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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지금 세상에서 가장 기쁠 것 같은 4명은?
인터뷰/ 지금 세상에서 가장 기쁠 것 같은 4명은?
정두호ㆍ이상헌ㆍ민상연ㆍ박경근 ‘지금부턴 프로’
[입단] 김수광  2012-01-13 오후 10:43   [프린트스크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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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정두호, 이상헌, 박경근, 민상연



정두호(8승 1패)ㆍ이상헌(8승 1패)ㆍ민상연(8승 2패)ㆍ박경근(8승 2패)가 한날에 프로가 됐다.

지난 4일 172명이 참가한 가운데 예선으로 시작한 제131회 입단대회는 9일 본선의 막을 올려 진행되고 있다. 본선은 64강(본선시드 33명+예선통과자) 스위스리그로 15일까지 펼쳐져 최후 7명을 가린다.

앞서 4명은 13일, 각각 8승을 넘어서면서 입단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이상헌과 정두호는 오전 대국에서 8승을 넘어섰고, 민상연과 박경근은 7승 2패 상태에서 오후 대국을 치른 끝에 프로 데뷔의 감격을 누렸다.

한꺼번에 7명을 뽑는 형식은 지난해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 하루에 다수의 입단자가 배출되는 것은 이제 낯선 풍경이 아니다.

남은 3명은 주말을 거치며 15일까지 확정된다.



정두호(92년생ㆍ양천대일도장 출신)

- 연구생 시절 세계오픈기전 경력이 화려하다.
“1회 비씨카드배와 재작년과 작년 LG배, 그리고 2010년 삼성화재배까지 아마대표로 선발돼 통합예선에 출전했다. 하지만 통합예선에서 큰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비씨카드배 때 중국 리저 6단을 물리친 건 큰 자신감을 주었다. 그때 경험은 지금까지 이어왔을 것이다. 또한 치우쥔 8단에게도 한판 배운 게 기억나는데, 치우쥔 8단이 바둑판에 자신을 처절하게 내던지는 것을 보고 그 열정에 감복했었다.”

- 입단 준비를 방해했던 요소가 있었나?
“부담감. 부담감이 집중력을 저해했다. 지난 8월 지금처럼 7명을 뽑는 대회에서 난 초반에 떨어져버렸고 풀이 죽었다. 그때 밀려드는 부담감을 떨치기 쉽지 않았다.”

- 축하한다. 입단이 확정되던 순간 기분 어땠나?
“속으로 ‘앗싸!’ 라고 외쳤다”

-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조용히 집에서 쉬고 싶다. 자고도 싶고, 당분간은 입단의 기쁨을 만끽할 생각이다.”

- 프로 지망 후 얼마 만에 프로가 된 건가?
“11살에 프로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 힘든 프로 수업을 버텨내게 한 원동력은?
“부모님, 친척분들의 격려가 컸다. 옥득진 사범님이 담당사범님이셨는데, 혼내기보단 격려를 많이 해주셔서 나는 항상 자신감이 차 있는 학생이었다.”

- 같은 도장의 이동훈 초단은 정두호 초단의 바둑을 ‘착하지만 특이한 기풍’이라고 하더라.
“난 실리ㆍ전투형의 평범한 기풍이라고 생각하는데, 사범님들을 비롯해 독특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책에 잘 나오지 않는 감각을 보인다고 한다. 고쳐야 하는 건가 하고 생각해 보기도 했다. 다들 일리가 있는 수법이라고들 하긴 한다. 이번 입단대회에서는 내 독특한 감각이 잘 먹혔나 보다(웃음).”

- 바둑을 시작한 계기?
“아버지께서 바둑을 좋아하셔서 어린 나를 기원에 데리고 다니셨다. 기원 원장님께 5개월쯤 강습받았는데 흥미가 붙어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 좋아하는 기풍의 기사가 있다면?
“이창호 9단의 기보를 항상 재미있게 본다.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본인의 기풍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 반대의 기풍이니까 더 흥미있나 보다. 이창호 9단은 형세판단을 착실히 하고 국면을 자신의 페이스로 간명하게 이끌어오는 장점이 있다.”

- 축하 많이 받았겠다.
“옥득진 사범님이 울면서 안아주셨다. 원장님께서 ‘고생했다’고 말씀해주셨다.”

- 어떤 기사가 되고 싶나?
“결코 존재감 없이 어느 순간 사라지는 그런 기사가 되고 싶지 않다. 바둑리그에 꼭 들고 세계대회에서 활약하고 싶다.”



이상헌(88년생ㆍ충암도장 출신)

- 7명씩 뽑던 지난 번 대회에도 출전했다. 느낌이 달랐나?
“연구생 때부터, 그리고 연구생을 나와서도 대국하고 같이 공부하던 김현찬, 조인선, 박영롱 등이 당시 입단하면서 나도 할 수 있겠다는 큰 힘이 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당시까지는 내 마음에 뭔가 준비가 잘 되지 않았는데, 이번엔 심적으로나 여러 면으로 준비를 하고 나올 수 있었다. 김현찬 조인선이 입단하면서 고양시 바둑선수단을 나왔고 내가 약 2개월간 그 빈 자리로 들어갔었다.”

- 입단이 확정된 후 기분?
“누가 그랬다. 입단이 결정된 때야 말로 세상에서 가장 기쁜 사람 5위 안에 드는 거라고.”

- 8승 1패의 좋은 성적이다. 대회 내내 흔들리지 않았나?
“대회 전에는 연전연승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런데 초반에 어려웠던 판에서 잘 풀려 이겼다. 그다음부턴 술술 풀렸다. 6승까지 올렸을 때 지난 번 박영롱이 8전전승 입단한 게 떠올랐다. 나도 어쩌면 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7승 1패가 되자 마음 상태가 완전히 바뀌었다. 8승이 왜 그렇게도 멀어 보이던지…”

- 입단 준비에 힘든 날이 있었을 것이다. 힘이 된 사건이나 원천이 있다면?
“한종진 사범님은 형처럼 대해주셨다. 어젠 같은 도장 제자들이 대국장 문으로 나올 때마다 눈물을 보이셨다. 탈락이 확정된 학생과 살아 남은 학생들을 한 명 한 명 바라보면서.
오늘 내가 입단을 확정 짓고 나왔을 때 한 사범님이 와락 안아주셨다. 결과를 이미 확인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역시 또 우셨다. 말하지 않아도 사범님의 마음 잘 알기에 항상 고마웠다. 그게 힘이 됐다.

지난 달엔 예전 양재호연구실에 다니던 시절 스승이신 양재호 사범님(現한국기원 사무총장)을 우연히 뵙게 됐다. 결혼식과 지방 행사에서였다. 양 사범님께서 ‘평생 할 바둑, 즐겁게 해라’라며 말씀해 주셨는데, 그 때문인지 가벼운 마음으로 이번 입단대회에 임할 수 있었다.”

- 프로를 지망한 지 얼마만인가?
“10살에 프로 수업을 시작했다.”

- 아마 시절이 길었다.
“연구생을 나오고 아마대회에서 10회 가량 우승했다. 22살의 겨울에 바둑을 포기할까 고민했다. 어린 시절부터 22살 때까지 프로가 못 되면 관두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23살에 다니던 도장이 충암도장으로 통합되면서 환경이 바뀌었다. 얼결에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게 됐다. 지금 나는 24살이다.”

- 좋아하는 기풍의 프로기사가 있다면?
“중국 구리 9단의 기풍을 좋아한다. 구리 9단의 기보를 많이 놓아 봤다. 전투에 능하다. 나는 아마추어 대회에서 대국할 때 ‘무조건 싸워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리고 부분 접전을 중시했다. 한데 최근엔 좀 바뀐 것 같다. 이창호 9단이 쓴 ‘부득탐승’이란 책을 보면서 ‘균형’을 깨쳤다.”

- 포부를 말해본다면?
“나는 88년생, 많이 늦은 나이다. 얼마 전 원성진 9단이 삼성화재배를 들어올리면서 대기만성의 전형을 보여줬다. 원 9단이 한 말이 생각난다. 세계대회 우승은 중요한 목표였지만 궁극의 목표는 아니었다고 한 말. 내 목표 역시 세계대회 우승이 아니다. 세계대회 우승을 한다 해도 그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실력에 도달한 게 아닐 테니…”



민상연(92년생ㆍ충암도장 출신)

- 입단이 확정되던 순간 심정은?
“최종국에서 나는 상대의 대마를 잡았다. 정적이 흘렀고 상대가 조용히 손을 들어 초시계를 끄자 심장이 터져나갈 것 같았다. 이제 나는 무거운 쇳덩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온 몸이 가뿐해진 것 같다.”

- 연구생 1조에 들어간 게 18살의 늦은 나이인 것으로 안다. 입단에 대한 자신감은 그동안 어땠나?
“항상 자신이 있었지만 2년 전 삼성화재배 본선에 진입했을 때 자신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입단은 시간 문제겠구나 생각했다. 한데 번번이 고비에서 고배를 들어 다소 위축되어 있었다. (이번 대회에도 마음이 무거웠을 텐데?) 남들보단 덜 했을 것이다. ‘보험’을 하나 들어놓고 있어서다. 포인트입단제도란 게 있지 않나. 난 국수 우승으로 포인트가 쌓였고 오는 5월에 세계아마바둑선수권에서 우승한다면 40포인트가 더해지면서 포인트누적으로 입단을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 프로를 지망한 나이는?
“11살 때다.”

- 기풍은?
“음. 전투적이고 실리적이다. (주위의 시각은?) 얍실하다고 한다^^”

- 부모님께 전화했나?
“아버지와는 아직 연락이 안 됐다. 어머니께서는 축하한다고 하셨는데 못내 울먹이시는 게 수화기로 들렸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기죽어 있을 때면 가슴 아파하셨었다.”

- 어린 시절 기억은?
“아버지께서 바둑이 세셨다. 지금은 인터넷 바둑으로 3~4단이시지만 예전엔 훨씬 강하셨다. 아버지께서 친구 분과 대국하는 걸 보다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 내가 바둑 학원을 보내달라고 어머니께 졸랐다고 한다. 한대일 원장님이 운영하시는 강북대일학원이란 곳이었는데, 바둑교실과 바둑도장의 중간 성격인 데였다. 거기에서 7살부터 14살까지의 시절을 보냈다. 김희남 사모님은 나를 아들처럼 아껴주셔서 지금도 잊지 못한다.”

- 어떤 기사가 될 건가?
“나는 꾸중 들을 일이 없는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고된 프로 수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한 건 ‘입단’이라는 목표뿐이었다. 지금부터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는 직업을 갖게 되었고 그것을 최대한 발현할 것이다.”



박경근(92년생ㆍ장수영도장 출신)

- 축하를 많이 받았겠다.
“아버지께서 수고했다고 하셨다. 어머니께서 우셨다. 어머니께서 기도 많이 하셨다고 하셨다. 나도 울었다. 박병규 담당사범님도 울었다. 박 사범님께서는 너무 오래 걸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 이번 대회를 앞두고 좋은 예감이 있었나?
“난 예선부터 참가했는데, 2차 마지막 판에서 반집으로 역전승했다. 그때 생각했다. ‘하늘이 돕고 있구나’”

- 지금 하고 싶은 것은?
“자고 싶다. 5일 연속 바둑을 두었다. 대회 기간 한 판씩 두고 나면 조용한 곳에서 잠을 청하곤 했었다.”

- 삼성화재배에서 아마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는데…
“뤄시허 9단과 만났을 때다. 이길 자신이 있었는데, 막상 맞붙으니 내용은 정반대였다.”

- 성격이 활달한 타입인가?
“매사에 긍정적이다. 바둑으로 가져오면 낙관파다. ”

- 프로수업은 고되다.
“애초에 평생 바둑을 두기로 마음 먹었다. 어차피 계속 할 거 이왕이면 항상 즐겁게 하자고 생각했다.”

- 경성고 출신인다. 바둑 특기생 제도가 있나?
“경성고 바둑부라고 하는데 거기 소속이다. 특기생으로 활동할 수 있다. 안국현ㆍ이지현도 같은 곳 출신이다. 학교 친구들은 만화 고스트바둑왕 이야기를 하면서 ‘너도 신의 한수 찾느라 바둑판에 돌 세게 놓냐?’고 물어본다. 나도 고스트바둑왕을 재밌게 봤다. (거기 나오는 기보는 어떻던가?) 기보는 신경 안 썼다. 평소에도 기보는 지겹게 본다.

- 바둑의 매력은?
“기존에 알려진 변화도 파헤치면 새로운 생각 거리가 나온다. 오래하면 할수록 더 깊이를 느낀다.”

- 목표로 삼는 기전 있나?
“지금 가장 큰 규모의 기전이 무엇인가? 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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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전설 |  2012-01-14 오후 2:15:00  [동감0]    
민 상연 사범,,,, 수고 많았네.....
세점바둑 |  2012-01-14 오전 10:34:00  [동감0]    
보급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고..죽을고생으로 꿈을 이루었으니 날개를 맘껏 펼쳐보다가 후진양성을 해도 괜찮지 않을까하는 생각입니다.
세점바둑 |  2012-01-14 오전 10:24:00  [동감0]    
지도사범들이 겉으로 울지 않았으면 속으로라도 울었을라나?정말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지옥문을 통과했으니 천국의문이 열린건가요?
1-2년만에 보급으로 돌아서지 말고 연구생때라 생각하고 공부에 정진하면 좋은 성적도 나올겁니다.축하합니다.
touch! |  2012-01-14 오전 12:09:00  [동감0]    
가르친 사범님이 울었다는 말이 계속 나오는군요. 준비하는 당사자 뿐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에게도 엄청난 압박이라는 걸 깨닫고 갑니다. 힘들 게 이룬 만큼 좋은 바둑 보여주시길.
하이디77 |  2012-01-13 오후 11:46:00  [동감0]    
가르치는 마음을 알기에 같이 기뻐해 주는 사범님들의 타는 마음을 멀리서도 느낍니다.
정진해서 대성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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