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Home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
 |
|
|
| 오늘의 이야기(37) = 자원봉사가 없는 세상을 꿈꾼다! |
| 글쓴이 핸디산맥 조회 372 |
작성일 2003-09-29 오후 10:56:00 |
|
어린시절 여름방학이면 곤충채집 숙제가 있는데 난 늘 그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숙제를 하기 위해 매미를 잡긴 하지만 너무나 예뻐 죽게 할 수 없기에 실로 다리를 묶어 숲에
두다가 날려 보내곤 하였다.
그 녀석들 맴맴 소리는 아직도 내 귓가에 쟁쟁하다. 그런데 이번 우리나라를 온통 할퀴고 사라진 태풍이름이 매미이고 전국 방방 매미 원망소리로 가득하니 마음이 아프다. 하필이면 내가 좋아하는 예쁜 매미를 태풍이름으로 정했는지, 북한 사람들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
요즘 나는 행정자치부 지원으로 한국자원봉사자협의회와 함께 "재해재난 자원봉사 동원모델"
을 연구하고 있는데, 외국의 사례를 살펴 볼 필요가 있어 출국할 계획이었다.
사실 공짜 여행이라 속으로 좋아했는데, 매미 녀석이 한반도를 강타하고 가버린 바람에, 비행기표도 날아가 버렸다. 사실 이 난리에 여유로이 외국 사례 보러 간다는 것이 가당치 않아 계획을
바꾸었다. 난 그대신 수해 현장 방문으로 계획을 바꾸었다. 올해도 재해재난 현장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복구와 구호에 땀을 흘리고 있다.
그들의 일손 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의 마음이다. 비록 서툴고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조금이라도 아픔을 함께 나누려는 그 마음 자체가 위안이 되고 세상에 소중한 인심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자원봉사자들의 활동을 보다 체계화하기 위해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요즘 내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과제이다. 그러나 사실은 이 연구과제를 수행하면서 한편으론 마음이 편치않다.
매년마다 되풀이 되는 자연재해는 퐁요롭고 편리함만 추구하는 결과로 인한 자연의 보복이다.
천고마비의 청명한 하늘을 되찾고 아름다운 절기를 누리려면 우리들의 생활방식을 근번적으로
바꾸어야 한다.
누구나 다른 사람으로 인하여 피해를 받아본 적이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편리하게 살면 그로 인하여 피해보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편리하기 위해 더 많은 소비를 하여야 하고, 소비를 위해 더 많은 자연을 파괴해야 한다. 결국
파괴된 자연은 재해를 가져다준다. 따라서 지금 수해로 인해 이웃들이 받고 있는 고통들이, 더
많은 편리함, 풍요로움을 누리려는 나의 욕심 때문이라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난 명색이 자원봉사자로 인해 박사가 된 전문가일진데, 그런데 난 자원봉사자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꾸고있다. 재해재난이 없으면 자원봉사자도 필요 없을 것이고 그러면 "재해재난 자원봉사
동원모델" 과 같은 연구과제도 필요 없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참 좋은 세상이지 않은가?
이제 모두 고통의 끝을 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연구하는 "재난재해 자원봉사 연구모델"이 아예 사용할 필요가 없어 폐기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자원봉사가
필요 없는 세상을 꿈꿔본다.
- 이 성 록 박사 (한국재활복지대학 교수) -
|
|
|
|
|
|
.gif){kind=lo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