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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박지연 언니 같은 프로기사가 될래요!
YES24.COM배 고교동문전 바둑꿈나무 장학금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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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는 따뜻한 마음이 그리워지는 때다. 사람이 두는 것이 바둑이니 바둑에도 사람의 마음이 담긴다. 그렇다면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은 따뜻한 대회다. ‘추억은 나눌수록 돌아온다’라는 슬로건으로 고등학교 동문들과 어울려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며 우정을 나누는 대회가 어디 있을까. 여기에 더해 한 수 둘 때마다 240원씩 적립하여 기재가 있거나 가정형편이 힘든 바둑꿈나무를 후원하는 훈훈한 마음까지 더했다. 세계대회 생중계 같은 거 말고 바둑TV 프로그램 가운데 고교동문전의 시청률이 단연 높게 나오는 이유가 있다.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은 공전의 히트상품이다. 지난 9년간 꾸준히 이어온 YES24.COM배 고교동문전은 올해 전국에서 무려 50여 개 학교에서 참가했다. 치열한 본선 32강 토너먼트를 거쳐 결승에 오른 서울고와 춘천고의 ‘반집’을 주고받는 명승부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한 수에 240원씩 적립한 금액이 5,113,260원. 거액은 아닐지나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따뜻한 마음을 모았으니 이야말로 ‘티끌 모아 태산’ 아니겠는가. 12월20일 제9기 YES24.COM배 고교동문전 시상식에서 이 후원금은 4명의 바둑꿈나무-원상혁(서울 홍연초 6학년), 이욱빈(포항제철동초 6학년), 박성윤(고양 안곡초 3학년), 홍승우(서울, 10살2) 어린이에게 전달되었다. 수담에 담긴 체온을 느꼈을까. 아이들의 표정은 겨울날 햇살같이 구김살이 없다. ○● 제9기 YES24.COM배 고교동문전 시상식 뉴스 ☜ 클릭   ▲ 홍승우. 2006년 생. 현재 오로 7단, 한바연 2조 실력으로 2014 한화생명배 저학년부 우승, 2014 렛츠런파크배 중급부 우승, 2015 한화생명배 최강부 5위, 2015 티브로드배 유단자부 3위 입상에서 보듯 앞날이 기대되는 바둑꿈나무다. 아빠 홍우선 씨와 함께. 앞줄 왼쪽이 승우, 오른쪽이 동생 승하다. 우리 인체에는 혈액의 응고와 지혈을 담당하는 혈액 내 성분인 혈소판이 있다. 보통 1㎕(microliter)당 13만~40만 개의 혈소판이 있어야 하는데 이보다 수가 감소하는 현상을 혈소판 감소증이라 한다. 승우는 이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다. 난치병이긴 해도 열에 여덟 명은 완치할 수 있다는데 불행하게도 만성이다. 평생 달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바둑을 배웠다. 야구나 축구처럼 활동적인 운동을 할 수 없어서 ‘머리로 하는 바둑은 괜찮겠지’ 해서 배우게 됐다. 이도 초등학교 1학년이나 되어서야 마음을 낼 수 있었다. 일찌감치 배짱 편하게 배울 가정형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승우 세 살 때, 동생 승하는 한 살 때부터 엄마가 부재했다. 젊은시절,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하다가 프레스에 손이 끼면서 왼손 손가락 네 개를 잃은 아빠 홍우선 씨가 이후 겪은 이야기는 2012년 11월, KBS 1TV 현장르포 <동행> 제222회 ‘김 장수 아빠의 희망 리어카’ 편으로 방영된 바 있다. 낮에는 김을 파는 리어카 장수로, 밤에는 택시기사로 일하며 아이들 엄마 역할까지 해내야 했던 아빠에게 바둑은 엄두도 낼 수 없는 세계였다. 그러다 <동행> 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약간의 후원금이 들어왔고 그제야 동네바둑학원에 보낼 엄두를 냈다. 사이버오로 강좌는 달달 외웠다. 바둑을 못 두는 아빠도 아이를 건사하다 보니 인터넷 4~5급까지 늘 정도였다. 승우는 바둑판만 있으면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기보를 놓아보며 저 혼자 웃고 때로는 ‘신수다!’ 소리치기까지 했다. 바둑을 배운 지 4개월 만에 진주에서 승우를 이길 애가 없었고, 7개월 만에 아마5단 실력까지 올라갔다. 지역 바둑대회에 나가 입상했고, 어려운 처지에서 아이에게 바둑을 가르치는 사연을 접한 유재성 5단이 찾아오면서 서울로 바둑유학의 길이 트였다. 지금은 산본 진석바둑도장(원장 성기정)에서 무료로 형제를 가르치고 있다. 동생 승하(2008년생) 얘기도 재미있다. 형이 워낙 바둑을 좋아하니까 옆에서 덤으로 배운 격인데 올 2월 형 따라 산본에 합류했다. 형과 떨어져 있으니 외로움을 탔는지 “형한테 갈 거야” 노래를 불렀고, 보다 못한 아빠가 “인터넷 5단은 돼야 갈 수 있다”고 했더니 학원급수 23급이 4개월 만에 5단이 되는 ‘독기&신기’를 보였다. 아직 형에게 선에 덤을 받고 두는 실력이지만 형보다 더 빠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둘 다 프로기사를 꿈꾼다. 형한테 갈 수 있게 된 승하가 아빠에게 했다는 말, 이세돌을 좋아하는 승우, 커제를 좋아한다는 승하 형제가 간절히 바라는 말이기도 하다. “아빠, 꿈은 이루어지는 거야!”  ▲ 이욱빈. 2003년 생. 지역 영재연구생인 이욱빈은 2015 제1회 순천만국가정원배 전국 초등부 최강부 우승, 2015 제44회 전국소년체전 초등부 경북대표 선발1위, 2014 제10회 경북일보사장배 최강부 우승 등 입상경력이 화려하다. 하사관인 아빠는 “부모가 해줄 수 최선은 자기가 좋아하는 걸 계속할 수 있게 지원하는 거”라며 어린 나이에 승부사의 길을 걷겠다는 아들이 안쓰러울 때가 있지만 “자기 선택이기 때문에 자기가 희망하는 길을 꿋꿋이 걸어가야 한다”고 격려한다. 든든한 후원군 아빠와 함께. 올해 초등학교 졸업반인 욱빈이는 포항 지역연구생이다. 3년째 강만우 9단을 사사하고 있는데 지난달 순천만국가정원배 전국 초등 최강부에서 우승한 바 있다. 일곱 살 유치원을 다닐 때 바둑을 배웠다. 바둑을 둘 줄 모르는 아빠가 욱빈이에게 바둑을 가르친 건 남다른 승부욕 때문이었다고 한다. 아빠에게 오목을 내리지자 “제가 다 졌잖아요” 하면서 분하게 우는 모습에 마침 주변에 있는 김성호바둑교실에 보내면서 바둑의 길을 꿈꾸게 되었다. 올해 7월 지역영재입단대회에 첫 도전했는데 하필이면 예선에서 입단자인 김민규와 만나 바로 탈락했다. 그렇지만 굴하지 않는다. 중2 때까지 입단을 목표로 매진하고 있으니까. 흥미진진한 것이 바둑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욱빈이는 바둑에 지면 탁구나 축구 같은 운동으로 속상한 것을 푼다고. 좋아하는 기사가 누구냐고 물으니 중국 기사 커제 9단을 말한다. 잘 두고 창의적이라 좋다 한다. 그럼 연말에 벌어질 몽백합배 결승에선 누굴 응원할 것이냐고 물었다. 대답이 프로기사를 꿈꾸는 아이답게 진지하다. “승부는 5대5라고 봐요. 최근 컨디션이 안 좋아 졌을 뿐 실력은 아직 이세돌 아저씨죠. 막상막하의 대결이겠지만 3대2로 이세돌 아저씨가 이길 것 같아요.”  ▲ 원상혁. 2003년 생. 서울 홍연초등학교 6학년. 2014 서부교육장배 우승, 2015 제주일보배 우승. 동생 원제훈(2014 한화생명배 유단자부 우승)과 함께 제주도에서 상경해 프로를 꿈꾸는 어린이다. 예스24 김기호 대표와 함께. 제주도 출신 프로기사는 세 명뿐이다. 2006년 고주연 3단이 첫 테이프를 끊었고, 2011년 오정아 2단이 여자기사 2호로 입단했다. 그러다가 올해 2월 홍무진이 남자기사로 첫 이름을 올렸다. 앞으로 또 제주 출신 기사가 탄생한다면 원상혁-제훈 형제가 유력하다. 상혁은 초등학교에 입학한 직후 방과후교실에서 바둑을 처음 접했다. 이러한 형의 영향을 받아 동생 제훈은 입학하기 전부터 바둑돌을 쥐었고 지금은 반 발짝 앞서가고 있다. 작년에 이 장학금을 받은 동생은 지난 8월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제32회 세계청소년 바둑대회에 한국 주니어부(12세 미만) 대표로 나가 3위에 입상한 바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이, 두 형제가 부모를 졸라 나란히 서울로 바둑유학했다는 사실이다. 3년 전 얘기다. 그만큼 바둑을 좋아하고 프로기사에 대한 꿈이 강하다. 형 상혁은 아직 한국기원 연구생 준비반이지만 한바연리그 최강부 1조에서 뛰는 기재다. 조금 먼저 치고나간 동생한테 자극을 받고 분발하고 있지만 성품이 워낙 착하고 온순해 동생을 늘 격려하고 힘이 돼주는 부모노릇을 하고 있다. 형에 비하면 동생 제훈은 성깔(?)이 있는 편이다. 승부끼라든가 독기가 있다는 얘기다. 1년에 명절 때 한 세 번 정도 부모를 뵈러간다는 상혁은 언제 제일 힘드냐고 물었더니 의외로 “동생이 까불 때 제일 힘들다”고 토로한다. 대들어도 그냥 넘어가는 마음씨 너른 형이다. “혼내면 울 거 같아서...”라며 웃는다. 말수가 없고 바둑도 수비 스타일이다. 흡사 이창호 9단의 어릴 때를 보는 거 같다. 또 한명의 이창호를 기대해 본다.  ▲ 박성윤. 2006년 생. 고양 안곡초등학교 3학년인 성윤이는 아직 내세울 이렇다할 입상경력도 없고 얼마전 5급 급수시험을 통과한 실력이니, 앞서 소개한 오빠들에 비하면 이제 출발선에 선 바둑꿈나무다. 그렇지만 이 아이가 바둑을 시작하게 된 얘기를 들어보면 당차고 독하고 야무진 여자아이란 걸 실감하게 된다. 할머니, 엄마, 동생 송현과 함께. 성윤은 집중도 테스트에서 최상위급을 받은 아이다. 마침 아마5단을 두는 아빠가 일산 지역의 프로기사(차수권 7단)를 찾아 일곱 살 때 바둑돌을 쥐게 했으나 1년만에 중단했다. 부모가 보기에 너무 힘들어 보여 작년 한해를 쉬게 했다. 그런데 올 2월 부모와 상의도 없이 아이가 사범님에게 연락하여 ‘보고 싶었다, 바둑을 좋아하니 계속 배우면 안되냐’고 물었다. 그러고선 다니던 피아노학원과 영어학원 선생님께 ‘앞으로 자기는 하루 10시간씩 바둑공부를 해야 하니 나갈 수 없다’며 선생님과 손가락고리를 걸었다가 풀면서 “우린 이제 끊어졌어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학원 선생님들로부터 아이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엄마는 딸의 ‘바둑에 대한 확고부동한 의지’를 확인했다. 원한다니 다시 바둑도장에 보냈다. 그러면서도 어린 것이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반신반의했는데 매일 오후2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 10시간에 가깝도록, 정말 하루도 건너뛰지 않고 악착스럽게 덤벼들고 있다. 힘든데 가지 말라고 해도 “아니다, 가야한다!”며 나선다고 한다. 장래 꿈도 바뀌었다. 지난해까지는 의사였는데 바둑을 다시 하면서 도장출신 박지연 언니 같은 프로기사가 되겠다고 공책에 다짐하기까지 해놓았다. 이 바람에 여덟 살 동생 송현이도 얼결에 언니 따라 바둑도장에 따라나섰다. 송현이는 바둑도장에 가기 싫을 때면 “난 언니 땜에 가는 거잖아요?”라며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지만 같은 길을 가는 형제가 그렇듯 이 집 자매도 동생의 1차 목표는 언니다. 한번은 동생이 언니에게 사활문제를 물어보았는데 전부 엉터리로 가르쳐 줘 울고불고 난리가 났다. 그때 언니 성윤이 냉정하게 한 말이, “야, 알려주면 실력 안 늘어!”였다, 냉혹한 승부세계에 냉정한 승부사의 끼만큼은 이미 타고 났다고 해야할까.  ▲ "나는 박지연처럼 프로기사가 될거야." 성윤이가 공책에 쓴 장래희망.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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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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