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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일등으로 달려가서 100점 드릴게요. |
| 글쓴이 망망대해 조회 77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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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매니아 광장이 풍성해 지고 고수들의 바둑에 얽힌 추억담이 여러편 올라왔다
> 한 세월 바둑에 묻혀 보낸이들 답게 사연들이 예사롭지 않다
>
> 근데 난 이 나이가 되도록 5급 바둑을 두고 있으니 각별한 내용이 있을리 없다
> 그래도 길가다 기원이 보이면 올라가는 정도는 되니 한번 써 보기로 한다
>
> 내가 바둑을 배운건 중학교 다닐때다
> 친구들 사이에 누?바둑을 들여 왔는지는 모르겠고 어느날 부터인가 고만고만한 바둑들이 어울렸던 것이다
> 룰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고 난생처음 바둑알을 든 첫판
> 열석점으로 거의 전멸했다고 기억하고 있다
>
> 넉점을 접고 두던 형이 있었는데 이 양반은 야금 야금 귀퉁이 집을 지어 놓고 내가 처놓은 울타리 안으로 들어와 초토화 시키는게 주특기였다
>
> "비겁하게 스리"
> 지금 생각하면 우습지도 않게 열받았던 것이다
>
> 이 때는 바둑이 참 재미 있었다
> 잘려고 누워 있으면 천정에 바둑판이 어른거리고
> 낮에 실수로 진바둑이 떠올라 벌떡 일어나 앉곤 했다
>
> 나의 바둑은 둘줄은 알게 되었다는 것 뿐 여기서 뚝 끊어진다
> 학교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하게 될때까지 바둑과는 거리가 있었다
> 그래도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는지 길에서 시간을 죽일양이면
> 다방 보다는 기원을 올라가곤 했다
> 책은 서너권 수박 겉핥기로 읽어 보았을 것이다
>
> 그러다 우리의 호프 강1급을 만난다
> 그는 한때 프로입문의 꿈을 안고 바둑에 일로매진했던 사나이
> 나이 40이 넘도록 직장생활 변변히 해본적 없는 미장가의 노총각
> 청춘을 다 바처서 얻은건 아마 5-6단의기력이고
> 늘은건 주량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고는 너털웃음을 웃던 모습이 선하다
>
> 절호의 기회를 얻었건만 나는 그에게서 도움을 얻지 못했다
> 기원에 죽치고 앉아 호구들 주머니 털어 일용할 술밥해결하는 그의 마귀행각에 바둑 잘두고 싶은 생각이 싹 가셨던 것이다
>
> 세월은 흐르고 흘러서 내나이도 50을 바라보게 되자 생각이
> 많이 달라졌다
> 나이를 먹자 그날의 심리상태에 따라 수가 보이고 안보이는 차이점이 확연해 졌던 것이다
> 젊을때는 잘 몰랐지만 바둑은 심리적인 게임인 것이다
> (물론 지금도 마음은 이팔청춘임)
> 데이타 레이딩에서 잃은날은 정말 안보인다
> 기복이 그렇게 심할수가 없어서 1단에서 3급 까지 오르내린다
>
> 언젠가 실업자가 되어 길거리를 해맬때 두었던 사흘간의 바둑은 아픔으로 남아있다
> 멍한 시선으로 바둑판을 바라만 보았지 머릿속은 텅비어 있었다
> 연신 줄담배만 물었을뿐 자장면 커피 상납하면서도
> 설욕하고 싶다거나 이기고 싶은 의욕조차 일어나지 않았었다
>
> 문득 돌이켜 보면 내 바둑은 나를 닮아있다
> 내가 흐트러지면 바둑도 흐트러지고
> 흔들리고 있으면 역시 바둑도 흔들린다
>
> 내가 바둑을 좋아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을까?
> 무었 때문에 이 나이에도 기원을 오르는 계단에 서면 가슴이
> 설레이는 걸까?
>
> 인제는 그를 만나면 물어 보고 싶다
> 형은 바둑의 어디가 좋아서 청춘을 기울였느냐고
매니아 광장으로 진출하시어
바둑과 관련된 아련한 추억들을
생각나는대로 보여 주세요.
제가 일등으로 달려가서 100점 드릴게요.
망망대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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