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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 선생님, 저랑 한판 붙어요.”
“오호~ 요 녀석 봐라. 그래 한판 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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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된 말로 아직 이마에 솜털도 가시지 않은 초등학생이 지엄하신 교장선생님께 한판 대결을 신청하고, 교장선생님은 이를 호탕하게 받아들이는 일이 매일 벌어지는 학교가 있다. 이런 날이면 학생은 집에 가서 부모에게 자랑하기 바쁘다. 자신이 교장선생님과 대결을 벌였고, 교장선생님을 궁지에 몰아넣기도 했다고 조금 부풀려 말하면, 부모들도 덩달이 신이 난다. 자신들은 그림자 근처도 가지 못한 교장선생님에게 아이는 ‘도전장’을 던지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고 하니, 자식이 대견하고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는 재미있고, 집에서는 신난다. 경기도 안산시에 위치한 청석초등학교. 이 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장선생님이 매일 대결을 펼친다. 무대는 361로 반상이다. 전교생이 바둑을 배우는 이 학교에서는 하루 종일 바둑돌 떨어지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돌소리가 커지면 커질수록 사제의 두꺼운 벽이 허물어진다. 지난 2006년 학교가 세워지면서 첫 교장으로 부임한 나병권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 주고 아이들을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만들기 위한 최고의 학습도구로 바둑을 선택했다. 바둑은 어린 아이들의 정서함양과 두뇌개발에 좋고, 어린 아이일수록 그 효과가 더 크다는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바둑은 정말 좋은 ‘문화’로, 어른이 돼서도 여가생활을 즐겁게 만들어 준다는 것이 나 교장선생님의 지론이자 교육철학이다. 지금까지 드러난 교육 효과는 나 교장선생님의 판단이 옳다는 것을 입증하고도 남는다. 폭력적 내용이 많은 컴퓨터 오락에 무방비로 노출된 아이들이 많지만, 이 학교의 아이들은 그런 시간에 바둑을 통해 사회와 세상을 배우면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 특히 바둑을 배우면서 자연스레 쌓인 논리적 사고는 다른 학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아이들이 바둑을 좋아하다 보니 부모들도 바둑지원에 팔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다. 아이들과 선생님, 그리고 학부모가 바둑으로 하나가 된 것. 이 때문에 나 교장선생님은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도 바둑은 공교육이 풀어가야 할 해법 중 하나”라고까지 말한다. 한편 바둑경력 40년으로 인터넷 바둑사이트 사이버오로에서 6·7단을 넘나들 정도로 짱짱한 바둑실력의 바둑팬인 나 교장선생님은 “바둑인구가 감소하는 현 시점에서 초등학교의 바둑보급은 미래를 위한 중요한 투자”라며 “프로기사나 한국기원 등이 어린이 바둑 꿈나무들에게 많은 추억을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포츠칸 엄민용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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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刀萬里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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