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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가을
서쪽 하늘에 지는 가을 노을빛이 참 곱기도 하다.
새색시 볼처럼 발그레한 그 빛이 눈물이 날 정도로 아름답다.
푸르게 한 때를 보내고 붉게 한 시절을 물들였던 한 삶 이제는 다 내어주고 갈아 입을 옷마저도 없는 이 가을에 숲에서 들리는 미약한 가을 신음소리를 들으려 달려가 본다.
홍엽(紅葉)에 취해 갈꽃 스쳐지나 떠나온 길 서걱거리는 갈대숲에서 길을 잃은 11월은 서 말 일곱 되나 되는 붉은 피를 쏱아 놓았다.
그 황홀했던 불붙은 사랑을 남겨 두고 멀어진 것들을 그립게 만드는 매정한 가을은 미워하기도 전에 사랑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붉게 흩뿌리는 석양(夕陽)따라 가려는지 나목(裸木)마다 포옹하며 슬픈 입맞춤이다.
낙엽(落葉) 한 잎 한 잎에 그리움이 더한 계절 세월따라 내 앞 스쳐 가는 것을 나는 몰랐었네 각별했던 시간들 뜨거움을 주체할 수 없어 붉게 타버린 것을 나는 몰랐었네
낙엽 되어 바삭 되는 아픈 추억 되더라도 마지막 피 한 방울 남김 없이 다 흘려버려 잎은 말라 지쳐 있고 그리움이 깊어지는 이 11월에는 달빛 별빛 만이 이 빈 가슴 채워 주려나
하지만 제 삶의 이유였던 것들 제 몸의 전부였던 것들 모든 것을 벗어 버리고 떠나는 11월의 가을은 가을의 풍경들 중에서 제일 아름다운 가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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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농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