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가지 않은 길', '운명의 길'
소년의 '가지 않은 길', '운명의 길'
제9회 김인국수배 국제시니어대회 개막
[김인국수배 ] 정용진  2015-11-07 오후 05:04   [프린트]
▲ 바둑공부를 하기 위해 서울에 온 중학생 소년 김인. 교복차림으로 한국기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모습이다. (사진자료/월간바둑)


가지 않은 길
소년의 아버지는 강진읍장이었다. 학교를 파하고 읍장관사로 가는 길은 두 갈래길이었다. 하나는 경찰서 앞으로 지나가는 길이었고 또 하나는 도립병원을 거쳐 가는 길이었다. 소년은 늘 경찰서 앞길로 다녔다. 그러다 어느 하루, 왜 그랬는지 소년은 도립병원 쪽 길을 택했다. 그렇게 타박타박 걷는데 병원 앞 정자나무 아래에서 병원의사가 동네 형 한명을 앞에 앉혀 놓고 바둑을 두는 게 보였다. 소년은 걸음을 멈추고 구경했다.

병원의사는 그때 막 결혼한 신혼이었으며 동네 형아는 안영이였다. 월간바둑 편집장을 지냈으며 한국의 ‘바둑서지학자’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안영이 선생이다(한국 현대바둑 70주년을 맞아 11일부터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여는 특별전시회가 ‘안영이 컬렉션’이다).

이날부터 소년의 귀가가 늦어졌다. 매일 밤늦게 아이가 집에 들어오자 엄마가 저간의 사정을 수소문했고, 아빠에게 신혼 의사와 날마다 바둑을 두다 늦는다는 걸 알렸다. 얘기를 들은 아빠는 잠시 고민하다 강진에서 가장 바둑을 잘 두는 고수를 찾아 아이를 보냈다. 당시 국민학교 5~6학년 무렵의 소년은 일취월장의 진전을 보여 중학교 1학년 때 서울로 올라왔고, 이후 세계적인 기사가 되었다. 평소 ‘가지 않던 길’로 딱 한번 들어선 그 길이 소년의 운명을 갈랐다. 강진이 낳은 김인 국수가 바둑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다.


▲ 한일교류전에서 한국바둑의 자존심을 걸고 대국하고 있는 청년 김인.




▲ 반가운 세계 각국 바둑친구들이 강진에 모인 날, 반갑게도 가뭄을 축여주는 단비가 종일 내렸다. 그래서 더욱 반가운 대회, 김인국수배가 강진 국민체육센터에서 9번째 막을 올렸다.


▲ 대형 전광판.


▲ 오후1시반에 열린 개막식.

전국적으로 가뭄을 해갈하는 단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11월7일, 제9회 김인국수배 국제시니어바둑대회가 전라남도 강진 국민체육센터에서 막을 올렸다. 이 대회는 기자가 아는 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에서 시니어들만 참가해 펼치는 유일한 국제대회다. 모든 경비를 자기가 부담해야 하는 다른 나라의 여타 대회와 달리 비행기 삯만 들이면 강진군에서 숙박과 식비 일체를 지원해 인기가 좋다. 올해는 단골 참가국인 중국, 일본을 비롯해 세르비아, 루마니아에 이르기까지 40명이 방한했다. 지난해보다 10명이 늘었다.

김인 국수는 기념사에서 “제 고향 강진은 고려청자의 고향이자 다양한 문화유산과 볼거리가 공존해 ‘남도답사 1번지’라 불리는 곳”이라고 소개하며 “승패의 결과보다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대회기간 좋은 추억을 쌓고 돌아가길” 바랐다.

강진원 강진군수를 대신해 대회사를 한 박수철 부군수는 “이 대회는 프로바둑계에 큰어른으로 존경받는 김인 국수의 업적을 기리고 국내외 시니어 선수들이 함께 바둑사랑의 정신을 이어가고자 만든 축제의 장”이라며 “5만 군민과 더불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막식에는 강진군 박수철 부군수를 비롯하여 대한바둑협회 강영진 전무이사, 대한바둑협회 박애영 이사, 전남바둑협회 이만구 회장, 강진군바둑협회 주기영 회장 강진문화원 황호영 원장 등이 자리했다. 심판단은 양상국 9단이 심판위원장을, 오규철 9단, 윤현석 9단, 한종진 9단이 심판위원을 맡았다. 강진군민과 참가선수들을 위한 지도다면기에는 양건 9단과 김민희 3단, 김남훈 초단이 나섰다.


▲ 기념사를 하는 김인 국수.


▲ 우연히, 어쩌면 그 어떤 이끌림으로 들어선 길목에서 바둑에 빠지고만 소년이 어느새 노인이 되었다. 그렇지만, 소년의 몸은 세월의 이치를 거스르지 못해 비록 노인의 몸이 되었어도 바둑을 생각하는 마음은 여전히 청년이다. 그가 걸어온 바둑의 길, 남긴 족적은 태산으로, 청산으로 우뚝 솟아 나날이 푸르다. 바둑을 사랑하는 수많이 이들이 한국바둑의 영웅을 보기 위해, 청산의 푸른 숲에서 안식을 누리기 위해 매년 강진으로 모여든다.

4인 1팀으로 출전하는 남자단체부, 여자단체부와 개인부, 강진군민부 등 4개 부문으로 우승을 가리는 이번 대회에는 모두 5개국에서 250여 명이 참가했다.

대회는 각자 제한시간 20분 30초 3회 스위스리그 방식으로 진행되며, 우승상금은 남자단체전이 400만원, 여자단체전 200만원, 개인전 100만원이 주어진다. 단체전의 경우 2대2 동률이 났을시 팀 선수들의 나이 합계로 승패를 결정한다. 최종 순위에서도 동률이 발생할 경우 나이 합계 룰에 따른다.

이번 대회의 최대 관심사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회를 3연패한 ‘강진스타일 팀(김희중, 정인규, 차진곤, 김동근)이 올해도 우승할 것인지다.

강진군이 주최하고 대한바둑협회, 한국기원이 주관하며 전라남도, 강진군이 후원하고 강진군체육회, 전라남도바둑협회, 강진군바둑협회가 협력하는 제9회 김인국수배 국제시니어바둑대회는 일요일(8일)까지 이어지며 폐막 후 외국선수단은 강진군에서 마련한 지역관광에 나선다.


▲ 양상국 심판위원장의 힘찬 타징을 신호로 대국을 시작했다.


▲ 대회 전경. 머리 위엔 만국기가 펄럭인다. 세계는 바둑으로 하나다!


▲ 3년간 우승을 휠쓸어온 ‘강진스타일 팀(김희중, 정인규, 차진곤, 김동근)이 올해도 우승해 4연패를 달성할 것인지에 이목이 쏠려 있는 가운데 이 '독주 팀'을 잡기 위해 '젊은 오빠(?)들'이 작정하고 팀을 구성해 나왔다. 박성균, 권병훈, 김정우, 김세현 라인업으로 꾸린 '국수산맥 팀'이 첫날 스위스리그 1회전에서 곧바로 맞붙었다. 결과는 국수산맥 팀의 3-1 승. 최대 난적을 꺾어 '시작이 반'인 결과를 얻었지만 김인국수배는 동률 성적이 나올 경우 '나이 합산'으로 최종 순위를 매기는 룰이 있어 끝까지 가봐야 안다. "어쨌든 시작부터 스타일 구겼네~, 강진스타일..." 누군가 이런 우스갯소리를 한다. ^^


▲ 대회 개막식이 열리기 전 오전10시부터 양건 9단을 비롯한 프로기사 3명이 강진군민과 대회 참가자를 대상으로 지도다면기를 두었다.


▲ 지도다면기를 받으며 기보를 작성하는 일본 참가자의 열의가 인상 깊었다.


▲ 강진군민들을 위해 따로 군민부문도 함께 열린다.


▲ 한일 성대결도 펼쳤다.


▲ 대회 전날인 6일 오후7시부터는 강진의 소문난 맛집 '예향'에서 전야제가 열렸다.


▲ 전야제에서 멀리서 온 외국인 참가선수들에게 감사인사를 하는 김인 국수.


▲ 김인 국수의 건강과 대회 발전을 기원하며 '건~배!'


▲ 루마니아에서 왔다는 바둑 두는 '젊은 처자(^^)'가 남도의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 유단 실력이라는 이 아가씨의 젓가락질 솜씨가 전혀 서툴지 않다. 알고 보니 상하이에 사는 중국 남자친구를 따라 강남이 아닌 강진까지 따라왔다고. 시니어대회인 김인국수배에 참가할 수 있는 여성 나이는 30세부터.


▲ 루마니아의 바둑두는 처자, 푸글린 아드리아나(32세) 씨는 개인전에 출전했다. IT업계에 근무한다고 한다.


▲ 김인 국수는 전야제에서나 개막식에서나 빠지지 않고 강진의 음식을 소개하며 많이 드시고 가라 했다. 강진과 인근한 영암은 작가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이고 해남은 법조인이 많이 나온 고장이며 강진은 지주가 많은 고장이다. 부유한 지주들이 많고 그들의 입맛을 맞추다 보니 유명한 음식점이 많이 탄생하게 된 것이라는 배경도 말해주었다. 다정하게 남도 한정식과 회를 음미하는 외국선수들.


▲ 매년 참가하는 중국 선수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김인 국수에게 줄 선물을 들고 왔다.


▲ 대회장 한쪽에 마련한 한국 현대바둑 70주년 기념 특별 사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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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션 |  2015-11-09 오전 12:20:00  [동감1]    
김인,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는 인격자...경박하고 천박하여 난체 하는 부류들과는 비교조차 할수 없는 이 시대의 어른...
오로검객 |  2015-11-07 오후 9:20:00  [동감2]    
영암 강진 장흥 해남은 광주에서 엎드리면 코 닿을 곳이지만 과거엔 두 세 시간을 소비해야 갈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흙 먼지 풀풀이는 비포장 도로에다 기껏 달려야 시속 70킬로를 못 넘는 낡은 버스 때문이었지요. 하지만 지금은 도로가 너무 좋아서 광주에서 해남까지 한 시간, 땅 끝(송지 토말) 까지는 한 시간 십 여 분이면 족합니다. 강진은 도자 문화를 꽃 피운 곳으로 유명하지만, 다산의 유배지요 영랑 김윤식의 고향으로도 알려져 있고 거기다 영원한 국수 김인의 태생지이기도 합니다. 김인 국수배 국제시니어 바둑대회, 동양 3국 중 이런 대회를 어느 나라에서 구경할 수 있을까요? 이것만으로도 한국이 바둑 선진국임을 알리는 자랑스런 대회라고 봅니다. 열악한 지자체의 한정된 살림이기에 비록 상금은 초라하더라도 김인 국수와 함께 그 유명한 강진의 한정식 한 번 드신 것만으로도 본전은 건지신 겁니다. 내년에 한 번 와보셔요. 저는 김인 국수와 함께하는 한정식, 그리도 다면기두는 즐거움 때문에 금년까지 네 번이나 참가했습니다. 오시려거든 미리미리 여유 있게 신청하셔야 합니다.
句唐朴甫涉 |  2015-11-07 오후 9:09:00  [동감1]    
기품技品과 함께 인품人品까지 고려한다면 김인金寅국수님이 가장 국수國手다운 국수라고 할 수 있는 분들 중에 단연 빼놓을 수 없는 분이지요. 후원의 폭이 더욱 확대 조성되어 주기를 간절히 바라마지않습니다. 김인 서봉수 이창호 목진석으로 이어지는 인품까지국수 진정한 국수의 맥이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희망해 봅니다.^^
원술랑 |  2015-11-07 오후 6:50:00  [동감0]    
Robert Frost: The road not taken. 참 멋진 말이다. 나에게도 아직 가지 않은 길이 있을까 하고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 본다. 모든 것을 달라지게 할 그 길이 내앞에 펼쳐져 있다. 이제 金寅 선생은 世界棋壇의 큰 어른이다. 太大師 吳清源 선생을 대신해 最上座에 오르셔도 될 듯하다. 金寅 선생이 <世界的인 棋士가 되었다>라고 高評했는데 좋은 뜻으로 받아들이자. 그런데 대회 규모를 좀 더 키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단체팀 우승 상금이 너무 적다. 팀원 한 명당 손에 쥘 수 있는 돈이 고작 50만원이라니. 담뱃값도 인상됐는데 이게 뭐람! 名色이 국제시니어기전인데 참 壅塞스럽다! 그리고 金寅 國手님께 드리는 선물을 담은 쇼핑백이 저게 뭐람! 참 幼稚스럽다! 중국인들은 아동틱해서 참 좋다! 내용물이 아무리 알차도 저건 아니다! 대한민국 바둑을 무시하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데 상대방을 존중하는 예의가 하나도 없다! 한마디로 성의가 부족하다!
소석대산 할 말이 있고 안할 말이 있는 겁니다. 순수 아마추어 대회에 情으로 건네는 선물을 갖고 이게 무슨 악담입니까? 중국 기우들이 이 댓글을 볼까 두렵습니다. 그리고 국민 세금에서 책정된 예산일테니 아껴쓰고 간소하게 치르는 건 너무도 당연한 처사입니다. 이런 식의 불평불만은 오히려 바둑을 욕되게 하는 거예요.  
원술랑 과연 그럴까요? 상금은 그렇다 쳐도 쇼핑백은 대박입니다! 하하하하!  
봄가을동화 한글과 영어와 한문을 두루 썼으나 얕아서 아쉽습니다.  
원술랑 제가 원래부터 얄팍합니다. 하수라서 미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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