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부, 눈이 올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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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 눈이 올 것 같아요.
글쓴이 바둑톡톡 조회 1180

사부, 눈이 올 것 같아요. 하늘이 뿌연 옷을 입고 눈꽃 피울 준비를 하네요. 사부를 만나고 나서 맨 처음 눈이 내렸을 때 눈향기에 취해 내 마음을 소복소복 하얀눈꽃으로 덮으면서 눈꽃나라 여왕이 되어 갔었지요. 사부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하얀 눈꽃나라 왕자 모습으로 눈꽃 가득한 꽃밭에서 바둑알 내려놓기를 아주 멋있게 하고 있겠지요. 한자리 급수가 되면 찾아가리라 말했던 내가 사부를 안본지도 여러 달 되었네요. 가까운듯 하면서도 더 멀어지는 한자리 급수... 첫눈이 오기전에 이루고 싶었는데... 사부, 나 스스로와의 바둑사랑 약속이 무리였다는 것을 느낄 때마다 답답해지네요. 어떤 분은 몇달만에 1단도 되었다고 하는데... 몇년동안 한자리 급수도 못 달고 있으니 난 정말로 바둑빵인가 봐요. 바둑천재, 바둑영재인 님들은 하늘나라 천사였기에 바둑세상에서 흑백사랑 청운의 꿈을 이루며 바둑을 더 예쁜 마음으로 좋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보네요. 나처럼 바둑빵임을 스스로가 인정하는 님은 하늘나라 악당이었기에 아무나 이룰 수 없는 바둑사랑에 빠지기만 하고 바둑사랑 꿈을 아픔으로 날리면서 강물도 아닌 공간에서 강물에 빠진 것처럼 허우적거리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네요. 사부, 하늘나라 눈꽃 꽃밭 문이 열리고 나면 자유를 찾은 것처럼 눈꽃은 막 내려 오겠지요. 이 세상 모두를 돌아보며 신나는 여행을 하다가 사뿐히 내려 앉은 곳이 눈꽃의 쉼터가 되겠지요. 사부, 나도 눈꽃처럼 바둑세상을 여행하다가 네모난 빈터 바둑판을 쉼터라 생각하며 사뿐히 내려 앉아 보고 싶어요. 네모난 빈터가 폭풍의 언덕이 되지 말고 소담스러운 하얀꽃이 넘치도록 피어 있는 평화로운 꽃밭이 되어 흑백사랑이 떠나지 않는 비밀의 성으로 늘 있었으면 좋겠어요. 2002년 11월 26일 화요일 바둑톡톡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