선생 같다. 여자 선생이 문을 열고 걸어 들어가자 시끄러웠던 교실이 조용해졌고, 아이들끼리 수군댄다.
「또, 시작하겠다.」
대체 뭘 시작할까? 조금 높은 교단 위를 천천히 걸어가던 선생은 교탁에 들고 온 수첩 등을 내려놓고 아이들을 향해서 돌아선다. 그러더니, 아이들을 향해서 낭랑하고 큰 음성으로 말한다.
「헬로~ 비너스!」
선생은 학생들에게 아침인사로 - 헬로 비너스 - 라고 했다. 아이들 중엔 웃는 아이들도 있다. 사실, 이 담임선생님은 올해 이 학교로 처음 임용된 교사이고 여기 2학년 2반의 담임이다. 그런데, 아침 조회시간에 이렇게 학생들에게 인사를 한다. 저 말은 고 전수영 고사가 이 학교 바로 이 교실에서 한 말이다. 지도하는 학생들을 어른으로 존중한다는 의미의 말, 새로 여기 2반 담임이 된 젊은 신입선생이 학생들에게 또 이렇게 인사를 한다.
그리고, 학생들이 앉아있는 앞쪽을 바라보는데, 어느 자리가 비었다. 무단결석한 학생의 자리이다. 누군가처럼 집 나간 양 하나에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은 반복된다. '헬로 비너스(Hello venus)'란 인사로 학생들을 존중했던 전수영 교사의 삶도 반복되고, 길 잃은 양 하나에도 최선을 다한다는 그녀의 교육철학도 반복되어야 한다. 우린 이렇게 살아가야 한다.

어느 대학, 대학시절의 '전수영 교사'가 보이는 것 같다. 그 옆으로 담임을 닮고 싶었던 '양온유 학생'의 모습도 보이는 것 같다. 그녀가 졸업한 고려대... 후배들은 전수영 교사의 삶과 인생을 반복한다. '헬로 비너스'란 인사처럼 학생들을 존중한 교육자의 길을 걷는다. 길 잃은 양 하나에도 최선을 다했던 교육자의 길을 걷는다. '아파해하지 말고, 아파해하지 말고...' 








이전 다음 목록
현재평점[총점:610]  [평가:8명]   윗글을 점수로 평가한다면?  
누적 포인트: 1,200,000,000점 | 기부자 보기   포인트 기부
 
 
 
┃꼬릿글 쓰기
팔공선달 | 2017-09-01 오전 10:31  [동감 0]    
어소세요.^^












* 띄어쓰기 포함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000 / 400바이트)
대국실입장하기
다운로드 이용안내 고객센터
정회원가입
오로볼구매
댓글이 가장 많은 게시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