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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가는 길
어디로 가야 하나 서릿발 일어선 흙 위에서 나 뒹굴며 바삭거리던 낙엽들이 마지막 숨을 헐떡이며 이별을 고한다.
이제는 떠나야 할 텐데 아무 흔적도 없이 갈 길을 가야 할 텐데 낮게 비워진 몸이라 내릴 곳도 없다. 남은 것이라고는 늘 푸르고 붉었던 기억뿐 일 테고 작고 작은 호흡들이 모여 가을(葬) 준비에 분주하다. 떠난다는 것에 낙엽은 서러워할 이유도 없다.
안쓰럽게 보일 테지만 가을 葬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잎 떨어진 裸木과 온갖 새들이 모여 가을 葬을 치장해주며 조문객이 되어준다. 짧은 시절이었지만 후회 없는 삶이 그들을 풍족하게 해 주었고 뒤에 남겨둘 미련 하나 없으니 얼마나 홀가분 할까
가을 葬은 자연 葬이다. 자연의 무덤이며 자연의 터전인 이곳에 탈색돼 바삭한 몸 위로 또 하나의 몸이 내려앉아 쌓이고 쌓여 찬 서리에도 견딜만한 두툼한 봉분이 된다.
비워진 몸은 천천히 가라앉아 자연과 동화될 때쯤이면 가을 葬은 결코 슬픈 장례의식이 아니라 다시 태어날 자연과의 연결고리임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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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농장
당근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