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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조치훈!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대국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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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념의 승부사, 투혼의 승부사, 불세출의 승부사 등 많은 수식어로써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치훈 9단이 실로 오랜 침묵을 깨고 바둑팬들의 가슴으로 돌아왔다. 제8회 삼성화재배 결승무대 진출이다. '10년여만의 화려한 외출'이라고 표현할 만큼 길고 어두운 터널이었다. 조치훈 9단은 지난 92년 제4회 동양증권배 결승진출 이후 11년만에 세계대회 결승무대에 오르는 희열의 기억을 되살려냈다. 중국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강호 후야오위 7단을 상대로 짜릿한 반집승을 거두고 준결승 3번기 종합전적 2-0으로 결승에 진출한 그를 검토장에서 만났다. "조치훈 9단의 웃는 사진을 이렇게 많이 찍어보기는 처음이었다"는 월간바둑 이주배 기자의 말처럼, 인터뷰 내내 그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 오랜만에 세계대회 결승에 진출했는데, 소감은?- 무척 기쁘다. 이렇게 결승에 올라오리란 생각을 못했는데...보통 내가 반집차이로 지는 경우가 많았지, 이렇게 반집승으로 이기는 경우는 드문데...(웃음) 결승에 올라와서 정말 기쁘다. ▶ 결승에 올라오기까지 가장 힘든 고비가 있었다면 어떤 판인가? - 운이 많이 따랐다. 모든 판이 다 힘들었지만, 가장 어려웠던 판은 원성진 5단과의 대국인 것 같다. 나도 대마가 죽은 줄 알고 있었는데, 두다보니까 갑자기 사는 수가 보였다(실제 원성진 5단은 대국이 끝날 무렵까지도 조치훈 9단의 대마를 잡은 줄 착각하고 있었다). ▶ (위 질문에 이어) 사는 수를 봐둔 상태에서 일부러 그렇게 대국한 것은 아니었나? - 그건 아니다. 나 자신도 그 대마가 죽은 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두다 보니까 나중에 사는 수가 보였다. ▶ '숙적' 조훈현 9단 전 7연패의 사슬을 끊은 것(8강전)과 이번에 후야오위 7단을 물리친 것(준결승전) 중 어떤 승리가 더 기분 좋았나? - (조훈현 9단을 이긴 후로) 책임을 많이 느꼈다. 우승후보인 조훈현 9단을 꺾은 만큼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졌다. 한국선수가 다 떨어지진 않나하고 속으로 미안한 감도 있었는데 박영훈 4단이 남아서 잘 된 것 같다. ▶ 조훈현 9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 참 존경하고 감사한다. 조훈현 9단이 없었으면 한국 바둑이 이렇게 발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조훈현 9단이 한국에 와서 1인자로 성장했기 때문에 한국 바둑이 세계최고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만일, 조 9단이 일본에 계속 있었다면 글쎄... 이렇게 발전하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것도 다 운명이고... ▶ 조훈현 9단뿐만 아니라 중국 신예 1인자로 불리우고 있는 후야오위 7단 등 유독 쎈 기사만 물리치고 결승에 올라왔다. 느낌이 남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 - 뜻밖이다. 쎈 기사를 만난 만큼 마음을 비우고 대국에 임할 수 있었다. 그래서 성적도 더 잘 나오지 않았나 싶다. ▶ 1국에서 '신수'를 등장시켜 검토진을 놀라게 했는데, 평소 연구가 되었던 수인가?- 일부러 연구하고 나온 것은 아니다. 그 상황에서 그 수가 두고 싶어서 그렇게 둬봤다. 그런데, 결과는 나빴다. 선수가 되면 모를까, 후수를 잡아서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다음부터는 절대 두어서는 안될 것 같다(웃음). ▶ 이번 준결승 두판 모두 '장고의 명수'답게 초반부터 장고로 일찌기 초읽기에 몰려 고생했는데 어땠나? - 그래도 나로서는 최대한 빨리 둔다고 둔 것이다(웃음). (기자, 정말이냐는 듯 의아해하자) 일부러 장고를 하고 싶어서 하는게 아니다. 나로서는 그게 그래도 가장 빨리 둔다고 둔 것이다(웃음). ▶ 최근에 컨디션이 상당히 좋아보이는데.. - 성적이 안좋은데, 몸이라도 좋아야 하는 것 아닌가(웃음). (강한 어조로)계속 성적이 부진했는데, 몸만 건강하면 언젠가는 기회가 다시 찾아올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 그럼 체력관리는 어떻게 하나? - 가급적 술을 안마시려고 노력한다. 원래 술을 잘 마시지는 못하는데, 같이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술을 자꾸 마시게 된다. 술 자리를 줄인 뒤로 체력이 좋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이곳 영남대에 와서 인근에 있는 온천을 즐겨 찾았다고 하는데, 원래 온천을 좋아하는가? - 그것보다 술을 안마시려고 갔었다(웃음). 혼자 있으면 술을 안마시게 되니까(웃음). ▶ 얼마전까지 일본기전에서 성적이 부진했는데, 슬럼프였나?- 실력이 없는데 부진할 수 밖에(웃음). 성적이야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는 것 아닌가. 때문에,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대국에 임했다. ▶ 이번 삼성화재배로 인해서 한국에 자주 오게 되는데, 어떤가? - 고국에 자주 오니까 여러모로 좋은 게 많다. 덕분에 한국말도 많이 늘은 것 같다(조치훈 9단은 한국말을 하는 데 불편함은 없다. 말이 늘었다는 표현은 한국에서만 사용하는 용어나 어휘 구사에서 익숙해졌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할 것 같다). ▶ 그동안 일본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기록을 세웠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록을 꼽으라면? - 사카다 선생이 세운 최다우승기록을 깼을때. 그런데 그 뒤로 성적이 너무 부진해서... 자격이나 실력으로나 나에게 너무 과분한 기록이라고 생각한다. (조9단은 2002년 제9기 아함동산배 전일본속기오픈전 결승에서 장쉬 7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으며, 이 우승으로 통산 65회의 우승을 달성, 사카다 에이오(坂田榮男ㆍ83세) 9단이 가지고 있던 64회 우승기록을 뛰어넘는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 일본에서는 아직 국내기전을 세계대회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떠한가? - 그렇다. 일본에서는 아직 국제대회보다 3대기전 이틀걸이바둑을 더 우선시한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국제대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인터넷이 발달해서 세계 어디서든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 바둑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야 한다. 일본의 제한시간은 너무 길다. 이틀에 걸쳐 끝나는 바둑보다는 하루만에 끝나는 바둑이 바둑팬들로서는 더 좋지 않은가? 나는 오랫동안 이틀바둑을 두어왔기 때문에 그게 익숙하지만, 변해가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려면 제한시간은 짧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3시간짜리 바둑이면 딱 좋은 것 같다. ▶ 이번에 꺾은 후야오위 7단은 중국의 대표적인 신예기사이다. 중국 신예기사의 실력은 어느 정도로 여겨지는가?- 아주 강하다. 대국중에 반집승이라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으나, 내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아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 비로소 이겼다는 것을 알았다. 중요한 대국일수록 반집으로 지는 경우가 많았지, 이렇게 반집승을 거두리라곤...(웃음) ▶ 결승전에서 만나는 박영훈 4단에 대해서는? - 사랑하는 친구다. 프로기사로만이 아닌 인간적으로도 좋게 생각하는 기사다. 앞으로도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본다. ▶ 박영훈 4단은 올해 18세인 신예기사인데, 상대가 신예기사인 점에서 부담감은 없나? - 부담감은 없다. 오히려 즐거운 마음뿐이다. ▶ 마지막으로 결승전에 임하는 각오 한마디. - 즐거운 마음으로 임할 것이다. 승부에 대한 집착은 갖지 않는다. 최선을 다해 바둑을 둘 것이고 결과는 그 나중이다. 운이 따르면 이기는 것이고, 운이 없으면 지는 것 아닌가? 중요한 시합에서 이겼을 때도 실력이 쎄서 이긴게 아니고 운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졌을 때도 운이 나빠서 그렇지, 실력이 없어서 졌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웃음). 즐거운 마음으로, 좋은 승부를 펼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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