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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를 잊은 '녁밍'과 최초의 3패 빅
2014 LS배 베트남 전국바둑대회 뒷이야기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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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LS배 베트남 전국바둑대회’, 그 못 다한 두 번째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 2014 LS배 베트남 전국바둑대회 소식 (1편) 베트남 최대 바둑대회의 '징크스 이야기' ☜ 여기 클릭! 2013년 한국으로 바둑 유학을 떠났던 녁밍이 1년여 만에 귀국하여 대회에 참가했다. 대회 참가보다는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중요한 때라는 생각이었지만 호치민시 대표선수로 선정되어 매달 소정의 지원금을 받는 녁밍에게 대회 참가는 사실상 의무라 하겠다. 한국에서의 1년여의 생활이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지는 나뿐만이 아닌 베트남 바둑인 모두에게 관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녁밍은 대회가 시작되기도 전에 바둑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모두를 놀라게 만든다. 아직 어린나이여서일까? 1년여의 한국생활동안 녁밍의 한국어 구사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향상되었고 베트남 4년차인 나의 베트남어보다 훨씬 잘하는 상태다. 내가 가끔 한국에 갈 때면 무리 없이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 수준까지 이르렀는데... 대회 시작 전 먼저 귀국한 녁밍이 나를 비롯한 주변 지인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호치민시 바둑클럽을 찾았다. 모두들 반갑게 녁밍을 맞이하고 바둑도 두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데 유이 선생과 녁밍 어머니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선생님! 무슨 일 있으세요?” (유이) “녁밍이 베트남 말을 잊은 것 같습니다.” “네???” 그러고 보니 나와는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서 몰랐는데 베트남 선생님, 선배, 친구들과는 대화하는 모습을 볼 수가 없고 고개를 까딱이는 것으로 모든 의사표현을 대신하고 있었다. 그저 오랜만에 만나서 쑥스러워 그러는 줄로만 알았는데 유이 선생의 말이 사실이 (한국어로 내가) “베트남 어 기억 안나? 왜 대답을 안 해?” (녁밍) “듣는 건 알아듣겠는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생각이 안나요.” “헉!!” 그렇다. 1년 동안이나 베트남 말을 할 기회가 없었던 녁밍은 거짓말처럼 베트남 말을 잊은 것이다. 하긴...베트남 5년차에 접어든 나 역시도 최근에는 간단한 한국말이 떠오르지 않아 당황스러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물며 어린나이의 녁밍은 습득이 빠른 만큼 잊는 것도 빨랐을 테지. 물론 며칠 후 녁밍은 여느 보통의 베트남 어린이로 돌아와 주어 모두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 ▲ 호치민 바둑클럽 방문. 막내 친동생(남), 사촌동생(여)에게 지도대국을 해주고 있는 녁밍. 그렇게 대회 날이 밝았다. 녁밍이 소속되어 있는 호치민시에서도 녁밍의 1년 동안의 실력향상에 크게 기대를 거는 눈치였다. 본래 규정대로라면 16세 이하 부문에 출전해야 하는데 너무 뻔한(?) 결과라고 자신한 것인지 아니면 타 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일반부의 전력보강에 신경 쓴 것인지, 하여간 녁밍을 성인 일반부로 올려놓았다. 하지만 녁밍은 여기서 한 번 더 모두를 놀라게 한다. 총 7전 5승2패의 성적으로 성인부문 전체 7위에 입상하였다. 함께 출전한 호치민 소속 대표선수들 중에서는 두 번째로 좋은 성적이었다. 어린시절 녁밍에게 바둑을 가르쳐 주었던 여러 선생님, 선배들을 꺾는 등 한국에서의 1년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 것이다. 비록 실력적으로는 많은 발전을 보였지만 아쉽게도 아직은 한국에서의 생활이 그다지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어린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타국생활이 힘겨운 탓일까. 아니면 베트남인 특유의 느긋한 기질 때문일까. 많은 사람의 기대가 쏠려 있거니와 본인의 주변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치열하게 경쟁하고 부단히 노력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 있어 많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이를 두고 유이 선생님과 녁밍의 어머니는 “베트남 특유의 느긋 병(病)(?)때문”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자기 자신을 위해서라도 이번 대회를 계기로 많이 느끼고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간절히 기대해 본다. 대회를 마치고 내년 대회의 우승을 다짐하며 녁밍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갔다. ![]() ▲ 같은 호치민팀 선배 동(Dong)과 함께 대국 중인 녁밍. ![]() ▲ 어린시절 바둑을 배웠던 즈엉(Duong) 선생님께 보은의 일국. 한편 대회는 첫날부터 하노이와 호치민 두 라이벌 도시의 대결로 시작됐다. 꾸이년(QUY Nhan, 하노이) vs 람(Lam, 호치민)의 대결이 관심사였다. 대회 초반이긴 하지만 기선제압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만큼 양 도시 관계자들의 관심 속에 대국이 벌어졌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두 대국자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종국 후 복기가 이루어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기에 궁금한 마음으로 다가갔더니 희귀한 3패 모양의 형태가 출현되어 있었다. 두 대국자는 물론 근처에서 대국을 벌이던 타 도시 선수들도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이 대국을 지켜보느라 여념이 없는 상황.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하고 다가온 대회 심판진은 재대결 판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고 두 대국자는 잠시 휴식 후 별도의 장소에서 재대국을 해야만 했다. 프로대국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3패 형태가 바둑의 오지 베트남에서 나왔다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대회 관계자는 물론 참가선수들 역시 베트남 전국대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며 본인들의 대국은 안중에도 없는 듯 사진을 찍고 실시간으로 sns에 상황을 올리는 등 다들 설레는 모습이었다. 먼 훗날 베트남 바둑역사에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사건을 옆에서 지켜보게 된 것 같아 뜻 깊었다. 이 상황을 기록해 두고자 모든 대국이 마무리 된 후 두 대국자를 쫓아다니며 기보를 입수해 두었다. ![]() ▲ 베트남 최초로 공식대국에서 출현한 3패 빅의 기보. 이 외에도 본인의 실력에 비해 터무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후 대회장 밖에서 나와 마주치자 갑자기 울음을 터뜨려 당황하게 만든 하노이 여학생...아마도 본인의 어처구니없는 실수로 인한 속상함과, 함께 공부하며 대회를 준비했던 내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서였을 것이다. 모두들 취미로 하는 바둑이라서 그런지 실력은 4년 전 내가 이곳에 왔을 때보다 크게 나아진 것도 없지만 바둑을 대하는 마음이나 열정만큼은 그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베트남 바둑인들이다. 비록 아직은 걸음마 단계지만 그들 나름대로 이렇게 바둑 이야기를 만들어 가고 있으니 이 모든 행마들이 먼 훗날 베트남 바둑에 큰 자양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얼마 남지 않은 2014년...앞으로 또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 [베트남=이강욱 8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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