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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제와 외할아버님. |
| 글쓴이 음모자 조회 460 |
작성일 2003-09-24 오전 7:45: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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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오니 곳곳에서 문화축제가 열리는 소식이 많이 들린다.
내 고향도 지역문화제가 있는 곳이어서 해마다 이맘때면 자그
마한 도시가 떠들썩하다.
어렸을땐 문화제가 열리는것을 날짜로 안 것은 아니었다.
외할아버님의 느닷없는 출현이 문화제를 알리는 신호였는데,
타지역에 살고 계시던 외할아버님이 문화제가 열리는 몇일전엔
어김없이 오셔서 제손을 붙잡고 이곳저곳 다 구경하시고 돌아
가시곤 했다.
앞부분의 양쪽이 처녀의 보조개마냥 쏙 들어가 있어 집을때도
편하고 모양으로도 멋진 중절모와, 한복에 두루마기를 멋드러
지게 빼입고 손에는 반질반질한 단장을 집고 나타나셨던 외할아
버님.
나에겐 '외'라는 단어가 하나더 붙어있는 만큼의 거리가 있었
지만 두살때 돌아가신 친(?)할아버지의 얼굴도 기억하지 못한
처지였던지라 할아버지의 추억은 바로 외할아버님이 만들어
주셨을뿐이다.
부모님으로 부터 할아버지 잘 모시라는 어명(!)을 받잡았지만,
길을 나서는 순간 이미 나는 할아버지의 관리하에 들어가게 된다.
행여 놓칠새라 고사리같은 내손을 꽉 잡아 쥐시고 팔자걸음 멋
드러지게 놓으시던 모습도 기억이 난다.
씨름 구경을 할때는 젊은날 황소라도 몇번 타보신듯 연신 두주먹을
불끈 쥐시곤 엉덩이도 들썩이시며 "잡채라~" "들어!들어!" "메다
꽂아라~" "저런저런~저저저저~~"를 외치시던 그 모습도..
문화제의 마지막날 있던 불꽃놀이. 10분에 한발이나 쏠까 말까
했던 그 시간에 부모님과 할아버지 그리고 형제가 장독대에 올라
하늘을 쳐다보며 기대했던 그 순간들.
오랜 기다림끝에 올라간 불꽃이 불발되어 사라질때의 아쉬움을
할아버지는 세월의 연륜으로 내머리를 쓰다듬어 주셨고..
다시 올라 세상을 환하게 밝혀주는 불꽃들의 산화를 함께보며
즐거워도 했는데..
군에 있을때 그마저의 추억도 뒤로한채 돌아가셨고, 그 사실을
휴가나와 알게되었을때 느꼈던 그 '외'자가 붙은 분의 서러움을..
굳이 알리려 하지 않았던 어머님의 속마음은 얼마나 아팠을까..
큰형님댁 조카가 외할머니 친할머니 구분없이 "할머니~"하고
부르는 모습이 어찌나 대견하던지..조카의 머리를 한번 쓰다
듬고 생각해 보는 추억....
다음달이면 시작될 고향의 문화제를 올해는 직접볼 수 있으련지..
생활이란게 생각보다 늘 앞서는 형편이어 망설이다 끝나는 돌고
도는 반복을, 올해는 한번 깨보겠다는 다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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