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도 농구처럼! 스포츠바둑을 보여주는 대회
바둑도 농구처럼! 스포츠바둑을 보여주는 대회
서울 오로팀, 북경팀 꺾고 8강진출
[2016-17 CWL] 정용진  2016-10-25 오후 05:57   [프린트]
▲ "세계는! 오로로!" "오로는! 세계로!" 이 기세 그대로 16강까지 쭈욱~! 중국 성시바둑대항전 16강전에서 북경 마오타이팀을 이기고 8강에 오른 서울 오로팀이 파이팅을 힘차게 외쳤다. 목표는 우승!


CWL 우승컵을 서울로!

2016-17 성시바둑대항전(城市围棋联赛, 대회 영문표기 약자는 CWL. City Weiqi League.) 본선16강전에서 서울 오로팀(감독 한종진 9단)이 북경 마오타이팀(감독 녜웨이핑 9단)을 누르고 8강에 진출했다.

중국 항주시 외곽에 자리한 휴양지 명소 나라다리조트((NARADA Resort)에서 10월23일까지 4개조 조별리그를 모두 마치고 각조 상위 4개팀이 순위에 따라 본선16강 대진에 돌입했다. 본선16강전은 24일 오전 9시 같은 장소에서 일제히 시작했다. 서울 오로팀은 오정아(여자)-신민준-설현준-이주형(아마)이 이어 두어 6명 선수를 모두 가동한 북경팀에 296수 만에 흑 7집반을 이겼다.

서울 오로팀은 한종진 감독을 중심으로 이영구 9단, 신진서 6단, 신민준 5단, 설현준 3단, 백찬희 2단, 김창훈 초단과 여자 프로기사로 오정아 3단, 송혜령 초단, 아마추어 선수로는 조남균 아마7단과 이주형 아마7단이 팀을 이뤘다. 그렇지만 이번 항주대회에 팀의 주장인 이영구 9단이 한국바둑리그 대국일정으로, 팀의 에이스격인 신진서 6단은 한중일 신예대항전 참가로 결장한 채 본선16강까지 싸웠다.

다음 8강 상대는 곤명(昆明, 쿤밍)팀으로 11월26일 둔다. 장소는 아직 미정이며 사이버오로는 이 대결 역시 오로1서버에서 생중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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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 2일 남영에서 연 개막식. 24개팀이 내년 3월 결승을 향한 레이스에 들어갔다.

24개팀이 출전한 성시바둑대항전은 지난 7월 남영(南寧 난닝)에서 2016-17 시즌을 개막한 뒤 6개팀씩 A~D 4개조로 나눠 홈&어웨이(초청&원정) 경기를 벌였고, 각조 상위 4개팀이 16강에 올라 토너먼트로 겨룬다. 서울 오로는 D조에서 8승2패의 압도적인 성적으로 조1위를 차지했다.

결승은 3번기로 치르지만 ‘변형 5번기’라는 데 눈길이 간다. 3번기인데 변형 5번기라니? 생소하다. 가령 2:0이 되면 그대로 우승이 결정되지만 1:1이 될 경우는 다시 연장전 3번기를 둔다. 여기서도 1:1이 또한번 나오면 그땐 최종판을 이기는 팀이 우승한다. 이렇게 될 경우 결국 5번기를 두는 셈이니 변형 5번기라는 것이다. 물론 홈&어웨이 경기로 펼친다. 서울 오로팀이 결승에 오를 경우 어쩌면 서울에서 이 대회를 한번쯤 구경할 기회를 얻을지도 모른다.

우승팀은 88만 위안(약 1억 5천만 원), 준우승 46만 위안(약 7천8백만 원), 3위 32만 위안(약 5천4백만 원), 4위 22만 위안을 받는다. 공동 5위(4개팀)에게도 10만 위안이 돌아간다. 8강에만 올라도 약 1천7백만 원의 우릿돈을 받는다. 귀국길에 서울 오로팀의 한종진 감독에게 “일단 1천7백 만원은 확보했네!”라고 말했다가 배포도 없지, 그런 푼돈에 연연하시냐는 ‘쫑코’만 들었다. ^^;;


▲ 조남균 아마7단이 서안(西安, 시안)팀과의 조별리그 10라운드를 두는 모습. 예선리그 최종성적 8승2패. 서울 오로팀은 강력한 우승후보답게 예상대로 독보적인 행보를 보였다. 경기방식에 익숙치 않아 3라운드를 펼친 개막식 경기에서 상해팀에게 때이르게 일격을 당하기는 했으나 비교적 순탄한 경기를 치렀다. 한국을 오가며 중국 대륙을 종횡하면서 펼칠 수밖에 없었던 빠듯한 일정과 음식, 기후가 오히려 변수였다. 한팀과 초청과 방문, 각 두 번씩 경기를 치르는 게 대회의 기본방침이지만 서울 경기를 원한 귀양(貴陽, 구이양)팀과의 홈경기 한번 외에는 모두 중국에서 대국을 펼쳤다.

이 대회는 농구의 쿼터제처럼 한 경기를 1~60수까지, 61수~141수까지, 142수~종국까지 세 구간으로 나눠 둔다. 물론 각 구간마다 선수를 달리 해야 한다. 대회규정은 세 번의 작전타임과 세명까지 선수를 교체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한 경기를 치르기 위해 필요한 선수는 3구간 최소 3명이지만 세 번의 선수교체가 가능하므로 최대 6명까지 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엔 여자선수 1명과 아마추어 선수 1명을 반드시 투입해야 하며 이들은 최소 20수 이상씩 소화해야만 하는 조건을 걸었다. 몇 수에 바둑이 끝나건 한판에 최소한 40수는 여자기사와 아마추어 선수가 두게 하라는 얘기다. (여자기사는 180수 이전에 반드시 출전해야 한다.)

그러니 여자+아마선수+프로기사 이렇게 달랑 3명으로 선수단을 꾸릴 감독은 없을 것이다. 만약 여자아마추어를 투입한다면 여자&아마추어 두 조건을 한명의 선수로 해소한 셈이므로 40수에서 반을 덜어 20수까지만 두어도 된다. 이때는 프로기사 한명을 더 쓸 수 있겠다. 그렇다 하더라도 남자연구생 뺨치는 슈퍼아마추어급 여자선수가 아니라면 아마추어선수 몫으로 일반 여자아마추어 선수를 보유하는 건 현실적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을 터. 해서 대다수의 팀이 여자선수 몫으로 실력 좋은 여자프로기사를 선택하고 있다.

선수단은 12명까지 둘 수 있다. 감독 한명(감독은 코치를 겸할 수 있음)과 코치 한명에 10명의 선수를 꾸릴 수 있되 선수로는 최소한 여자기사 한명, 팀 연고지역 출신 프로기사 한명과 아마기사 한명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등록한 10명의 선수 중에서 한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선수는 6명까지다.

왜 이렇게 선수구성에 관해 장황하게 얘기하느냐-. 단체 릴레이 경기방식인 이 대회의 묘미가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바둑이 일대일 개인전 범주를 넘어서기 어렵지 않느냐는 우리의 고정관념을 보기 좋게 깬 이 대회의 파격에 대해 좀더 소상히 전하고 싶어서이다. 바둑을 당연히 스포츠로 보고, 그렇다면 팬들을 격리하지 않고 여타 스포츠의 방식처럼 바둑 또한 그렇게 경기를 운용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이들의 생각을 전하고 싶어서이다.)

감독이 선수를 어떤 순으로 운용하며 교체 타이밍을 언제로 여하히 잡느냐에 따라 승패가 가늠된다. 구간 종료마다 5분씩, 감독이 작전타임을 부를 때마다 3분씩(상대방도 세 번 부를 수 있으니까 도합 6번) 작전시간이 주어진다. 이 정도 시간이면 선수단이 연구검토한 바를 그대로 대국자에게 알려주기에 충분하다. 선수단의 전반적인 기량이 다소 떨어진다 해도 선수단 가운데 정상급 수준의 기사가 한명만 앉아 있어도 요처마다 작전타임을 불러 코치하거나, 더그아웃에 앉아 연구한 바를 머리에 담은 선수를 교체카드로 내보낸다거나 하는 전략으로 상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실상 집단연구, 상담바둑 형태로 경기가 이뤄진다는 말이다. 실제 대다수의 판이 초중반에 허리가 부러지는 일 없이 끝까지 계가바둑으로 흘러가서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갈리고 있는 게 증거다. 일대일 개인전 승부에서는 한수 삐긋해도 참고 버티면 충분히 만회할 기회를 얻을 수 있고 또 그렇게 뒤집는 판이 적지 않다. 하지만 여러 선수가 구석구석 분석하고 연구한 걸 토대로 바통터치하며 두는 집단연구 상담바둑은 한번 실수라도 하게 되면 상대방이 득달같이 작전타임, 선수교체 카드로 추궁한다. 이런 결정적인 훈수(?) 한방을 당해 주도권을 내주고 나면 다시 쫓아가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서울 오로팀이 북경팀과 벌인 16강전 경기를 현장사진으로 구성해 봤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둑과 어떻게 다른지 한번 느껴보시기 바란다. (대국보는 뉴스 하단 [관련기보]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 오전 8시40분. 전날 감독의 지시에 따라 선수 전원이 일찍 아침을 먹고 대회장에 모였다. 오늘은 검은색 유니폼을 입었다. 서울 오로팀이 흑번이라는 얘기다. 오전 8시반에 김범준 단장(사이버오로 팀장)이 단장회의에 참석해 두 번의 돌가리기로 흑백을 정한 결과다. 한번은 홀짝을 선택할 권리를 누가 행사할 것인지, 이에 따라 또 한번은 진짜 흑백을 가리는 돌가리기. 개인경기에서도 커제 9단은 덤 7집반의 중국룰로는 백이 편하다고 했다. 하물며 집단연구(상담) 바둑임에랴. 서울 오로팀은 예선 조별리그에서 한번은 흑을 쥐고, 한번은 백을 쥐고 당한 바 있지만 아무래도 백을 잡는 편이 유리하다.

돌가리기에 관한 한 중국팀들은 귀신들이었다. 북경팀 단장이 두 번 다 홀짝을 맞히는 바람에 김범준 단장은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투덜거렸다. 돌 두 개를 놓아 홀짝을 맞힌 북경팀이 망설임없이 백을 불렀다. 흑번이 정해진 서울 오로팀은 대국시작 전까지 흑의 포석을 연구했다.


▲ 오전 9시에 일제히 16강전 시작. 그런데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대국실 입장을 할 수 없었다. 김범준 단장과 대회심판원이 황급히 상황을 체크했다. 모든 대국은 인터넷바둑으로 두는데 성시바둑연맹에서 이 대회를 위해 별도로 만든 프로그램이 간혹 문제를 일으킨다.


▲ 총 8판의 대국실이 만들어져 있어야 하는데 맨아래 두 판이 안 보인다. 개설돼 있었지만 아래로 스크롤되지 않아 들어갈 수가 없었다. 별도로 대국방을 신설했고 대국이 25분이나 늦게 시작되었다.


▲ 1번 선수는 오정아 3단. 자리에서 일어나 한두 걸음 떼던 오정아 선수가 “우리도 (박수) 쳐줘야 하는 거 아냐?”라고 애교어린 투정을 부린다. 상대팀이 자기팀 선봉에게 잘 싸우라고 박수치는 것을 보며 한 말이다. 순간 다들 옆구리 찔려 치는 박수. 정말 쳐줄지 몰랐던 듯 오정아 선수, “하지마, 하지마! (쑥스럽단 말야!)”


▲ 초반 1구간은 60수까지다. 여자선수로서 최소 20수는 두어야한다. 이 전에는 교체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의 오선수는 정상급 여자프로. 상대는 루닝(盧寧) 6단. 아마추어선수다. 교체할 맘 전혀 없다.


▲ 좌상변에서 대형정석이 나왔다. 아주 어려운 정석은 아니지만 평소 속속들이 연구해 놓지 않았다면 난감할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로우닝 선수가 ‘급당황’한다. 상대편에서 초반 21수 만에 때이른 작전타임을 부른다. 상대가 아마추어니까 이럴 경우 작전타임을 한번 빼앗은 전략적 효과를 본 셈. 작전타임은 3분. 모니터에 1분7초가 남았다는 표시가 보인다. 작전타임이나 선수교체, 구간종료는 대국프로그램이 알람소리로 알린다.


▲ 오정아 선수가 선수들이 연구한 수, 예상한 수들에 대해 들으며 의견을 나눈다. 이 과정에서 백찬희 2단이 나름 연구한 수순을 보이자 한종진 감독이 한마디 한다. “뭐야, 우리팀에게도 안 알려준 수였네.” 음흉스럽게 그간 혼자 꽁꽁 감춰놨단 말야!


▲ 3분이 지나고 다시 대국을 재개했지만 한번 비트니 대책이 없다. 아마추어 상대선수는 도통 자신 없는 소용돌이에 빠졌다는 듯 자꾸만 자기편 더그아웃(검토실)을 쳐다본다. 죽겠다는 표정이 오히려 귀여울(?) 정도다.


▲ 북경팀 더그아웃도 난리가 났다. 초반부터 2번의 작전타임 카드를 소비할 순 없고, 변화도 워낙 다양하니 짧은 시간에 결론을 내어 대응책을 전달할 형편도 아니다. 북경팀의 감독은 녜웨이핑 9단. 전성기가 지난 기사라 큰 도움이 될진 모르겠으나 바쁜 일정이 있었을까, 자리하지 않았다. 퉈자시 9단이 코치지만 창기배 대국으로 항주에 오지 못했다. 전날 저녁에라도 온다는 얘기가 들렸는데, 이럴 때 그의 불참은 참 다행이다.


▲ 그런데 시작한 지 20분도 안돼 이번엔 한종진 감독이 작전타임을 불렀다. 선수교체와 작전타임은 감독이 가진 태블릿PC로 요청한다.


▲ 바로 이 장면. 오정아 선수가 좌하변에 단수된 흑 한점을 이었으면 절대 우위에 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검토과정에서 이곳을 즉각 잇는 것보다는 다른 곳이 더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고 이것을 한감독이 지시하고 바로 선수를 돌려보냈다. 10초도 안 걸렸다. 작전타임 3분에 대한 사용 권한은 요청한 쪽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다. 우리가 10초만 사용하고 제자리에 돌아가면 상대편도 그에 맞춰 복귀해야한다. 이 바람에 상대의 아마추어선수는 그냥 갔다가 유턴해야했다. 다리운동만 후다닥 한 셈. 이래저래 고생이 많다.


▲ 상대가 1구간이 끝나기 전에 두 번째 선수를 투입했다. 장가열(張家熱) 2단이다. 프로다.


▲ 오정아 선수는 1구간 60수를 꽉 채우고 들어왔다. 구간별 휴식시간은 5분이다. 이때 치어걸들이 응원전을 펼치기도 한다. 어느 특정팀의 홈경기가 아닌 8판을 동시에 치르는 16강전이라 이날은 응원을 펼치지 않았다.


▲ 2구간에 신민준 선수가 출격했다. 생각만큼 우위를 틀어쥔 형세가 아니어서 팀의 에이스를 일찌감치 내보냈다. 상대편도 왕양(汪洋) 5단이 나왔다. 3번주자다. 같은 5단이지만 신민준 선수에 비할 바가 아니다.
(송혜령) “이렇게 두면 물흐르는 거네.”
(한종진) “우리는 흐르는 물을 좋아하니까. 담아서도 세수 안해.”
신민준 5단이 좌하귀 백의 날일자 굳힘에 밑붙임 수를 구사한 후 백집이 확 줄었다(이 수법이 있어서 앞서 오정아 선수가 서둘러 단수된 흑 한점을 이어두었어야 했다는 얘기가 나온 것이다). 이로써 흑이 집은 확실히 괜찮은 형세를 만들었다.


▲ 그런데 문제가 또 생겼다. 흑의 착점이 먹히지 않았다. 대국프로그램에 아직 여러 가지 오류가 있다. 개발자가 갑자기 사망해서 이후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윈도우 8버전에 맞춰 개발한 프로그램이라 10버전에서는 둘 수 없다는 것도 시급한 해결과제다. 사이버오로에 의뢰하면 완벽한 시스템을 갖춰줄 수 있을 텐데. ^^;;


▲ 한종진 감독이 팀원에게 의견을 묻는다. “민준이가 다 보며 두고 있을 테지만 이쯤에서 작전타임 한번 부르는 게 어때? 확실히 굳히기 위해 한번 같이 상담해 보게.” 그러자 오정아 3단이 “저쪽에 상의할 시간을 주는 거니 좀 아깝지 않을까요?”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작전타임도 상대의 상황을 살펴가면서 구사하는 깨알 같은 재미가 있다. 때마침 상대가 2번째 작전타임을 불렀다. 그만큼 상황이 여의치 않은 거다.


▲ 북경팀은 승부를 걸 수 있는 마지막 승부처라 생각하는 듯했다.


▲ 조금 지나 좌중앙에서 흑이 한점 뻗어올린 장면에서 한종진 감독도 두 번째 작전타임 카드를 썼다.
(오정아) “계속 흔들고 비벼대네...이럴 땐 어떻게 해야하는 거지?” 그러자 송혜령 선수가 언니에게 명쾌한 답을 알려준다. “견디면!" 이 이상의 라면이 어디 있겠냐는 거다.


▲ 신민준 선수가 눈썹이 휘날리도록 달려온다. 단 1초라도 아껴야한다. 제한시간은 40분. 서울 오로팀은 11분, 상대는 5분 남았다. 우리가 작전타임을 요청했을 때라도 형세가 좋다면 가급적 시간을 적게 쓰는 것이 시간공격의 의미가 있다.

이 대회는 ‘땡바둑’은 아니다. 1분 남았더라도 선수가 한수 둘 때마다 10초씩 늘어나므로 빨리 두면 둘수록 제한시간을 벌 수 있다. 그렇지만 상당히 어려운 장면을 계속 만났을 때는 결국 시간싸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전반적으로 한판이 2시간이면 끝나도록 설계했다고 한다. 2시간이 넘으면 관중이 지루해할 것이다.


▲ 한종진 감독이 신민준 선수에게 어느 정도 마무리를 하고 나올 것을 당부한다.


▲ 신민준 선수가 2구간 141수까지 책임질 동안 중국은 벌써 4번째 선수를 투입했다. 왕차오(王趙) 초단이다. 그렇지만 이 선수 역시 자기팀 검토실을 연신 쳐다보기 일쑤다. 그런데 이때 상대가 절대선수되는 자리를 연거푸 두기 시작했다. 뭐지? 알고 봤더니 구간을 얼마 안 남겨두었을 때 이처럼 절대선수로 상대 에이스의 수순을 소비하게 해 얼른 몰아내려는(신민준이 2구간의 수를 다 채우게 하려는) 전략이었다. 어려운 대목에서 쓸 수 있는 전략이다. 구간이 종료되면 5분간 작전시간도 벌 수 있으니. 이렇게 신민준 선수가 그라운드에서 밀려났다.


▲ 5분간 구간 휴식시간에는 이렇듯 바둑판 위에 검토하는 손이 난무한다. 돌이 날아들고 떼어지고. 얼핏 새들의 군무를 보는 듯하다.


▲ 3구간 출전선수는 설현준 3단이다. 북경팀은 5번째 선수인 리완펑(李萬崩) 프로2단이 나왔다.


▲ 그런데 한종진 감독이 설현준 선수가 나간 지 1분도 안돼 작전타임을 걸어 다시 불러들인다. 3구간 시작 직전까지 중앙접전을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기듯 내보낸 게 마음에 걸린 탓이다. 3번째 마지막 작전타임은 만사불여튼튼, 확실히 못질을 하기 위한 카드로 썼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다들 앉아있을 여유가 없다.


▲ 한국은 아직 아마추어선수가 출전하지 않았다. 따라서 다음은 오더에 오른 이주형 아마7단이다. 프로 못지 않은 연구생 강자출신이라 뒷문을 닫아거는 데 별 걱정을 않지만 그래도 프로인 설현준 선수가 닦을 수 있는 데까지 닦아줘야 뒷사람이 편하다.


▲ 드디어 반드시 의무출전해야 하는 아마선수 이주형 아마7단 차례가 왔다. 역시 여자선수와 마찬가지로 최소 20수 이상 둬야한다. 한국의 네 번째 주자로 아직 두명의 교체카드를 쥐고 있지만(이는 두 번의 작전타임을 부르는 것 이상의 카드를 쥐고 있다는 얘기다. 대기선수들은 머릿속에 어지간한 변화와 변수에 대한 연구를 다 담아서 나갈 테니까) 한종진 감독은 끝까지 맡길 참이다.


▲ 한감독이 말하던 북경팀의 만만치 않은 ‘여학생’, 중국 여자바둑갑조리그 선수 장즈한(張子涵) 초단이 마지막 6번째 선수로 나왔다. 그러나 이마를 짚으며 아무리 수를 강구해도 이미 저울의 무게추가 기울어진 상황.


▲ 오전 11시반에 끝났다. 딱 2시간 걸렸다. 296수 끝, 흑 7집반승을 거뒀다.


▲ 유일한 외국도시팀 서울 오로의 16강전은 중국의 인터넷바둑TV 위기천원(围棋天元)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생중계했다.


▲ 승자 인터뷰는 언제나 즐겁다. 한종진 감독은 “처음엔 대회방식에 서툴러 당황하기도 했는데 한두 번 하면서 익숙해졌다. 상당히 재미있는 방식이라 즐겁게 두고 있다. 연구바둑 상담바둑이라 선수들간에 협심과 교감을 더하는 데 남다른 효력이 있다. 아직 다른 팀보다 경험이 적겠지만 준비를 잘해서 다음 대국에 임하겠다. 목표는 우승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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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생활 |  2016-10-25 오후 8:52:00  [동감1]    
이런 단체게임이라면 바둑도 충분히 단체게임으로 변신할 수 있겠군요.
참으로 좋은 기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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