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치맛바람이 입동에 흩날리나 했더니 어느새 동장군이 성큼 다가왔네요.

저는 수십 년 바둑 친구들과 엎치락뒤치락 포인 내기에 몰두하다가

우연히 누리님의 권유로 지도 대국에 참가했다가 그날 술 엄청 먹었습니다.

원래 승리 포인은 상관없는 사람이라 좋은 그림이나 그려보자고 신중히 뒀는데

맞수들과의 습관이 초반에 대마를 잡히고 망쳐 버렸는데

여백이 많고 사붐님의 배려로 조금 더 두었지만 코로나보다 힘든 시간이었습니다.

복기를 해야 하는데 의미 없는 바둑이라 제가 감히 거절하는 실례를 범했지만

바둑을 진 것이 분해서가 아니라 아쉬울 것도 없는 바둑이었기 때문입니다.

옹졸해도 버텼거나 사붐님이 힘겹게 이기게 했더라면 그러지 않았을 겁니다.

그러나 이 삭막한 세상에 그나마 바둑으로 위로받으려 모이는 기우님들이

여러 환경이 바뀌고 떠나고 있고 커뮤니티마저 온기 없는 사막이 되었을 때

누리님이 나섰네요.

기우님들의 호응도 좋고 포상 이야기까지 거론되고 있는 시점에

저도 수십 년 여러 이벤트를 했습니다만 대가가 있으면 좋겠지만 없다 해도

그 순수함에 기우님들이 포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의도가 무엇이겠습니까.

오로의 활성화 아니겠습니까.?

경영을. 에이 그건 절대 아닐거구요. ^^

많은 분들이 참석하고 응원하고 또 그들을 격려하는 것이 포상 일 겁니다.

우리가 누리님에게 감사할 수 있는 것은 보람을 안겨 드리는 거라 생각합니다.

저도 다시 심기일전해서 다음에 승부와 관계없이 좋은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저는 승리 포인에 관심 없습니다.

다시 도전한다면 승패나 포인과 무관하게 끝까지 계가로 가는 그림을 그려보겠습니다.

그래야 복기를 하면서 한구석이나마 무지의 눈을 뜨지 않을까요. ^^

누리님 강건 하십시오.

임으로 오로는 온기를 복돋우고 그 허기를 잊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주인임을 일깨워 주심에 많은 기우님들이 감사하고 호응할 것입니다.

의도에 어긋나는 일이 있더라도 부디 의연하시길 빌며

같이한 시간 오랫동안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