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때의 일이다.

목재를 사용해 가로로 길게 짜여진 바닥에 초를 비벼 광을내고, 집에서
각종 기름을 박카스병(?)에 갹출하여 문지르곤 했다.
아마도 나무로된 바닥을 썩지않고 오래쓰기 위함이었으리라.

청소시간엔 청소당번에 있었다.
교실엔 가로 두줄씩을 분단이라고 불렀는데, 그게 여덟줄 이었으니 네분단.
수업이 끝나면 매일 한분단씩 돌아가면서 청소하던 시절.

그날은 우리 분단의 청소날이었다.

청소방법은 별게 없다.
우선 걸상을 책상위에 올리고 죄다 뒤로밀착!
앞을 쓸고 닦은후 다시 책걸상을 앞으로밀착! 후에 뒤를 쓸고닦은후 책걸상
줄을 맞춰추고.....

이런 식이었는데 뒤로밀착에서 사단이 났다.
한참을 앞을 쓸고 보니 우리 분단 놈들이 죄다 사라졌다.

'이 사태를 어떻게 하지?'

같이 사라지느냐, 아니면 이 청소를 마치느냐.

난 후자를 택했다.
혼자 묵묵히 청소를 끝냈다. 왜 그랬는지 정확하게는 모르겠다.
오늘 내게 주어진 일이라는 책임감도 약간은 있었던것도 같고.
니들은 다 도망갔어도 난 할일을 끝냈다는 자부심도 약간은 있었던것 같다.

그렇게 집으로 한시간은 늦게 갔고, 어머니는 평소보다 늦에 온 나를 추궁했다.

"엄마. 청소하는데 애들이 다 도망가서 혼자 청소 다 하고 오느라 그런거야"

약간의 책임감도 이행했겠다, 그래도 끝냈다는 조그마한 자부심.
그때의 나는 엄마에게 칭찬을 요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야이 미친노무새꺄. 니가 빙신이냐 거기서 그 청소를 다하고 오게? 애들은
다 갔는데 뭔 빌어먹을 거라고 그걸 혼자 하고 이제 쳐자빠져 오고 있어 이
썅놈의 새꺄!"

이것보다 훨씬 심한 욕이었는데, 엄마 인격도 있는데 대충 이쯤하자.
그래도, 손바닥으로 귓방맹이를 쳐 맞았던것은 얘기해야 한다. 아팠다.
아니 서러웠다. 상처입었다. 사실 육실헐놈이란 말도 들었다는것.

그날은 아버지 숙직날이었다. 최고의 날(!) 테레비를 맘껏보고 잘수있는 날.
엄마 옆에 이불을 깔고 누워 테레비 보다 잠들무렵.


"엄마가 잘못했다. 많이 아팠지? 그려, 남들은 다 도망쳐도 너는 잘헌겨.
그누무 도망간 노무새끼들이 배락맞을놈들이지 울애기가 뭔 잘못여. 잘했다 잘했어.
 그려 그려 엄마가 잘못했다. 아펐지 아가? 괜찮여 넌 하나 잘못한거 없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엄마는 사과를 했고 내 서러운 맘은 녹아 버렸다.

.............


사십여년이 지난 지난주.

"엄마. 그때 엄마가 내 잘못이 아니라고 해줘서 고마워요. 난 그말만 믿고 살아왔고
살고있어요. 저 그래서 행복합니다."

무슨 말인지 궁금해 물끄럼한 엄마 얼굴을 피하며, 새찬 귓방맹이질을 하던 그
억센손을 살며시 잡아 드렸다. 하지만, 가늘고 여렸다.

그동안 선택의 길이 무수히 있었다.
도망가면 쉽고 편했고 남으면 어렵고 불편했다.
하지만, 몸이 편하면 늘 마음이 불편했고 쉬운 길일수록 요령과 편법이었다.
입에 풀칠할수록 마음은 편했다.

아침 신문에  욜로(YOLO)라는 광고가 보인다.

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 번뿐) YOLO!

남은 인생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하게될까?

그 대답도 YOL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