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바둑, 문도원의 10주년
꽃보다바둑, 문도원의 10주년
"함께 이끌어 가는 바둑의 가치가 소중해요"
[바둑계동정] 최병준  2024-10-21 오후 06:53   [프린트]
▲ 8월 25일, 꽃보다바둑 10주년을 맞아 회원과 사범들이 한데 모였다. (출처: 꽃보다바둑 블로그)


2014년, 구글의 알파고가 등장하기 2년전, 충무로 먹자골목의 눈에 띄지 않는 건물 3층 공간에 어린 바둑인들이 성인들이 즐길 수 있는 바둑센터를 창업한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이미 충무로 일대에 자리잡고 십수년을 헤쳐온 당시 '오로바둑'의 지박령급 직원들은 '저 어린 친구들이 이 일대의 무서운 임대료는 어찌 감당할 것이며, 물리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집요하고 피곤하게 구는 사람들을 만나 감정노가다를 겪는 일이 일상다반사가 될 때의 충격과 공포를 어떻게 버틸 것인가'라는 걱정이 앞섰다.

일단의 이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은 걱정과 달리 꿋꿋하였다. 무사히 1년을 버티더니, 그 중 문도원 프로가 꽃보다바둑을 어떻게 오픈하고 바둑클럽을 어떻게 잘 운영하고 있는지, 충무로의 이웃주민인 오로바둑에 겸허한 1주년 소감을 이렇게 밝혔었다.

"제가 진짜 재능이 있나 봐요"

○●... 문도원과 자유로 달리다 (2015년 박주성 취재)

그로부터 또 다시 10여년 흘렀다. 그 10년의 사이에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이 있었고, 한국기원이 바둑TV방송을 직접 운영하기 시작하였으며, 이세돌이 은퇴했고, 신진서와 최정이 바둑으로 이름을 더욱 높였다. 알파고급의 인공지능이 바둑계에 보편화됨과 동시에 재능 있는 바둑인들이 자리잡은 바둑 유투브 채널들은 바둑의 새로운 영역이 되었다.

10년이 흐른 2024년 10월, 꽃보다바둑 센터 문도원 대표를 충무로 모처에서 만나 10주년의 소회를 들었다. 이보다 먼저 충무로 꽃보다바둑센터는 이미 8월에 회원들과 10년을 함께한 지도사범들이 모여 10주년 파티를 열었었다. 이 행사는 조용히, 꽃보다바둑 블로그에 포스팅되었고 말이다.

○●... 24년 8월 25일 <10주년 행사 후기>| 꽃보다바둑센터

하지만 10주년이란 교육, 바둑, 개인의 창업이란 관점에서도 꽤 경사스런 일이기에, 문 대표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다시 소개하는 것은 이웃사촌 오로바둑을 통해 바둑동네 구석구석까지, 동네방네 이 경사를 알리고자 함이기도 하다.

- 10주년이라는 걸 들었다. 쉽지 않은 기간이다. 너무 조용하게 10주년을 넘긴 것 같아 아쉽다. 더 많은 축하를 받을 일이기도 했는데.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알파고도 나왔고.
"그러게, 그때 구글을 샀어야했다. 아니면 빅테크 어떤 것이라도. 혹은 비트코인? 하하하. 그래도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때 꽃보다바둑 회원이 엄청나게 늘었었다. 100여명이 넘기도 했던 때다."

- AI로 인해 환경이 알게 모르게 좀 바뀐 것이 있지 않나 싶다. 누구나 최선의 수를 알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꼭 그런 것은 아니고, 처음부터도 바둑을 가르치는 데에도 너무 실력만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그건 받아들이는 회원들에게도 오히려 실례나 무례일 수 있다. 오랜 시간 어떻게 즐기느냐가 보다 중요하다."

▲ 회원님들이 늘었어요~ 2016년 문도원, K바둑 바둑비타민 출연사진 (촬영: 김수광)

회원과 강사 상호간 사범님으로 호칭

- 원래 바둑계가 실력지상주의 풍토가 좀 있지 않나? 바둑이란 게임도 그런 면이 있고.
"여기 회원분과 강사들 간에는 서로를 '사범님'으로 부른다. 혹은 선생님이라고도 부르고. 사범이라는 호칭이 일상에선 잘 쓰이지 않지만 바둑계 문화에선 여전히 쓰는 말이다. 회원들과 강사들이 서로를 '사범'으로 높여 부르고 존중하면서 바둑에 대한 더 좋은 가치가 형성되는 것 같다. 회원들의 만족도도 높다."

- 오, 멋지다. 영업노하우 아닌가, 그런 건?
"괜찮다. 흐하, 오히려 다른 곳에서도 더 퍼져나가면 좋을 것이다."
"물론 '누가 바둑에서 제일 강한가' 이 질문은 언제나 재미있다. 모든 프로대회가 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봐도 된다. 그러나 바둑이 세지는 건 바둑에서 매우 중요한 가치이긴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특히나 이제 바둑실력이 전부인게 아닌 분들이 그런 가치에 갇히면 스스로에게도 좋지 않다."

- 바둑도장, 학원 등이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 감정노동이라 할 수 있다. 감정노동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는 최근에야 많이 인정된 것인데, 그동안 힘든 회원 분도 꽤 많지 않았나?

"아.... 특별히는 그런 분이 계셨다.
초창기에 찾아 온 회원분들 중에선 나이가 상당히 있는 분이었는데, 오자마자 바둑클럽 실내에서 담배를 피고, 어느 땐 술까지 들고 와서 너무 당당히 마시는 것이었다. '그런 행동은 안된다'고 여러번 말했지만 요지부동이었다.
'그러시려면 나가라'고, '오지마'라고 단호하게 말해야 하는데 그런 말을 하기가 처음에는 너무 어렵고, 떨리고, 말도 입에서 잘 안떨어지고 그런 말을 하기가 무서웠다.

그래도 계속해 주의를 줬고 시일이 지나자 이 회원분도 그런 자신의 행동을 끊었다. 그리고 꽃보다바둑에 가장 오래 다닌 회원 중 한명이 됐다. 돌아가시기 전까지도 바둑클럽을 정말 꾸준히 다녔다. 바둑계를 돕고 후원하고 싶은 생각과 함께 행동도 여러번 보여주셨다. 처음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던 무례한 모습을 생각했을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몇년 전 돌아가셨지만 돌아가실 때까지 꽃보다바둑에서 바둑을 즐겼고, 인상에 크게 남는다."

○●... 꽃보다 바둑 여왕전, 회원들이 만든 바둑대회

"또 한 분은... 음...
'만년 18급'정도의 실력으로 오래 바둑을 배우는 분이 계셨다. 배운 기간에 비한다면 참 바둑이 안 늘었지만 그것과는 다르게 그분은 바둑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 인생과의 어떤 접점과 그로부터 깨달은 통찰을 종종 이야기하시는데 놀라울 정도였다. 그런 통찰의 영역은 단지 바둑의 실력이나 이해도로 줄 세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 분들에게 '당신은 단수나 장문도 헤매고, 바둑이 약하니까 이해할 수 없다'라는 식으로 단정한다면 큰 무례가 아닐까 한다."

"게다가 (2014년에) 처음 시작할 때는 그런 '감정노동', '사람과의 관계로 시달리는 일'같은 생각은 하지 못했다. 교육, 강좌같은 그때까지의 바둑인생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당시 정성오 대표가 바둑인들을 모아 일종의 매니지먼트 사업 등을 구상했는데 그 결과물이 꽃보다바둑이었다. 참여한 사람들이 다들 나이가 20대 초반이여서 바둑활동이란 게 대회참여가 거의 전부였던 때라 두려움이 많았는데 바둑계 바깥의 세계에 부딪칠 수 있도록 정 대표가 많은 걸 그 중간에서 범퍼 역할을 해줬다. 그래서 별명이 곰탱이 같은 암탉이었다(일명 곰실장).병아리 같은 바둑인들이 바깥세상에서 해를 입지 않게 암탉처럼 보호하고 다닌다고..."

▲2014년 오픈초기의 꽃보다바둑멤버, 왼쪽부터 이다혜, 김혜림,배윤진,문도원
▲2015년의 꽃보다바둑 멤버
▲2015년 꽃보다바둑의 시그니처 이미지, 상징적으로 바둑팬들에게 잘 알려진 사진

- 최근 최정 김은지 스미레 등 여자프로들의 바둑이 인기가 높고, 실제로도 바둑TV 시청률도 매우 높은 것으로 알고 있다. 문 대표는 바둑 방송활동도 하고 여자리그 감독활동도 했다.

"방송도 (센터창립처럼) 처음엔 두려웠지만 활동을 늘려가며 조금씩 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일단 방송일에 주눅들거나 하는 것은 없었다. 그리고 센터활동을 했던 경험들이 방송에도 꽤 도움이 돼서 기쁘기도 했다. 또 방송활동이 센터활동에도 도움이 된다, 회원분들도 좋아하시니까 센터활동과 방송활동 양쪽에 도움이 된다. 리그팀 감독은 오로바둑의 요청으로 처음 시작했었다(오로바둑 팀 감독), 으하하 그때 내가 최정을 뽑지 않았나? 감독은 이젠 맡지 않게 됐다. 바둑감독은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느낀 것도 있고."

○●.. '황금손' 오로 문도원 감독, 최정 '덥석' [취재 김수광]

- 위기의 순간도 있지 않았겠나? 특히 코로나 시기 같은 경우면.
"코로나 시기는 회원도 줄었고, 강제휴식의 시기였다. 오히려 힘들어서 그만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때 없어졌다. 오히려 그렇게 쉴 수 있었기에... ( 임대료가 버틸만한 합리적인 수준이어야 한다. 적절한 임대료는 생존에 너무나 중요하다.) 지금은 더 잘할 수 있고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 뉴욕 스퀘어에서 바둑을, 왼쪽 문도원, 오른쪽 서효석 편강한의원 원장
▲ 뉴욕에서 열린 이 바둑행사는 KBS에서 영상물로 제작될 예정
▲ 지난 9월 15일 저녁(미국 현지시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 야외 공연장 럼지 플레이필드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바둑이 동시에 진행됐다. 서효석 호국문화예술위원회 초대 이사장(오른쪽)이 문도원 프로와 바둑을 두고 있다.

바둑상륙작전 IN 뉴욕

- 올해 추석연휴 기간 뉴욕에서 순회공연을 성황리에 마치고 귀국했다는 소문이 있던데?

"뉴욕은 열흘간의 일정으로 다녀왔다. 함께 가자는 원장님의 요청이었다. 바둑행사는 서효석 원장(편강한의원)님의 아이디어를 실현한 것이었고 원장님의 추진력으로 해낸 일이기도 하다. 언론 기사에도 나왔다."

○●.. 센트럴파크 한가운데서 바둑대회·K팝 공연까지…뉴욕 가을 물들인 ‘한미동맹’ (매일경제)

"원장님의 바둑사랑은 찐이라고 할 수 있다. 전에 센터에 바둑친구와 들러 정말 오래 6시간 가량을 바둑에 집중하시는 걸 본 적이 있다. 이렇게 바둑을 워낙 좋아하시니 여러가지 사정에도 이런 기획을 추진하신 것일 게다.

바둑대국에 오케스트라를 동원한 것도 엄청났고, 뉴욕 센트롤파크에서 바둑행사를 한다는 것도 굉장한 것이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행사 자체의 컨텐츠가 좋지 않으면 허가가 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바둑으로 이런 걸 해내다니!!"

- 오케스트라와 한 무대도 인상적이지만 뉴욕스퀘어에서 서원장님과의 대국사진도 굉장히 강렬했다.
"뉴욕스퀘어에서 서효석 원장과 대국을 하는 모습은 KBS에서 요청을 한 것이기도 하다. KBS에서 뉴욕의 바둑행사 관련한 영상을 만들고 있는데 10월 중에 방영할 예정이라고 들었다. (여러분 본방사수)"

"바둑계에선 많은 일이 일어나고 그런 것들이 바둑인들 개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일의 단기적 성과나 단기적 결과에 집중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이런 행사처럼 장기적으로 바둑의 좋은 가치를 이끌고 가는 게 중요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

○●... 꽃보다 바둑 센터 2014년 8월 오픈
○●... 김혜림, '꽃바'로 여는 인생 2막
○●... 김진훈ㆍ김혜림 부부, 꽃보다 바둑, 지축점 오픈

▲ '벌써 10년이라니' 2024년 10월의 문도원

- 충무로 '꽃보다바둑'센터의 대표는 이제 문도원이겠다.
"그렇다. 처음에 시작했던 멤버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결혼을 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을 찾아 갔고, 정성오 대표도 올댓마인드 등으로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기에 이곳 충무로 '꽃보다바둑'에선 자연히 내가 대표로서 활동하게 됐다. 그래서 코로나 이전 즈음에 사업자이름도 문도원, 내 이름으로 걸게 됐다. 책임을 지고 더 확실히 해야겠다는 마음도 있었고 세부적인 것들도 책임을 지게 됐다."

- 벌써 10주년이다. 10년의 소회를 말할 수 있다면?
"한때는 무엇인가를 해보려 했던 내 노력이나 시도들이 내게 성취를 줬다는 그런 자신감 같은 게 있었다. 내 노력으로 해냈다는 그런 자신감이었는데, 지금은 생각이 바뀌었다. 그런 것들이 모두가 내게 어쩌다 주어진 기회였거나 '운'이었다. (도움이 되는 기회를 준 분들, 환경에) 감사해야 할 일들이었다. 지금은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꽃보다바둑', 수많은 가게가 피고 지는 이곳 충무로에서 10년을 넘게 시들지 않고 피어있는 바둑센터다. 흔치 않은 일이다. 문득 바둑을 배우고 싶다면, 바둑을 즐기고 싶다면 이곳 '꽃보다 바둑'을 찾는 것도 참 괜찮은 선택이 될 듯하다.

○● 꽃보다 바둑 공식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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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reed02 |  2024-10-23 오후 4:20:00  [동감0]    
항상 응원입니다. 햄볶하게~
강시콩시 |  2024-10-22 오전 11:49:00  [동감0]    
모든게 많이 달라졌습니다 얼굴도 달라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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