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조치훈!
아름다운 사람, 조치훈!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대국에 임했다.
[제8회 삼성화재배 결승진출, 조치훈 9단 인터뷰] 이경민  2003-11-06 오후 07:21   [프린트]


집념의 승부사, 투혼의 승부사, 불세출의 승부사 등 많은 수식어로써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치훈 9단이 실로 오랜 침묵을 깨고 바둑팬들의 가슴으로 돌아왔다. 제8회 삼성화재배 결승무대 진출이다.

'10년여만의 화려한 외출'이라고 표현할 만큼 길고 어두운 터널이었다. 조치훈 9단은 지난 92년 제4회 동양증권배 결승진출 이후 11년만에 세계대회 결승무대에 오르는 희열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중국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강호 후야오위 7단을 상대로 짜릿한 반집승을 거두고 준결승 3번기 종합전적 2-0으로 결승에 진출한 그를 검토장에서 만났다.

"조치훈 9단의 웃는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어보기는 처음이었다"는 월간바둑 이주배 기자의 말처럼,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 오랜만에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했는데, 소감은?
- 무척 기쁘다. 이렇게 결승에 올라오리란 생각을 못했는데...보통 내가 반집차이로 지는 경우가 많았지, 이렇게 반집승으로 이기는 경우는 드문데...(웃음) 결승에 올라와서 정말 기쁘다.

▶ 결승에 올라오기까지 가장 힘든 고비가 있었다면 어떤 판인가?
- 운이 많이 따랐다. 모든 판이 다 힘들었지만, 가장 어려웠던 판은 원성진 5단과의 대국인 것 같다. 나도 대마가 죽은 줄 알고 있었는데, 두다보니까 갑자기 사는 수가 보였다(실제 원성진 5단은 대국이 끝날 무렵까지도 조치훈 9단의 대마를 잡은 줄 착각하고 있었다).

▶ (위 질문에 이어) 사는 수를 봐둔 상태에서 일부러 그렇게 대국한 것은 아니었나?
- 그건 아니다. 나 자신도 그 대마가 죽은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두다 보니까 나중에 사는 수가 보였다.

▶ '숙적' 조훈현 9단 전 7연패의 사슬을 끊은 것(8강전)과 이번에 후야오위 7단을 물리친 것(준결승전) 중 어떤 승리가 더 기분 좋았나?
- (조훈현 9단을 이긴 후로) 책임을 많이 느꼈다. 우승후보인 조훈현 9단을 꺾은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한국선수가 다 떨어지진 않나하고 속으로 미안한 감도 있었는데 박영훈 4단이 남아서 잘 된 것 같다.

▶ 조훈현 9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참 존경하고 감사한다. 조훈현 9단이 없었으면 한국 바둑이 이렇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훈현 9단이 한국에 와서 1인자로 성장했기 때문에 한국 바둑이 세계최고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조 9단이 일본에 계속 있었다면 글쎄... 이렇게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것도 다 운명이고...

▶ 조훈현 9단뿐만 아니라 중국 신예 1인자로 불리우고 있는 후야오위 7단 등 유독 쎈 기사만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왔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 뜻밖이다. 쎈 기사를 만난 만큼 마음을 비우고 대국에 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성적도 더 잘 나오지 않았나 싶다.

▶ 1국에서 '신수'를 등장시켜 검토진을 놀라게 했는데, 평소 연구가 되었던 수인가?
- 일부러 연구하고 나온 것은 아니다. 그 상황에서 그 수가 두고 싶어서 그렇게 둬봤다. 그런데, 결과는 나빴다. 선수가 되면 모를까, 후수를 잡아서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절대 두어서는 안될 것 같다(웃음).

▶ 이번 준결승 두판 모두 '장고의 명수'답게 초반부터 장고로 일찌기 초읽기에 몰려 고생했는데 어땠나?
- 그래도 나로서는 최대한 빨리 둔다고 둔 것이다(웃음). (기자, 정말이냐는 듯 의아해하자) 일부러 장고를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나로서는 그게 그래도 가장 빨리 둔다고 둔 것이다(웃음).

▶ 최근에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보이는데..
- 성적이 안좋은데, 몸이라도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강한 어조로)계속 성적이 부진했는데, 몸만 건강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다시 찾아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 그럼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 가급적 술을 안마시려고 노력한다. 원래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는데, 같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술을 자꾸 마시게 된다. 술 자리를 줄인 뒤로 체력이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이곳 영남대에 와서 인근에 있는 온천을 즐겨 찾았다고 하는데, 원래 온천을 좋아하는가?
- 그것보다 술을 안마시려고 갔었다(웃음). 혼자 있으면 술을 안마시게 되니까(웃음).

▶ 얼마전까지 일본기전에서 성적이 부진했는데, 슬럼프였나?
- 실력이 없는데 부진할 수 밖에(웃음). 성적이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 아닌가. 때문에,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대국에 임했다.

▶ 이번 삼성화재배로 인해서 한국에 자주 오게 되는데, 어떤가?
- 고국에 자주 오니까 여러모로 좋은 게 많다. 덕분에 한국말도 많이 늘은 것 같다(조치훈 9단은 한국말을 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 말이 늘었다는 표현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나 어휘 구사에서 익숙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 그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을 꼽으라면?
- 사카다 선생이 세운 최다우승기록을 깼을때. 그런데 그 뒤로 성적이 너무 부진해서... 자격이나 실력으로나 나에게 너무 과분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조9단은 2002년 제9기 아함동산배 전일본속기오픈전 결승에서 장쉬 7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 우승으로 통산 65회의 우승을 달성,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ㆍ83세) 9단이 가지고 있던 64회 우승기록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 일본에서는 아직 국내기전을 세계대회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한가?
- 그렇다. 일본에서는 아직 국제대회보다 3대기전 이틀걸이바둑을 더 우선시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국제대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세계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바둑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 일본의 제한시간은 너무 길다. 이틀에 걸쳐 끝나는 바둑보다는 하루만에 끝나는 바둑이 바둑팬들로서는 더 좋지 않은가? 나는 오랫동안 이틀바둑을 두어왔기 때문에 그게 익숙하지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려면 제한시간은 짧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3시간짜리 바둑이면 딱 좋은 것 같다.

▶ 이번에 꺾은 후야오위 7단은 중국의 대표적인 신예기사이다. 중국 신예기사의 실력은 어느 정도로 여겨지는가?
- 아주 강하다. 대국중에 반집승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으나, 내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아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비로소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 중요한 대국일수록 반집으로 지는 경우가 많았지, 이렇게 반집승을 거두리라곤...(웃음)

▶ 결승전에서 만나는 박영훈 4단에 대해서는?
- 사랑하는 친구다. 프로기사로만이 아닌 인간적으로도 좋게 생각하는 기사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본다.

▶ 박영훈 4단은 올해 18세인 신예기사인데, 상대가 신예기사인 점에서 부담감은 없나?
- 부담감은 없다. 오히려 즐거운 마음뿐이다.

▶ 마지막으로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승부에 대한 집착은 갖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바둑을 둘 것이고 결과는 그 나중이다. 운이 따르면 이기는 것이고, 운이 없으면 지는 것 아닌가? 중요한 시합에서 이겼을 때도 실력이 쎄서 이긴게 아니고 운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졌을 때도 운이 나빠서 그렇지, 실력이 없어서 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웃음).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꼬릿글 쓰기 동감순 | 최신순    
빈타 |  2003-11-13 오후 11:53:00  [동감0]    
청맥마루님 전적으로 동감입니다..일찍이 이국땅에서 명인을 쟁취하여 고국에 바둑붐을 일으켜 주신 한국인 조치훈 9단의 건투를 빕니다..
기린봉아 |  2003-11-13 오후 2:21:00  [동감0]    
오랜 승부세계의 풍상을 겪은 대가의 여유가 오늘따라 돋보입니다, 예전 기보보며 놓아 보기 하던 시절이 생각나는군요..
청맥마루 |  2003-11-12 오후 5:50:00  [동감0]    
조9단의 여유있는 모습과 인터뷰가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세월이 지났건만 그는 우리에게 항상 감동을 준다
이태윤 |  2003-11-11 오후 11:17:00  [동감0]    
이창호9단과 조훈현9단은 현재 최강...이세돌9단이 이창호9단과 조훈현9단에게 유독 강하지만 나머지 기사들에겐 보통이다...누가 더 강하냐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따지는 것
등용문9 |  2003-11-10 오후 10:51:00  [동감0]    
앞으로 한국바둑을 이끌어갈 이미 강자의길에선 많은 젊은기사들이 잇습니다 단순이 몇년이 아니라 오랜시간이 지나도 조치훈사범님같이 향기가 배어나올수 잇는 기사가 될수있엇으믄 하는 바램
등용문9 |  2003-11-10 오후 10:48:00  [동감0]    
이세돌은 이제 시작하는 단계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앞으로도 오랜동안 정상에 있었을때 모든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걸 인정하리라고 봅니다
등용문9 |  2003-11-10 오후 10:47:00  [동감0]    
내가 왕이다라고 외친다고해서 왕이 되는건 아닙니다 모든 주변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인식되어질때 비로소 진정한 거목이되는겁니다
등용문9 |  2003-11-10 오후 10:45:00  [동감0]    
햇습니다 아직 이창호나 조훈현 사범을 잠시 2-3년 반짝하는정도로 비유하시믄 안됩니다 조치훈 사범님도 대삼관을 일본에서 유래가없는 3년을 햇엇고
등용문9 |  2003-11-10 오후 10:43:00  [동감0]    
이창호나 조훈현사범이 강하게 인식되어진 이유는 세계기전도 그렇치만 10개가 넘는 국내 타이틀을 다 독식한번정도 한 기사들입니다 뿐만아니라 다년간 서너개는 기본으로 타이틀을 유지
saucebox |  2003-11-10 오후 7:57:00  [동감0]    
이세돌이 진정한 강자인지, 유창혁처럼 기복이 큰 다크호스정도인지는 좀더 두고봐야할것이다..최소한 국내타이틀 3개는 기본적으로 갖고 있어야 이창호를 넘었다고 주장할수 있을것이다.
saucebox |  2003-11-10 오후 7:55:00  [동감0]    
역대로 이창호에게 가장 강했던 기사는 요다였다. 1승7패정도로 이창호가 몰렸었다..그러나 요즘은 7승1패로 이창호가 앞선다.
saucebox |  2003-11-10 오후 7:49:00  [동감0]    
내년도 lg정유배에선 벌써 예선 탈락했다..올해 이창호와 도전기를 한기사는 조훈현이 3번,조한승이1번이다.
saucebox |  2003-11-10 오후 7:48:00  [동감0]    
이세돌이는 이창호와 조훈현 사제에게만 유독 강할뿐....나머지기사들에겐 아직 강자로 자리매김하지못하고있다. 현재 6연패중일뿐더러..
ihdop |  2003-11-10 오후 4:36:00  [동감0]    
젊은 후지사와 같은 느낌의 이세돌, 멋지잖아요!!?
ihdop |  2003-11-10 오후 4:35:00  [동감0]    
난 프로기사들 다 좋지만 이세돌이 하는짓이 제일 귀엽던데.....장래도 기대되고....음....뭐가 싫다고 그럴까?
보배섬50 |  2003-11-10 오후 3:23:00  [동감0]    
60년대 가습조이며 기다렸던 조치훈의 승전보 소식 이번에도 기대하며
이태윤 |  2003-11-09 오후 5:23:00  [동감0]    
아 찾아보니 이창호9단과 이세돌9단이 LG배결승 이후에 KBS바둑왕전에서 한 번 만났는데 이세돌9단이 이겼군요...
이태윤 |  2003-11-09 오후 5:15:00  [동감0]    
그리고 한가지 더....지금 이세돌9단과 조훈현9단의 상대전적도 이세돌9단이 압도적이란거 아시는지....8:2던가...
이태윤 |  2003-11-09 오후 5:03:00  [동감0]    
이는 이세돌9단이 최정상급 기사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죠....
이태윤 |  2003-11-09 오후 5:02:00  [동감0]    
그리고 물론 현재 세계 1인자라면 누구나 이창호9단을 꼽겠지만 이창호9단과 이세돌9단이 지금 5번기를 한다면 어느 누구도 이 승부를 예측할 수 없습니다.
이태윤 |  2003-11-09 오후 4:53:00  [동감0]    
가장 최근 이창호9단과 이세돌9단의 대결이라하면 LG배밖에 없지 않습니까...짜잘한 국내기전을 제외하면요....
이태윤 |  2003-11-09 오후 4:52:00  [동감0]    
이창호9단이 조훈현9단을 이겼을 때 아무도 욕한 사람이 없었던 것은 이창호9단이 자신감있는 표현을 잘 하지 않기 때문으로 생각합니다...
아타로스 |  2003-11-09 오후 1:54:00  [동감0]    
조치훈 9단의 세계대회 우승과... 박영훈 4단의 우승 역시 기대해봅니다. 뭐니뭐니 해도.. 조치훈 9단도 한국인이니까요... 누가 이기든.. 저는 환영하고 싶습니다.
아타로스 |  2003-11-09 오후 1:53:00  [동감0]    
요새 이창호 9단이 부진한 이유는 10여년동안 세계타이틀을 휩쓸고 또 중국, 일본이나 우리 한국에서도 이창호 9단의 기보를 하도 연구하다보니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아타로스 |  2003-11-09 오후 1:51:00  [동감0]    
이창호 9단은 13살 국내 타이틀 획득, 17세 세계타이틀 획득입니다. 이미 이세돌보다 어렸을 적부터 스승을 이겨왔죠
좋은나라 |  2003-11-09 오전 9:53:00  [동감0]    
크~~ 몸이 안좋아서 불참했다더니 그전날 전주인가 놀러갔다온게 들통나서... 쩝.. 이세돌도 문제지만 형 이상훈도 동생관리 잘못한 책임이 큰듯..세돌이야 나이어리다지만 상훈이는..
좋은나라 |  2003-11-09 오전 9:49:00  [동감0]    
이세돌은 엘지배우승하기전부터 욕많이 얻어먹었눈데... 단체전 불참해서 기권패 당할때 난 그때부터 이세돌이 싫어졌음..
좋은나라 |  2003-11-09 오전 9:46:00  [동감0]    
그리고 이세돌이 정상에 섰다고 하는데 이창호구단 한번 이기면 정상인건가?? ㅡ.ㅡa 누가 지금의 이세돌이 정상이라고 얘기할수있는지..
좋은나라 |  2003-11-09 오전 9:44:00  [동감0]    
이세돌보다 더어린나이에 이창호는 1인자 그의 스승 조훈현을 넘어섰을대 누가 이창호를 욕한 사람이 있는지.???
鬪魂狼 |  2003-11-09 오전 4:18:00  [동감0]    
조치훈9단은 그자체로도 훌륭합니다 만약에 한국기사들이 다탈락하고조9단이올라갔으면 기자들이 조9단을 어떻케 평가할지 궁금합니다 평가하는자체도 애매모호할때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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