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뒤똥거리는 뜀박질이 겨우 안정됬던 시절
> 외딴 집 한 채 달랑 서있던 집 앞으로
> 서울과 인천간을 잇는
> 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되던 무렵 이었죠
>
> 그땐 저희집 부엌도 흙바닥에
> 정말 시커먼 동굴처럼
> 엄청난 가마솥이 걸려있던
> 부뚜막 아궁이 앞에서
> 부지깽이로 불씨를 이리저리 휘젓다가
> 신고있던 고무신 코에 불똥이 튀어
> 구멍이 났던 적도 있구요
>
> 어머니는 그 커다란 가마솥에 밥을 지어서
> 벽돌색 고무다라이 가득 담아 머리에 이고
> 고속도로 공사에 거들러 왔던 아주머니들은
> 찬그릇 담긴 대바구니 서너개씩 겹쳐 이고
> 저도 양조장에서 받아온 막걸리 주전자를
> 왼손 오른손 바꿔 들때마다
> 몸이 기우뚱 기울어지던 기억이 나네요
>
> 어머님이 식사를 제공하고 기다리시는 동안
> 주변을 혼자 뛰어다니면서
> 파헤쳐진 도랑에 뛰어들어 숨기도 하고
> 그러다 운 좋은 날은
> 일하시는 아저씨들이 흘린 동전을
> 주운적도 있었답니다.
>
> 그때까진 동네 몇군데씩 우물이 있었지만
> 특별한 목적으로 외딴 곳에 집을 지어 이사한 저희는
> 펌프라는걸 안마당에 설치를 했습니다
> 최고의 물맛에 몇번 푸레질 하고나면
> 잇속까지 시려올 정도로 물이 시원했지요
>
> 그런데도
> 저의 어머니는 비 오는 날이면
> 잘라낸 도라무통에 빗물을 받아서 빨래도 하시고
> 평화유지(기억 애매모호) 누런 빨랫비누로
> 텅텅 소리 나도록 비벼서
> 머리를 감겨 주시기도 했었습니다.
> 양갈래 땋은머리
> 귀 바로 위에 돌돌말아 붙이는 도너츠머리
> 가운데 가르마를 타고 얼굴 선을 따라서
> 가늘게 잡아 땋은 머리
> 어쩜 그렇게 다양하게 아침마다 챙겨주셨는지요...
>
> 여중생이 되어 그 길던 머리를 귀밑 1센티
> 깍두기처럼 손수 잘라 주시던 날
> 우시던 어머니.....
> 오늘은 제가 서툴지만
> 이젠 듬성듬성 빠진 자욱이 보일만큼
> 숱도 적어진 머리에
> 제일 가는걸로 말아 달라시는 청을 어길수가 없어서
> 뽀글뽀글 파마를 해드렸습니다.
>
> 아마도.... 아마도...
> 몇배나 걸리는 시간을 쓰면서
> 풀었다 감는 횟수가 늘어나는 만큼
> 오래오래.....앞으로의 시간을
> 늘리시려는 것 같았습니다.
>
> 엄마...미안해요...
> 내가 못되서.....나때문에....
> 엄마.. 그동안 몇배나 더 속 썩었자나...
> 그런데두 내가 안미워?
> 엄마.... 사랑해...
>
> 엄마..............................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