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를 다녀왔습니다.

네 아들들과 두 딸의 가족들이 모이니 스무 명이 넘어가는 큰 규모의 성묘입니다.

벌초는 관리해 주시는 분이 벌써 다 해 놓았고

우리가 준비할 것은 꽃 한 묶음과 묘역을 관리해 주시는 분께 드릴 작은 선물 하나입니다.

우리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어머님과 아버님 앞에 길게 늘어서고

교회에 열심인 여동생이 대표로 기도를 합니다.

가정마다의 평안을 빌고 3세와 4세들의 앞길이 활짝 열리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나이 들어가는 우리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꽤 오랜만에 조카를 만났습니다.

몇 년 전 대학을 졸업하며 바로 대기업에 입사했던 조카입니다.

안부를 물었습니다.

큰아빠, 9월에 저 여기 도청으로 왔어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분명 몇 년 전 S사에 입사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도청으로 출근한다는 말이 이해되지 않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동생이 말을 거듭니다.

글쎄 공무원 하고 싶다고 해서 그러라고 했어요.

조카는 금년 봄에 치러진 5급의 재경직에 최종합격하여

각 지역의 도청에서 9월부터 3개월 동안 진행되는 연수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었습니다.

왜……. 하던 일이 재미없었어?

아니라 했습니다.

그런데 이 일은 나 아닌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일이지 싶더랍니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은 일, 의미 있는 일을 찾았답니다.

공부라면 어떤 공부라도 너무 쉽게 해내는 방법을 알고 있는 아이라서 일 년을 준비하여 재경직에 패스를 하였고 열심히 해 보겠다고 말했습니다.

봉급 얼마 되지 않을 텐데……. 노파심이었습니다.

5급의 공무원 연봉은 삼천 몇 백……. 그만 둔 회사에서의 연봉은 일억…….

거의 세 배의 차이인데도 별로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조카는 말을 덧 붙였습니다.

5급 준비하는 아이들 중에는 국뽕인 아이들이 많아요.

의외였습니다. 그리고 부끄러웠습니다.

이십 년 넘게 공직에 있으면서도 나는 국뽕이었던 적이 없는데…….

고마웠습니다.

이런 아이들이 있는데 내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 거야…….

그래……. 대한민국 쉽게 망하지 않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성묘를 마치고 산을 내려오는 길에 바라 본 하늘은 높고 푸르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