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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에서 본 존재와 인식의 문제. |
| 글쓴이 풍진객 조회 8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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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아래 길손님과 인식의 강님의 거량을 보니 아.. 과연 선비님들끼리 만나면 분위기가 이렇구나.. 하고 매우 기뻣읍니다.
그리고 불교의 입장에서는 존재와 인식의 문제를 어덯게 보는가 하는것을 저도 또한 소개해 보고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읍니다.
글은 동국대학교 이중표 교수님의 저서 "아함의 중도체계"에서 퍼온것입니다.
存在論에 대한 佛陀의 입장
전변설이나 적취설은 객관적인 것(存在)을 제 일차적인 것으로 보는 사상이다. 따라서 객관적 존재의 본질이 되는 실체를 객관 세계속에서 추구한다.
그러나 연기설은 전술한 바와 같이 주관적인 것(心:認識)을 일차적으로 보는 사상이다.
객관적인 것을 일차적인 것으로 보는 입장에서는 자연대상은 주관의 인식과 무관하게 실재하는 것이 되며. 인식이란 이러한 자연대상을 감각이나 이성으로 模寫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주관적인 것을 일차적인 것으로 보는 연기설의 입장에서는 자연대상으로부터 우선권을 박탈하여 "인식되는 대상"으로 격하시킨다.뿐만 아니라 자연대상과 함께 그 속에 "존재하는 주관"도 단지 "인식하는 주관"으로 축소시킨다.
따라서 "인식하는 주관(六內入處)"과 "인식되는 대상(六外入處)은 인식하고 판단하는 의식(六識) 성립의 인연(條件)이 된다.
그러므로 연기설의 입장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외부의 자연대상에서 추구하지 않고 의식 속에서 찾는다.
불타가 四禪.四無色定을 통해 法을 관하기 위해서는 "마음을 밖으로 내보내 산란하게 하지말고 안에 머물도록 하라"고 당부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연기설의 입장에서 보면 인식은 나에 대한 현상일 뿐이다."나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즉 나에게 원천적으로 대상화 될 수 없는 대상의 존재는 그 자체로서 모순이고 허구이다.
불타가 一切는 십이입처(十二入處)라고 하면서 이밖에 일체를 세우는 것은 경계(境界)가 아니기 때문에 무의미하다고 한 것은 이러한 의미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의 사상가들이 문제삼고 있었던 문제들에 대하여 불타가 無記의 태도를 취한 것은 주관 외부에 세계가 실재한다는 신념이 가상적이며 모순적인 허구임을 비판하기 위한 것이었고. 中道는 아같은 허구적이고 모순된 입장을 떠나 자신의 마음으로 시선을 돌리는 입장의 표명이라 할 수가 있다.
따라서 중도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의 존재에 대한 모든 판단"은 모순이고 허구이며 무의미한 희론일 뿐이다.
이와 같이 중도의 입장에서는 기존의 어떤 존재론적 입장도 거부된다고 해서 존재의 문재가 포기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단지 새로운 차원으로 전환되고 있을 뿐이다. 불타가 존재의 문제를 포기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다음에 인용하는 경전이 입증한다.
"나는 세간과 다투지 않는다. 세간이 나와 다툴 뿐이다. 세간의 지혜있는 사람이 <있다>고 하는 것은 나도 <있다>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色.受.想.行.識은 無常하고 .苦이고. 變易하는 법으로 있다..고 지혜있는 사람은 말하며 나도 역시 그렇게 말한다... 세간의 지혜있는 사람이 <없다>고 하는 것은 나도 역시 <없다>고 말한다. 색.수.상.행.식을 恒常되어 변역하지 않고 머무는 법이라고 한다면, 지혜있는 사람은 그러한 五蘊은 <없다>고 말하며. 나도 역시 <없다>고 말한다... 비구들이여 세간과 세간법이 있다는 것을 나도 역시 스스로 알고 스스로 깨달아 다른 사람을 위해 연설하고 보여준다. 세간의 안목 없는 장님들이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할 뿐 나의 허물은 아니니라... 색.수.상.행.식은 무상하고. 고이며. 변역하는 법이다.이것이 세간이고 세간법이다"
이 경에서 불타는 존재의 문제를 "무엇"이 있는가의 문제에서 "어덯게"있는가의 문제로 전환시키고 있다.
"무엇"을 문제삼는 태도는 자연주의적 태도라 할 수 있다. 우리와 무관하게 외부의 자연세계에는 무엇이 존재하고 있는가를 묻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이때 묻고 있는 "무엇"은 우리의 인식과 무관하게 존재하고 있는 객관대상이다.과연 "무엇"이 외부에 실재하고 있어서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가 아무리 그것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려고 해도 그것은 항상 우리에게 인식된 대상으로 인식될 뿐이다.
외부에 존재하는 "무엇"은 결코 우리에게 인식되지 않는다. 오직 "인식된 것"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외부에 "무엇"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덯게 알 수 있었을까? 그것은 인식된 것이 있다는 사실에서 추론된 것이다.
"인식된 것"이 있다는 사실에서 인식하는 주관과 인식되는 객관이 공간 속에서 서로 대립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따라서 외부의 세계에 무엇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것이 입증되지 않는 한 하나의 가설이다.
그렇다면 이것을 입증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우리의 지식이 인식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 그것은 불가능하다.따라서 그것을 입증하려 하는것은 무모한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결국 不可知論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에 처해 있는 것일까?
모든 불가지론의 근원은 우리가 이렇게 외부의 세계를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그러나 불타의 지적과 같이 불가지론도 모순을 가지고 있다. 불가지론에도 안주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을 추구하는 존재론의 본질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같은 딜레마에 빠지는 것일까? 이것은 문제와 문제를 추구하는 방법이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다. 외부에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은 하나의 신념이다. 따라서 우리가 이같은 신념을 갖게 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먼저 살펴보고. 과연 그같은 신념이 정당한가를 밝혀. 그 신념이 정당한 것으로 판명되었을 때 비로소 그같은 문제를 문제삼을 수 있는 것이다.
전술한 바 있는 九次第定은 바로 우리의 신념이 정당한가를 반성적으로 사유하는 방법이다.
불타는 이같은 사유를 통해 세계가 존재한다는 신념을 주는것은 외부에 있는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마음 속에 있는 六入處임을 자각한다. 그렇다면 외부에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일까? 이것도 하나의 신념이며.그것 역시 육입처에서 비롯된 것이다. 따라서 외부의 세계가 존재하느냐 존재하지 않느냐 하는 문제는. 얼른 보아서는 매우 심오하고 심각한 문제로 느껴지지만. 실은 무의미한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무엇"을 추구하는 것이 무의미한 것이라고 해서 존재의 문제가 전적으로 폐기되지는 않는다, 존재의 문제는 "무엇"의 문제가 아니라 "있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 어덯게 물어야 되는 것일까?
우리는 "어덯게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왜냐하면 우리가 明證的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은 "인식된 대상" 뿐이며 "어덯게 있는가"하는 문제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어덯게 인식되고 있는가"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즉 우리가 "있다"고 하는것은 "어덯게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며 "없다"고 하는것은 "그렇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위에 인용한 경에서 불타가.."오온은 무상하고. 苦이고. 변역하는 법이다"고 하는 것은 우리의 의식에 인식된 대상으로서의 오온은 "무상하게 인식되고 있고. 괴롭게 인식되고 있고, 변역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지 외부에 실재하는 오온이 무상하고 괴로운 존재라는 의미는 아닌 것이다. 만약 그렇게 이해한다면 오온이 고라는 판단이 문제가 된다. 苦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이지 객관적 존재의 속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타에게 있어서 외부의 존재는 유도 무도 아니다. 유와 무는 추상된 개념일 뿐 실재가 아니기 때문이며. 중도는 이같은 추상된 개념이 허구임을 자각한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상의 고찰에서 드러났듯이 불타는 존재의 문제를 명증적인 인식을 토대로 추구하고 있으며 .외부의 세계에 존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추구하는 문제의 무의미성을 비판하고 .인식된 대상이 "어덯게"인식되고 있는가를 추구하는 문제로 전환시키고 있다. 이 점이 불교 존재론의 가장 두드러진 특색이라고 할 수 있다. 불타에게 존재론은 인식론과 별개의 영역이 아니라 인식에 기초한 존재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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