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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승림

  나는

  스칼릿 조핸슨의 광대뼈처럼

  툭, 튀어나왔다

  나는 이 광대뼈 하나만을 믿고

  살아왔다

  이 광대뼈에 올라 세상을 내려다보면

  그동안 보이지 않던 내 얼굴도

  보이고

  아직 이 세상에 도달하지 못한 내 후손들의 환한 얼굴들도

  보이고

  눈 코 입 모두가

  이 광대뼈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이 광대뼈는 지친 내 마음의 간편한 연락처와 같아서

  걸터앉아 쉬기도 하고

  얼굴 전체가 알 수 없는 적들로부터 공격을 받으면

  이 툭 튀어나온 광대뼈가 최선봉에 서고

  어둠 속에서

  끊임없이 번들거리는

  그러나 횃불 하나 들지 않고

  밤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어느 인디언 추장처럼, 나의 명예를 지키며

  그래서

  당장이라도

  연약한 살가죽을 펄럭거리며

  미쳐버릴 것만 같은

  아마 내가 무슬림이었다면, 꽤 지명도가 높은

  테러리스트였을

  나의 뿔, 나의 용감하고 정직한 가슴의 뼈

  뼈 중에 뼈,

  광대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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