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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살 왕자의 편지 |
|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12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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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온 편지가 있었어.
남자였는데...
내가 알고 있는 남자였는데...
그는 늘 내 마음속에서 달콤한 꿈을 꾸게 해 주는 왕자였어.
말하는 모습도 웃는 모습도
잠자는 모습도 먹는 모습도
어쩌다가 인상 쓰는 모습도
강아지 흉내내며 엉덩이 흔드는 모습도
나를 부르는 모습도...
모두가 천하 제일의 품격을 갖춘 하나뿐인 왕자였어.
하늘만큼 별만큼 기쁨을 주는 왕자가
촌스러운 나를 순수하고 맑은 천사로 거듭나게 해주고
하루가 천년의 세월처럼 나를 스쳐가게 하였어.
나의 왕자가 귀족학교에 가고 없는 시간이면
나로 인해 나의 왕자가 혹시라도 힘들게
귀족학교 운동장을 지나서
교실문을 열고 있지 않나 생각했어.
내가 더 큰 욕심으로 왕자에게 원하는 것이 있었는지
나를 뒤돌아보며 가슴찡한 후회를 하기도 했어.
왕자를 생각하는 나의 마음이 모정에서 비롯된
엄마의 마음이라도 되는 것처럼
왕자를 생각하는 일이 참 행복하고
그 행복이 영원하리라 난 믿고 있어.
얼마전에 나의 왕자가 말했어.
"이슬공주, 우리 죽을 때도 함께 똑같은 날 죽어요."
그윽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 왕자의 말이 내 마음에 옹달샘을 만들었어.
"그래요.
우리 죽을 때도 똑같은 날 죽어서
손 잡고 하늘나라에 함께 가요."
라고 말했더니 왕자는 가장 아름다운 꽃밭에서
꿈을 꾸는 나비처럼 웃었어.
난 생각했지.
왕자를 위해 살리라.
왕자를 위해 내 마음의 창을 더 열심히 닦으면서 살리라 다짐했어.
그러던 어느날 불이 켜진 왕자의 방을 나는 기웃거렸어.
왕자는 당황하며 책상을 두손으로 가리면서
"안돼요. 보지 마세요. 얼른 나가세요."
하였지.
왕자의 말에 그 어떤 의문도 품지 않고
왕자의 말을 기분좋게 받아 들이면서
왕자의 방문을 살짝 닫고 나왔어.
그리고, 생각했지.
내가 왕자를 아무리 사랑하여도 왕자의 일을
다 알려고 한다는 것은 왕자에게 실례되는 일이라고...
왕자가 원하지 않는 일을 내 마음대로 하고자 하는 것은
왕자를 사랑하는 참된 마음이 아니라고...
이런 생각 저런 생각속에서 바둑동을 산책하고 있을 때
왕자가 내 곁에 다가 왔지.
"이슬공주, 눈감아 봐요."
난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두 눈을 꼬옥 감았어...
"이슬공주, 손을 내놓으세요."
난 오른손을 내놓았어.
"아니요. 이슬공주, 한손 말고 두손 다 내놓으세요."
난 왼손을 오른손 옆에 조심조심 가지런히 놓았어.
"이슬공주, 이젠 됐어요."
그 순간 내 손에 무엇인가 올려졌고
나의 왕자는 눈을 뜨라고 했어.
눈을 살며시 뜨면서 내 손위에 있는 왕자의 선물을 보았어.
A4용지에 만든 성탄입체카드였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이 적혀 있었어.
그리고, 내가 성탄선물로 책과 함께 주었던
용돈 3000원이 들어 있는 봉투에
"이슬공주, 오래오래 사세요." 라는 글도 쓰여 있었어.
더욱 더 놀라운 기쁨의 숲에 빠지게 하는 선물이 또 있었어.
왕자의 작은 손만한 핑크색 봉투였는데...
그 봉투 속에는 왕자가 만든 하얀색 하트 모양의 종이가 들어 있었어.
하얀색 하트에 쓰여 있는 왕자의 글은
이 세상 그 무엇을 다 준다 해도 바꿀 수 없는 거였어.
"내 마 음" 이라고 빨간색 글씨가 적혀 있었는데
내가 살아 온 날을 가장 예쁘게 보여 주는 글이었어.
난 한번도 이렇게 멋진 카드를 써 본적이 없는데...
왕자여, 왕자여,
나의 왕자여...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왕자로 살아가도록
왕자의 꿈을 사랑하는 이슬공주가 되리라.
2002년 12월 27일 금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
.....왕자의 실제 나이;10살
.....왕자의 이름;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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