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를 울리는 바둑 | 문학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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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를 울리는 바둑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1184

하수을 울리는 바둑을 난 안다. 내가 누구못지 않게 왕하수의 자리를 오랫동안 지켜왔기에... 하수의 눈물겨운 바둑사랑도 난 안다. 내가 왕하수로서 바둑사랑만 알고 다른 사랑은 모르기에... 오로 바둑동을 한번도 떠나본적이 없는 이름없는 하수로서 종종 꿈을 꾼다. 알독달록한 바둑그림이 보이는 꿈을... 모두가 나의 돌이라고 생각했던 진주가 나 모르게 사라져 나의 심장이 팡하는 그런 꿈을.... 내가 열심히 요리조리 도망가도 결국에는 더 이상 도망갈 곳이 없는 길목에 서서 붙잡히면서도 붙잡히지 않기위해 요동치는 나의 몸짓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는 그런 꿈을... 고수의 꿈은 무엇인지 모른다. 고수가 되어가는 방법이 주어져도 놓쳐버리는 사랑, 떠나버리는 사랑, 이별뒤의 또 이별, 난 이렇게 마음 아픈 바둑사랑 꽃밭에 늘 있다. 고수님의 바둑동에 놀러가면 좀 더 나은 바둑사랑을 하기 위해 내가 입어야 하는 옷 빛깔을 본다. 하지만 내가 하수이기에 그 옷의 빛깔을 무녕왕릉 천마총속에 묻으면서 거꾸로 걸어가는 나의 바둑사랑 앞에서 눈물 짓는다. 내가 아무리 갈망해도 바둑사랑은 나를 떠나는 사랑이며 나를 버리는 사랑이며 절벽에서 떨어지는 꽃잎사랑이다. 2003년 5월 26일 월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