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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만에 세계무대 오른 정대상 "상대가 한번 '뻑'하면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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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예상했을까. 소문난 속기파 정대상 9단(59)이 17년 만에 삼성화재배 본선에 진출했다. 20일 한국기원에서 끝난 2016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예선통합 시니어조 결승에서 일본기원 소속프로기사 조선진 9단(46)에게 317수 만에 백으로 반집승했다. 정대상은 이날 본선티켓을 거머쥔 3명의 한국기사 중 한명이었다. 예선결승 상대 조선진은 한국출신으로 1982년 도일해 일본기원 소속기사가 되었으며 1999년에 본인방에 오른 바 있다. 삼성화재배 4회 대회 때는 준우승(우승은 이창호)한 바 있다. 한마디로 거물급이라 하겠다. 이에 반해 정대상은 1999년에 처음으로 본선에 한 번 들었던 게 이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실전적이고 전투적인 바둑에 능하며 자유자재의 변환을 장기로 삼는 정대상이라지만 상대는 워낙 막강해 보였다. 대다수는 시니어조 예선을 통과할 후보군에 정대상을 넣지 않았다. 정대상 역시 큰 기대 없이 참가했다. 그랬지만 승리를 거듭했다. 김준영, 김종준, 안관욱, 조선진을 차례로 꺾었다. 결국 본선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고 이루 말할 수 없이 기뻤다. 기자들 또한 생각지도 못한 정대상의 활약상에 놀라며 인터뷰하고자 했다. 정대상이 컴퓨터로 자신이 둔 예선결승 기보를 작성하는 동안 기다렸다. 언제 끝나나 싶었는데 어느 틈에 정대상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조용히 현장을 뜬 것이었다. 정대상은 막상 이렇게 이기자 난데없이 쑥스러움이 생겼다고 했다. 기자는 전화를 걸어 정대상의 소감을 들어봤다. 관련기사 ▶ "한국 부진 생각할 여유 없었다" 변상일·강승민 관련기사 ▶ 변상일·강승민·정대상 삼성화재배 본선티켓 획득!(☞클릭!)  ▲ 시니어조 정대상(왼쪽) 대 조선진(일본). 정대상이 반집승하며 본선에 진출했다. -예선결승 상대는 나이도 어리고 난적이었다. “다들 상대가 안 된다고 생각했다. 밑져야 본전이라 봐서 마음이 편했다. 이 판은 기세 싸움이었는데 기세에서는 조금도 밀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내용이 어땠나? “초반을 좋지 못하게 시작했다가 중반에 승기를 잡았다. 끝내기에서 손해를 보면서 졌나보다 생각했다. 따낸 돌도 많고 해서 계가가 어려웠는데 종국해 보니 반집승이었다.” -사실 다들 놀랐다. “17년 동안 (별다른 활약 없이) 잠잠했으니 그럴만도 하다. 하하. 삼성화재배는 시니어조가 있어 참가할 맛이 난다. 하지만 나 역시 큰 기대는 하지 못했는데 지금 무척 기쁘다.” - 소문난 속기파 정대상 9단이 '신중하다'며 김수장 심판이 놀라더라. “속기가 강했던 건 다 젊은 시절 얘기다. 이제는 어려운 장면이 나오면 빨리빨리 둘 수가 없다. 오늘도 어려운 장면이 많았다.” -축하 많이 받았겠다. “지인들로부터 문자랑 전화를 받았다. 수고했다고들 하고. 더 집중해서 32강도 뚫으라고들 했다.” -그동안 시니어기전이 많지 않다가 올초엔 시니어바둑리그가 생겨서 실전기회가 부쩍 늘었다. 그 영향이 있었나? “사실 개인적으로는 성적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실전이 끊이지 않다 보니 자신의 단점을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수 있었다. 리그라는 마당을 열어 주니 공부하게 되고 의욕이 난 게 사실이다.” -가장 어려웠던 판은? “안관욱 사범과의 대국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암흑이었는데 상대가 결정타를 날려주질 않았다.해서, 지푸라기라도 잡자는 심정으로 기다렸고 결국 역습에 성공했다.” -본선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온라인 대국을 많이 두면서 스파링을 할 것이다. 시니어리그에서 성적이 그다지 좋지 못해 약간 풀죽어 있었는데 이번 본선 진출을 계기로 폭풍 훈련을 할 생각이다. 지난 대회엔 벤자민 록하트 선수 같은 월드조 선수가 요다 노리모토 9단을 이길 뻔했다. 난적을 만나도 ‘사고’ 칠 뻔한 찬스를 맞이한다. 나 역시 조금의 기대는 한다. 찬스만 오면 여지 없다. 상대가 아홉 번 잘하다 한번 ‘뻑’을 하면 놓치지 않겠다. 제대로 펀치를 날려서 제압한다면 혹시 모를 일 아니겠는가?” ○정대상 ●조선진 317수 백반집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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