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종수의 동래편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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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종수의 동래편지2
최선을 추구하는 구도자의 얼굴
| cyberoro 2004-11-28 오후 04:15 [프린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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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대표팀이 '최철한 쇼크'에 빠진 토요일, 대국이 끝나고 농심 박준 부사장의 초청으로 한중일 3국 선수단과 관계자들의 만찬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승자 조치훈 9단이 참석을 사양했더군요. 이유를 알아보니 이미 대국 전 관계자를 통해 '오늘 대국에서 승리하면 저녁은 같이 못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상태였습니다.
네, 이해할 수 있습니다. 조치훈 9단은 일본 타이틀전 시리즈 중에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왔으니까요. 이틀걸이로 진행되는 3대타이틀전에서도 대국일정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점심이고, 저녁이고 거의 식사를 하지 못 합니다. 혼자 방 안에서 우동 정도를 시켜서 가볍게 때우거나(관계자들의 말에 의하면 그나마 거의 손도 대지 않은 상태로 남긴다는군요) 아예, 굶는다는 겁니다.
그렇습니다. 승부의 중압감 때문에 식욕을 잃어버리는 것이죠. 온몸으로, 양파의 실뿌리보다 더 섬세한 생체리듬 하나하나까지 대국에 몰입해 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그렇게 이해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 판의 바둑에 몰입한 조치훈 9단의 모습을 보면 '세상 고민을 혼자 다 짊어지고 가는 사람 같다'는 말을 합니다. 구도(求道)의 가시밭길을 걷는 수행자가 따로 없다는 거죠.
맞습니다. 조치훈 9단은 그런 사람입니다. 그는 보기 드물게 바둑과 인생을 아우르는 '깊이'를 보여주는 승부사입니다. 공식대국이 아닌 가벼운 여흥의 바둑이나 검토 좌석에서는 누구와도 쉽게 어울리며 소년처럼 즐거워하지만 실전에 임하는 순간 '최선을 추구하는 구도자'로 바뀌는 사람이죠. 그렇기에 그로서는, 누가 보아도 뻔한 곳에서 장고(長考)에 장고를 거듭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오래 전 장고에 관련된 고백 비슷한 인터뷰를 읽은 기억이 납니다. 라이벌 고바야시 고이치 9단과 비유를 하고 있더군요. '나는 고바야시 9단을 보면 부럽다. 그는 생각의 줄기를 알맞게 잘라낼 줄 아는 사람이다. 더 이상 생각해봐야 도움이 되지 않는 곳을 잘 알고 제 때에 가지치기를 한다. 나는 그게 안된다. 끝없이 생각의 가지가 뻗어나간다. 그 끝에 닿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고 비슷한 길이 나오면 그 선택에서도 갈등이 심하다.'
 '단점인 줄은 알지만 고치지 못한다'는 마무리말에서 어떤 숙명 같은 것이 느껴지더군요. 일요일, 뤄시허 9단과의 본선 9국 역시 그런 패턴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뤄시허 9단은 IQ 160의 천재, 속기에 능한 기사죠. 재능은 '중국의 얼굴'이라는 창하오 9단보다 뛰어나지만 근성과 독기가 부족해 제 실력만큼 성적을 내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 기사입니다. 이 대국에서 조치훈 9단은, 뤄시허 9단이 10분을 소비하는 동안 1시간을 몽땅 다 써버리고 말았습니다. 마침, 검토실 모니터에 초시계를 힐끗 바라보고는 쓴웃음을 짓는 조치훈 9단의 얼굴이 클로즈업되더군요. '오직, 최선의 길을 추구하는 사람'으로서의 숙명.
결국, 이 대국은 속기의 천재 뤄시허 9단의 승리로 끝났지만 저는, 승자의 얼굴보다 패자의 얼굴을 더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습니다.
11월 28일 일요일
손종수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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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하르 |
｜ 2004-11-28 오후 4:4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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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임니닷! 난생 첨인데, 축하해 주세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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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하르 |
｜ 2004-11-28 오후 4:41: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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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등은 안 할려고 했는데, 암도 안 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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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돌스 |
｜ 2004-11-28 오후 4:4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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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1등 축하드려요..좋은 편지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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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라네 |
｜ 2004-11-28 오후 8:4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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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생결단! 목숨을걸고두는 바둑! 조치훈9단 대삼관이 속기전에 나온것자체가 무리엿나봅니다.. 손종수님의 글 읽으며 저자신의 아픔같앗던 마음이 다소나마 위안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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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ucebox |
｜ 2004-11-28 오후 9:33: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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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9단은 속기에도 강합니다. 일본에선 속기전 우승도 많이 했을걸요. 초반에 장고를 하시니..남들보다 초읽기에 몰릴 경우가 많을텐데 그래도 최고의 성적을 냈던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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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aucebox |
｜ 2004-11-28 오후 9:34: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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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읽기에 몰린 상황에서도 잘두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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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랑777 |
｜ 2004-11-28 오후 10:57: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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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기파들보다 장고파들이 초읽기에 더 익숙하니까 의외로 속기전에서 성적이 좋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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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ns34 |
｜ 2004-11-29 오전 12:12: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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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수한 바둑의 뒷이야기들이 뉴스와 조화롭게 접목되는군요.조치훈의 바둑철학 및 습관과 장고 끈기 또한 승부사의 최선의 착점에 목숨을건...바둑인의 처절한 운명이 가슴속에 배어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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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머찐남 |
｜ 2004-11-29 오전 9:36:00 [동감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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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치훈9단,,내년 대회부턴 우리나라 소속 기사로 출전할수 있다고 했던가요??무척 기대가 됩니다,,내년에도 꼭 출전하셔서 우승의 견인차가 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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