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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묻어나는 편지 1편
며칠전에 중2때 담임 선생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었다. 여성시대에서 소개된 저의 사연까지 듣게 되었노 라며 고생이 많았다 하시며 격려해 주시고 몇년 동안의 본인의 소식을 들려 주셨다.
그동안 분당과 부산을 오가며 양가 부모님을 보살펴 왔었는데 이제는 다 돌아 가셨고 1남2녀인 아이들은 모두 결혼해서 손자까지 하나씩 다 봤고 본인도 현재 부인과쪽에 암2기 진단을 받고 수술을 했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본인에게 주어진 인생 숙제는 모두 끝내기에 그나마 홀가분 하다며 별스럽지 않게 말씀 하셨고 저희 부부에게 꼭 한번 밥을 사겠노라며 연락 하라고 하신다.
제가 21년 2월에 신장암 판단을 받고 수술 하였을때도 제일 먼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안부 전화를 묻던 선생님! 괜찮아 질거라며 격려해 주시던 선생님! 병원비에 보태쓰라며 5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어 주셨던 고마운 선생님!
지금은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제지간 이지만 중학교 졸업후 무려 30년 동안 선생님을 원망하며 살아 왔었고 14년전에 선생님과 직접 통화하면서 주고 받았던 편지로 인해 그동안의 앙금을 풀게 된 사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30년만의 통화-
저녁식사를 마쳤을 즈음 중학교때 부터 짝지였던 친구 놈으로 부터 전화를 받았다. 그놈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고 곧 뭔 내용인지 알수 있었다.
"출아. 내 방금 쌤과 통화했다.아이가! 니도 한번 통화해 보그래."
중2때의 여자 담임 선생님과 막 통화를 했다면서 자초지종을 설명하였다.
대학 동창생 명부를 뒤지다가 우연히 담임선생님과 동문임을 알았고 휴대폰 연락처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전화를 걸어 이 이야기,저 이야기를 하면서 아직도 중2때의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다고 하니 무척 기뻐했다면서 나에게도 전화를 드려 보라고 권한다.
학창시절 유난히 선생님들 복이 없었으며, 피해의식 까지 많았던 나로서는 선듯 내키지 않았기에 "필요 없다"면서 냉정하게 뚝 잘라 말했는데
한편으로는 30년이 지난 지금의 여선생님의 모습이 어떻게 변했을까? 살짝 궁금하긴 했나 보다. 못 이기는척 전화 번호를 받아 적고는 수화기를 들었다 놓았다. 몇번 반복하다가
마침 가족들이 이웃집에 놀러간 틈을 타서 용기를 내어 다이얼을 눌렀다. 곧이어 차분한 중년의 여성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보세요? ,(잠시 머뭇 거리다가) "안녕하세요? 쌤예 지 효출임미더. 기억 하시겠슴미꺼?"
30년이란 세월 때문인지 선생님은 나에 대한 기억을 쉽게 떠올리지 못하셨다. 조금 섭섭 하였지만 세월 탓이려니 인정하고 예전의 억울했던 사연을 선생님께 들려 주었다.
중2 막 올라 갔을때의 일이다. 반 배정을 받고 짝지를 정하고 자리에 앉아 있을 즈음. 웅성 웅성거리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는지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리고는 맨뒤에 앉아 있는 나를 지목 하시고선 "야,맨뒤에 끝에 너 나와" 라며 앞으로 부르시더니 "왜 떠들어 " 하시면서 느닷없이 뺨을 사정없이 올려 붙이기 시작했다. 저는 "아닌데예, 지가 아이라예"라며 하고 싶었지만 대들수는 없었다.
그때만 해도 선생님께 따지는 일이란 상상할수도 없었고 ,여드름 투성이에 덩치가 제일 큰 내가 재수 없게도 시범케이스로 걸려 들었던것 같다.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나보다 꼭10살 연상이였던 25살의 어여쁜 아가씨 선생님이 교직에 입문한지 2년도 안되어 어떻게 그런 엄청나고 당돌한 행동을 했었는지에 대해 의아해 할뿐이다.
짐작컨데 동료 선생들로부터 학생들을 기선제압 하는 방법에 대해 코치를 받았던건 아닌지.........
이렇게 시작된 악연은 중학시절 내내 선생님께 문제아로 인식 되었던지 억울한 일을 참 많이도 당했다.
한번은 일요일날 친구들과 같이 시험 공부를 한다고 3학년10반 교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간 일이 있는데, 그 다음날 3학년10반 담임이였던 음악선생님 한테 불려 갔는데 칠판을 가르키며 대뜸 "네놈짓이지" 하며 몰아 붙인다.
칠판을 들여다보니 알파벳으로 W.X.Y라고 뚜렷하고 선명하게 못같은걸로 낙서가 되어 있었다. "아인데예 .지가 안그렌는데예" 라고 부인 하였지만 일요일에 10반 교실에서 너를 본 사람이 있다는 것이였다.
그때 분명히 친구 7명이 같이 공부를 하고 있었는데 하필이면 왜 나를 지목했는지 지지리도 복이 없었던것 같다.
그 당시에 운동장에는 축구를 한다고 외부인이 많이 들어와 있었고, 다른 사람들도 많았는데 하필이면 공부만 하고 갔는데 왜 날.........
선생님은 30년전의 나의 얘기를 가만히 들으시곤 "어린 마음에 상처가 컸겠네." "미안하다"며 용서를 구하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그동안 억울했던 학창시절의 응어리진 모든 일들이 눈녹듯이 녹아 내리는듯 하였다.
선생님은 결혼후 남편을 따라 경기도로 이사왔으며, 교환할 사람이 없어 교사직을 그만 두었으며, 지금은 15년전쯤 분당 신도시가 생기면서
그때부터 줄곧 분당에 사셨다고 하신다 내년쯤에는 부산에 자주 갈수 있을것 같다며, "내년에는 우리 꼭만나자. 만나서 꼭 한잔 하자"며 말씀 하신다.
강산이 3번 바뀐 끝에 그렇게 30년만의 통화는 억울했던 학창시절의 상처를 서서히 치유해 가고 있었다. 불혹이 훌쩍 넘은 나이에 비로소........
2009년 8월5일 김효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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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공선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